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살아있는 어떤 것도 해하지 않는 마음, 시의 향기란 이런 것이다
2. 가장 한국적인 기록의 시학ㅡ자연과 과거에 대한 회상과 명상
3. 웃음을 주는 시
2. 가장 한국적인 기록의 시학ㅡ자연과 과거에 대한 회상과 명상
3. 웃음을 주는 시
본문내용
는 역사 속에 살았다 사라지고 왔다가 바삐 간다. ‘함박눈 내리던 날’에서처럼 자식 등록금을 뱃 속에 품고 도둑괭이처럼 조심조심 다니는 시인 박용래가 있고 피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간 열일곱 소년이 있고, 계절의 순환을 반복하며 말없이 선 자연이 있다. 염소와 두루미와 청개구리, 소, 뻐꾸기 직박구리들이 이 땅에, 한국에, 그리고 이 세계에 뿌리를 박고 살아간다. 그들은 한가롭고 말이 없으며 유유자적 천진난만 그 자체다. 시인은 역사적 사건을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거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개인의 삶과 아픔과 죽음을 살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할 뿐이다.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그는 진정으로 따스한 인간이 숨쉬는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건조하고 단순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어조에서 꾸미지 않은 진솔함이 묻어 나와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뭔가 부족한 듯 하면서도 확실히 산문과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시적 정서 또한 곱게 묻어나고 있다. 시인은 무언가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타까워하며 연민에 젖어 있다. 객관적,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주관이, 세계관이 분명히 들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