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미쳐라(에마봄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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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옮긴이의 말

살랑거리는 추억 / 여보, 녀석들이 돌아왔어요! / 삐순이 어머니와 시시콜콜 아버지

네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 그럼, 개하고 결혼하지 그랬어요?

30년 동안 이어온 남편의 혼잣말 / 앙코르가 없는, 최장기 공연

누가 가족의 저녁식사를 죽였는가? / 엄마, 이 세탁기 어떻게 돌려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무도 못 말려 / 휴가가 다 뭐야? / 벽장 속의 추억

부부로 산다는 것 / 아무것도 안 해요 / 세대차이 / 엄마, 내가 집으로 돌아와요

관둬라, 내가 할 테니 / 두 얼굴의 사나이들 / 월튼네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로맨틱한 밤과 포도주 한 병의 대가 / 용돈 사이클 / 자식을 키운다는 것

가족은 다년생식물이다 / 당신의 부모는 어디 있습니까?

늙어간다는 것, 닮아 간다는 것 / 여자가 혼자서 해야 할 일

주부로 산다는 것 / 결혼을 한다는 것 / 잘 자거라… 내 아이들아!

그걸 꼭 얘기를 해야 하나요? / 안녕,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마침내 외로이 남아서 / 또다시 살랑거리는 꿈들

본문내용

, 여기 먼지가 앉은,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과 늘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카펫과 결코 시들었다고도 살아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조화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고 드리워놓은, 별 소용도 없는 커튼 사이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내 꿈의 마지막 부분은… 자기들만의 세계로부터 돌아와 가족 내에서의 자기의 위치를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며, 지금 막 여기서 주말을 보냈던 아이들과의 시간이었다. 쉽게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 아주 경이로운 한 지붕 아래의 공동체… 가족! 인류학자들은 평생 동안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그 핏줄과 유전자라는 것에 정말 사람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밝혀내기 위해 지금까지 연구를 거듭해 오고 있다.
당신의 마지막 한푼의 돈까지 달달 긁어 꾸어가고서는 당신의 차가 진입로로 들어오는 것만 보면 눈썹이 휘날리도록 도망가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친척들.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면, 마치 풍선껌을 조몰락거리며 노는 아이들처럼, 진실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장난을 치면서도 갓 태어난 당신 손자를 보고는 “쪼그만 녀석이 참 우습게 생겼구나. 하지만 클수록 인물이 날 거야” 하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시동생에게 “형님은 도련님을 제일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기 낚시 장비를 도련님께 줄 거라고 늘 말씀하시곤 했지요. 그 사람이 숨을 거두기 직전에 말했어요. ‘이 낚시 장비의 진가를 알아줄 사람은 벤뿐이니 그 애가 꼭 이걸 가져야해” 하고 말예요. 그러니 “도련님이 300달러만 내고 이걸 가져가세요” 하고 말하는 친척 아주머니.
자기를 세상에 있게 하느라고 16시간의 산고를 감내해야 했던 엄마한테는 어버이날에 고기 요리용 온도계를 사주고, 불과 2주일 전에 만난 여자친구한테는 50달러까지 캐시미어 스웨터를 사다 안겨주는 아들 녀석. 무엇이 그러한 그들은 서로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고 있는가? 자기가 설사 가족들을 섭섭하게 하고, 소홀히 대하고 무시하더라도 가족들이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자기를 믿어주고 사랑해주기 때문일까? 비록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더라도 가족한테서는 늘 환영을 받으며, 거짓말을 하고, 가족들 일에 무관심하고, 설령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가족한테서는 용서받을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 내에서의 그들의 빈자리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기에, 늘 자기만을 위해서 그대로 있어주기 때문일까?
나는 50년 후에는 과연 우리 가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쯤에는,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신고 다녀서 꽁꽁 묶여버린 저희들 운동화 끈을 이빨로 풀어주던 이 엄마를 아이들은 기억해줄까? 아니면 파티 때 쓰려고 장만해 두었던 젤라틴 모형에 아이들이 구멍을 뚫어 놓았을 때, 꼭지가 돌아 꼭 미친 여자처럼 길길이 날뛰던 그날의 엄마만을 기억할까? 그 애들은 우리들을 잘 웃고 가끔은 실수도 하고, 부부생활도 즐기고, 무작정 일을 저질러보는 열정을 가졌던 사람들로 기억할까? 아니면 자기들한테 ‘안 돼’라고 말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왁스로 부엌 바닥에 광을 내고, 잔디밭에 비료를 주고, 머리를 깎아라, 일자리를 구해봐라, 입 안에 음식이 있을 때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며 자신들을 볶아대던, 엄격하고 유머 감각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두 노인네로 기억할까?
언제쯤 아들 녀석들은 집안의 온갖 열쇠들마다 꼬리표를 달아서 연장통에 담아두곤 했던 제 아버지와 닮아 있을까? 딸애는 엄마가 불문율처럼 지켜오던 요리법을 전수받아 돼지갈비 요리에는 반드시 애플소스를 곁들이게 될까? 하나의 가정을 꾸려나가는 주부로서의 일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만,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아야 하리. “나는 다음에도 또 이 주부라는 직업에 지원서를 낼 것인가?” 그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것은 지긋지긋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래, 그건 정말 끝도 없는 반복이었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일생 동안 그 어떤 공적을 세우고… 도서관 서가에 줄줄이 꽂힐 명저들을 남기고, 집집마다 냉장고 문에 나의 글들이 매달려 읽혀지더라도, 그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어머니로서 해왔던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살아 온 30년 동안, 나는 가족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코흘리개 철부지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떨어지려는 곳을 풀로 붙이고, 해지려는 곳은 수선하면서, 나는 서로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우리 가족을 단단히 묶어왔다. 그러면서 우리 가정보다 더 큰 무엇에 대해서도 사랑과 정성을 쏟아온 한 집안의 여자 가장이었다. 이보다 훨씬 엄청나고 대단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남편은 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물었다. “어두운 데 혼자 앉아서 뭘 하고 있어?” “이번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여보, 우리 애들은 착한 애들이야.” 그는 내 옆에 앉으며 포근히 어깨를 감싸주었다. 나는 남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남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보, 뱀이 없어졌어. 다용도실 우리 속에서 도망가 버렸어.”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우리 이 집을 팔아버려요. 은혜도 모르는 그 지긋지긋한 녀석들이 다시는 우리를 찾지 못하게 도망가 버려요.” 무릎을 포개어 턱 밑으로 끌어당기며 나는 자궁 속 태아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그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간에, 그 뱀이 발견되기 전에는 나는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을 셈이었다.
우리는 왜 서로의 인내심과 진실과 사랑을 끊임없이 시험하려 드는 것일까? 가족이 붕괴되지 않고 무사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혹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방 안이 점점 더 쌀쌀해지고 있었다. 한 대의 차가 지나가면서 한 줄기 빛을 던지더니, 다시금 방 안에 어둠을 끼얹었다. 나는 또 다시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그랬듯이 그 애들도 언젠가는 자신의 또 다른 가족과 아무도 앉지 않는 거실을 갈망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였다. 그것은 성취감? 아니면 영원한 생명? 그것도 아니면 복수? 당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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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7.07.20
  • 저작시기2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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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42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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