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완벽한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트릭이나 설정이 아주 치밀하지 않을 수 있고, 이야기마다 결말이 사뭇 달라서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이 생생한 개성과 감정을 담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작가가 각 단편마다 해 보고 싶은 실험을 자유롭게 해 본 느낌이다. 거기서 나타나는 약간의 어색함이나 과장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유연하고 자유로운 시도가 소설집 전체에 활력을 부여했다고 본다. 서스펜스와 인간미를 결합하는 이 작가의 특기가 알차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뭐라 딱 잘라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모호함도 있지만, 그게 또 매력인지도 모른다.
독자로서 문득 궁금해진다. 이 작가는 왜 눈동자에 주목했을까. 어쩌면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야기를 쌓아 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 거짓을 숨길 때, 사랑을 고백할 때, 늘 눈을 통해 상대에게 무언가가 전달된다. 말로는 숨길 수 있어도, 시선이 전부 털어놓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그 지점을 파고들어, 각양각색의 삶과 감정을 펼쳐 보인다. 읽는 입장에서는 분명한 사건의 전말도 궁금하지만, 인물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눈빛을 띠게 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래서 결말에서 인물들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집중하게 된다. 어떤 인물은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거짓된 눈빛을 거두지 않고, 또 어떤 인물은 상대의 진심을 읽고 눈물로 대답한다. 그 하나하나가 소설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가 주로 복잡한 추리와 반전을 내세울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그 부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남았던 건, 인간관계의 미묘한 부분을 짧은 이야기 안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웃어넘길 수도 있을 만큼 소소한 갈등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퍼져나가고, 결국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 순간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요동치는지, 그 흔들림을 세밀하게 좇아가는 대목이 많다. 범죄의 수수께끼가 전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본성까지 파헤치는 느낌이다. 덕분에 스릴과 감동이 한데 얽혀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편으로는 현실에서도 누군가와 얽힌 오해가 아주 작은 말 한마디로 시작되곤 하니까, 더욱 진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책을 덮을 무렵, 작가가 노련한 솜씨로 독자를 몰아붙이고 달래고, 다시금 놀라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을 파고드는 서스펜스가 인상적이다. 무대 장치가 거창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갈등만으로도 긴장이 가득하다.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낙관적인 요소들이 독서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이런 균형이 좋은 소설집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작가의 예전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분명히 있다. 사건 중심의 추리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함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착해낸 섬세함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아직 많은 장면이 남아 있다. 특히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을 포착한 작가의 문장이 재치 있고 날카로워서 기억에 남는다. 다시 읽어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눈동자란 한 번 보면 영원히 각인되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데, 그 신비로운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 점이 독자로 하여금 계속 궁금증을 유발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언뜻 미소가 번지는 장면이 있다. 반면 가벼워 보이는 장면에서 갑자기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처럼 한 작품집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오가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이름값이 다시 한번 실감됐다.
읽고 나면, 한동안 주변 사람들을 볼 때 눈빛부터 살피게 될 수도 있다. 혹시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하며 순간적으로 의심하게 되는 식이다. 물론 그것은 소설에서 나오는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겹쳐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재미가 그저 허무맹랑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픽션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은 현실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의 본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미묘한 욕망에 이끌릴 때가 있으니까. 작가는 그것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때론 유머와 함께 보여주고, 때론 차갑게 펼쳐 보이기도 한다.
책을 덮으며 문득 그렇게 짧은 이야기 안에도 인생의 희비가 녹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현실의 하루하루도 짧은 에피소드들의 연속일 텐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사건이 담길지 생각하면 흥미롭다. 작가는 그 잠깐의 순간을 포착해 극대화시키고, 독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추리와 위트가 살아 있으면서, 인간적인 온기가 함께한다. 그런 면모가 꽤 매력적이었다. 때로는 과도한 설정이라 느꼈다가도, 결국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이어져서 기분 좋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몇몇 이야기는 완벽하지 않아 조금 찜찜한 부분이 남았다. 그러나 그 찜찜함마저도 작가가 의도한 거라면, 제대로 낚인 셈이겠다.
