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에 의한 중세유럽의 변화

본문내용

피해가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흑사병은 상업의 발달로 인한 물자 교류의 확대에 의해 급속히 퍼져 갔다. 이것이 당시 농업 생산력의 정체로 나타난 봉건 경제의 전반적인 위축과 맞물려 커다란 희생을 초래했다. 따라서 어찌 보면 흑사병은 근대 사회로 이행하는 길목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이었을 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흑사병의 귀환 / 지은이 : 수잔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 옮긴이 : 황정연 / 황소자리 출판사
흑사병시대의 재구성 / 지은이 : 존 캘리 / 옮긴이 : 이종인 / 소소 출판사
흑사병 / 지은이 : 필립 지글러 / 옮긴이 : 한은경 / 한길사
○ 비평
당시의 인구를 1/3으로 줄인 살인적인 페스트는 아이러니 하게도 당시 인간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산파의 역할을 했다. 흑사병이 가져 다 준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문명, 문화를 열어주는 게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를 열어주었다.흔히 이러한 현상에 대해 페스트가 창궐 할 때 당시의 기득권이었던 천주교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자 천주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은 신에서 인간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말한다.이것이 흔히 알려져 있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르네상스 문화 혁명이 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르네상스 문화 혁명이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페스트에 의해 사람이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흑사병은 종교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라틴어를 쓰는 종교의 성직자들이 많이 죽어 가면서 성경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성직자가 아닌 사람 중에 라틴어를 읽을 줄 아는 지식인이 성경을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성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개입이 되게 된다. 교황청에서 하던 성경 해석이 아닌 번역 하는 사람이 읽고 느끼는 성경 해석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는 뒤에 종교 개혁으로 연결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황권의 권위가 줄어들면서 왕권이 강화되기 시작한다.
흑사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게 된다. 시청과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죽음으로 국가 행정의 공백, 붕괴 상태가 이어진다.이전에 가지고 있던 운영의 노하우가 전혀 전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전문가들에 의한 새로운 운영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맨땅에 해딩하기 식으로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서 업무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당시에 눈에 보이는 이득쪽으로 운영이 되면서 경영이 대단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게 된다. 이득을 쫓다 보니 당연히 사람 중심으로 모든 행정이 돌아가게 된 것이다.
흑사병이 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미술의 경향도 하느님, 천사를 그리던 풍에서 병으로 죽은 사람의 모습, 해골과 인체해부도 같은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 당시 보여졌던 참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그림들이 하나의 화풍이 되었고 점차 사람 중심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그림만이 허용 되던 시대에서 인간의 삶의 모습을 그리는 화풍으로 대 개벽을 하게 된 것이다.
문학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근대소설의 선구자, 소설의 시조로 불리는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을 바로 그 시작점으로 본다.
1348년 흑사병으로 피렌체 인구의 3/5이 죽는 참극이 일어났는데, '데카메론'은 이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흑사병을 피해 교외의 별장에 모인 7명의 여인과 3명의 남자는 10(데카)일간 심심풀이로 한 사람이 하루에 한 가지씩 이야기(메론)를 하게 되고, 그렇게 모은 총 100가지의 이야기가 '데카메론'이다. 이 소설에서 그 동안 금기 시 되어 왔던 종교 사회의 부패에 대한 고발과 흑사병의 현상에 대한 사실에 입각한 기록 문학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초월과 금욕주의의 중세의 사상과는 다르게 현세와 개인의 욕망 실현이라는 근대의 정신적 혁명의 산물이 글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유럽에서의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데카메론에서 부터 잡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흑사병이 가져온 문화라고 생각한다.
흑사병은 주거 환경마저 바꾸어 버린다. 페스트균을 죽이기 위해서 집을 다 태웠기 때문에사람들은 새로운 집이 필요 했다. 그런데 기존에는 나무로 집을 지었는데 목수들과 집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죽으면서 나무로 집을 짓는 노하우가 없어지게 된다.어쩔 수 없이 돌과 대리석을 모아서 집을 짓게 되었고 새로운 주거 환경이 열리게 된다.그리고 그들이 모델로 떠 올 수 있는 집의 모양은 흑사병에 의해 태워지지 않은 집들,즉 돌과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집들의 모양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그들의 주거 환경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그리스 로마의 주거 문화와 많이 닮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된 주거 환경이 나무 집에서 돌로 된 집으로 변하면서 집안에 쥐들이 숨을 곳이 줄어들게 되었고 결국 흑사병을 없앤 것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lippo Brunelleschi : 1377 -1446)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켈란젤로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고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브루넬레스키는 새로운 교회나 다른 건물들의 설계를 요청 받았을 때, 전통적인 중세의 양식들은 모두 다 버리고 로마의 영광이 부활(르네상스)되기를 바랐다고 한다.그래서 그는 로마를 여행하며 신전과 궁전의 유적들을 측량하고 건물들의 형태와 장식들을 스케치해서 고전 건축의 형식들을 새로운 조화와 미를 창조하는 데 자유로이 이용하였고그가 설계한 Piazza del Duomo 성당의 돔과 파치가의 예배당은 건축 양식의 교과서가 되었다. 그 후 거의 500년 동안이나 유럽과 미국의 건축가들에 의해 그 전통이 계속 지켜졌다고 하니 흑사병에 의한 르네상스의 문화는 최소한 500년 이상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미술의 영역에 있어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견으로 그 뒤 수 백년간 미술을 지배했던 원근법의 발견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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