목차
고은
정희성
황동규
송수권
박노해
김용택
곽재구
기형도
황지우
정현종
정희성
황동규
송수권
박노해
김용택
곽재구
기형도
황지우
정현종
본문내용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1) 문학개관
갈래 : 자유시
성격 : 서정적. 희망적
어조 :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이 나타난 어조
제재 : 기다림
주제 :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레는 기대감
출전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7)
(2) 작품해설
이 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 너’이지만, 화자는 오히려 ‘너’에 대한 기다림을 설레는 기대감과 행복하고 충만한 심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만남의 시간이 될 미래와, 기다림의 시간인 현재에 대하여 다 같이 축복을 내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정작 ‘너’를 만나게 될 미래보다도 그 미래를 기다리는 현재를 더 축복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라는 시간은 화자에게 있어서 ‘너’가 멀고 먼 곳에서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시간이며, 또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라는 마지막 행에 나타나듯이, 이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화자가 ‘너’와 더 가까워지는 축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현종
【1】작가소개
정현종(1939~ )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일하였고,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다.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되었으며,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주로 표현하고 있다
【2】작 품
1. 교감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街燈
붉고 따뜻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2. 사물의 꿈Ⅰ- 나무의 꿈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1) 작품해설
정현종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연과 예술에 대한 인식은 본질적으로 노장적(老莊的) 세계인식과 접맥된다. 만물은 하나라는 것이 장자의 일관된 사상이며, 노자 역시 만물이 그 근본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는 도(道)를 이야기한다. 정현종에게 시는 삶의 숨결이고 자연의 숨결이다. 우주의 숨은 바람이며 시의 숨결은 원초적 자아가 회생하는 공간이다.
첫 시집 『사물의 꿈』에서 보이는 정현종의 주된 관심은 사물과의 친화력에 주어진다. 그 자신이 사물이 된다는 꿈이 바로 그것이다. 슬픔을 녹이고 사물을 녹이듯이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무화(無化)시키겠다는 시적 의지는 정현종의 초기시 「사물의 꿈」 시편들에서 계속된 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나무 그 자체가 되고자 한다. 햇빛과 입 맞추며, 내리는 비와 뺨 비비고, 가지에 부는 바람에서 나무 스스로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무의 꿈이 화자의 꿈이었던 것이다. 아니 나무를 통해 자신의 꿈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나 자신 내가 노래하는 그것이 될 수 없다는 사정 때문에 한때 나는 매우 슬퍼했고 그것이 또 시인의 비극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실은 이 지점에서 시는 탄생합니다'라는 정현종의 고백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는 그 자신이 노래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슬픔을 비극적으로 인식하지만, 그것이 곧 시가 생겨나는 자리임을 깨닫는다. 그는 다시 사물들의 화음을 들을 수 있게 되며, 그 환희에 찬 교감(交感)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6행에 불과한 이 짧은 시에는 주위의 사물들과 어우러져 혼연일체가 된 싱그러운 나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하는 나무는 원래 움직임이 없는 정적(靜的)인 존재이다. 그러나 나무는 햇빛과 비와 바람과 더불어 교류하며 움직임을 가진 하나의 소우주가 된다.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힘을 꿈꾸'는 나무는 얼마나 활기차고 역동적인가. 실제로 빛은 나무의 성장에 빼 놓을 수 없는 자양분이기도 하다. 또한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꾼다'. 비와 피는 모두 물의 이미지로 생명의 근원과 연관된다. 비는 나무에 스며들어 `나무의 피(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을 비유)'가 되는데, 이 `피'의 이미지는 나무의 뜨거운 생명력을 생생하게 연출하고 있다. 끝으로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뭇잎들이 서걱이는 소리를 `생이 흔들리는 소리'라고 표현한 시인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나무는 주위의 세계와 교류하며 커 가는 소우주일 뿐 아니라, `자기의 생(生)'을 부여받은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 된다. 시인과 나무와의 뜨거운 교감이 없었다면 쓰여지지 않았을 이 시는 교감의 진정성을 행간에 감추어 둔 채 독자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문헌】
김윤식, 『김윤식 교수의 시 특강』, (주) 한국문학사,
김태형, 정희성,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주) 문원각, 2003
최병해, 마운용, 『전공국어』, 들풀,
한승희, 『한국 현대시 특강』, 지육사, 2000