결국에는, 아홉 개의 눈동자 같은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빛을 발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재미와 생각거리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눈동자들이 무슨 사연을 품고 있을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다 보고 나니, 현실에도 숨겨진 눈동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한동안 그의 다른 작품도 다시 찾아보면서, 작가가 계속해서 시선과 인간 심리를 탐색해 나가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독자로서 문득 궁금해진다. 이 작가는 왜 눈동자에 주목했을까. 어쩌면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야기를 쌓아 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 거짓을 숨길 때, 사랑을 고백할 때, 늘 눈을 통해 상대에게 무언가가 전달된다. 말로는 숨길 수 있어도, 시선이 전부 털어놓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그 지점을 파고들어, 각양각색의 삶과 감정을 펼쳐 보인다. 읽는 입장에서는 분명한 사건의 전말도 궁금하지만, 인물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눈빛을 띠게 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래서 결말에서 인물들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집중하게 된다. 어떤 인물은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거짓된 눈빛을 거두지 않고, 또 어떤 인물은 상대의 진심을 읽고 눈물로 대답한다. 그 하나하나가 소설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가 주로 복잡한 추리와 반전을 내세울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그 부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남았던 건, 인간관계의 미묘한 부분을 짧은 이야기 안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웃어넘길 수도 있을 만큼 소소한 갈등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퍼져나가고, 결국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 순간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요동치는지, 그 흔들림을 세밀하게 좇아가는 대목이 많다. 범죄의 수수께끼가 전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본성까지 파헤치는 느낌이다. 덕분에 스릴과 감동이 한데 얽혀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편으로는 현실에서도 누군가와 얽힌 오해가 아주 작은 말 한마디로 시작되곤 하니까, 더욱 진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책을 덮을 무렵, 작가가 노련한 솜씨로 독자를 몰아붙이고 달래고, 다시금 놀라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을 파고드는 서스펜스가 인상적이다. 무대 장치가 거창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갈등만으로도 긴장이 가득하다.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낙관적인 요소들이 독서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이런 균형이 좋은 소설집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작가의 예전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분명히 있다. 사건 중심의 추리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함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착해낸 섬세함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아직 많은 장면이 남아 있다. 특히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을 포착한 작가의 문장이 재치 있고 날카로워서 기억에 남는다. 다시 읽어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눈동자란 한 번 보면 영원히 각인되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데, 그 신비로운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 점이 독자로 하여금 계속 궁금증을 유발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언뜻 미소가 번지는 장면이 있다. 반면 가벼워 보이는 장면에서 갑자기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처럼 한 작품집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오가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이름값이 다시 한번 실감됐다.
읽고 나면, 한동안 주변 사람들을 볼 때 눈빛부터 살피게 될 수도 있다. 혹시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하며 순간적으로 의심하게 되는 식이다. 물론 그것은 소설에서 나오는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겹쳐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재미가 그저 허무맹랑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픽션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은 현실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의 본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미묘한 욕망에 이끌릴 때가 있으니까. 작가는 그것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때론 유머와 함께 보여주고, 때론 차갑게 펼쳐 보이기도 한다.
책을 덮으며 문득 그렇게 짧은 이야기 안에도 인생의 희비가 녹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현실의 하루하루도 짧은 에피소드들의 연속일 텐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사건이 담길지 생각하면 흥미롭다. 작가는 그 잠깐의 순간을 포착해 극대화시키고, 독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추리와 위트가 살아 있으면서, 인간적인 온기가 함께한다. 그런 면모가 꽤 매력적이었다. 때로는 과도한 설정이라 느꼈다가도, 결국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이어져서 기분 좋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몇몇 이야기는 완벽하지 않아 조금 찜찜한 부분이 남았다. 그러나 그 찜찜함마저도 작가가 의도한 거라면, 제대로 낚인 셈이겠다.
결국에는, 아홉 개의 눈동자 같은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빛을 발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재미와 생각거리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눈동자들이 무슨 사연을 품고 있을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다 보고 나니, 현실에도 숨겨진 눈동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한동안 그의 다른 작품도 다시 찾아보면서, 작가가 계속해서 시선과 인간 심리를 탐색해 나가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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