인터넷 사이트 : 서주홍의 문학 속으로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1) 문학개관
갈래 : 자유시
성격 : 서정적. 희망적
어조 :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이 나타난 어조
제재 : 기다림
주제 :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레는 기대감
출전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7)
(2) 작품해설
이 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 너’이지만, 화자는 오히려 ‘너’에 대한 기다림을 설레는 기대감과 행복하고 충만한 심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만남의 시간이 될 미래와, 기다림의 시간인 현재에 대하여 다 같이 축복을 내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정작 ‘너’를 만나게 될 미래보다도 그 미래를 기다리는 현재를 더 축복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라는 시간은 화자에게 있어서 ‘너’가 멀고 먼 곳에서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시간이며, 또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라는 마지막 행에 나타나듯이, 이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화자가 ‘너’와 더 가까워지는 축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현종
【1】작가소개
정현종(1939~ )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일하였고,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다.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되었으며,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주로 표현하고 있다
【2】작 품
1. 교감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街燈
붉고 따뜻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2. 사물의 꿈Ⅰ- 나무의 꿈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1) 작품해설
정현종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연과 예술에 대한 인식은 본질적으로 노장적(老莊的) 세계인식과 접맥된다. 만물은 하나라는 것이 장자의 일관된 사상이며, 노자 역시 만물이 그 근본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는 도(道)를 이야기한다. 정현종에게 시는 삶의 숨결이고 자연의 숨결이다. 우주의 숨은 바람이며 시의 숨결은 원초적 자아가 회생하는 공간이다.
첫 시집 『사물의 꿈』에서 보이는 정현종의 주된 관심은 사물과의 친화력에 주어진다. 그 자신이 사물이 된다는 꿈이 바로 그것이다. 슬픔을 녹이고 사물을 녹이듯이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무화(無化)시키겠다는 시적 의지는 정현종의 초기시 「사물의 꿈」 시편들에서 계속된 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나무 그 자체가 되고자 한다. 햇빛과 입 맞추며, 내리는 비와 뺨 비비고, 가지에 부는 바람에서 나무 스스로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무의 꿈이 화자의 꿈이었던 것이다. 아니 나무를 통해 자신의 꿈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나 자신 내가 노래하는 그것이 될 수 없다는 사정 때문에 한때 나는 매우 슬퍼했고 그것이 또 시인의 비극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실은 이 지점에서 시는 탄생합니다'라는 정현종의 고백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는 그 자신이 노래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슬픔을 비극적으로 인식하지만, 그것이 곧 시가 생겨나는 자리임을 깨닫는다. 그는 다시 사물들의 화음을 들을 수 있게 되며, 그 환희에 찬 교감(交感)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6행에 불과한 이 짧은 시에는 주위의 사물들과 어우러져 혼연일체가 된 싱그러운 나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하는 나무는 원래 움직임이 없는 정적(靜的)인 존재이다. 그러나 나무는 햇빛과 비와 바람과 더불어 교류하며 움직임을 가진 하나의 소우주가 된다.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힘을 꿈꾸'는 나무는 얼마나 활기차고 역동적인가. 실제로 빛은 나무의 성장에 빼 놓을 수 없는 자양분이기도 하다. 또한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꾼다'. 비와 피는 모두 물의 이미지로 생명의 근원과 연관된다. 비는 나무에 스며들어 `나무의 피(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을 비유)'가 되는데, 이 `피'의 이미지는 나무의 뜨거운 생명력을 생생하게 연출하고 있다. 끝으로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뭇잎들이 서걱이는 소리를 `생이 흔들리는 소리'라고 표현한 시인의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나무는 주위의 세계와 교류하며 커 가는 소우주일 뿐 아니라, `자기의 생(生)'을 부여받은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 된다. 시인과 나무와의 뜨거운 교감이 없었다면 쓰여지지 않았을 이 시는 교감의 진정성을 행간에 감추어 둔 채 독자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문헌】
김윤식, 『김윤식 교수의 시 특강』, (주) 한국문학사,
김태형, 정희성,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주) 문원각, 2003
최병해, 마운용, 『전공국어』, 들풀,
한승희, 『한국 현대시 특강』, 지육사, 2000
인터넷 사이트 : 서주홍의 문학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