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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신 제우스라도 운명을 바꿀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일리아스’에 나오는 인물들은 운명과 죽음에 관해서는 반항적인 면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성미가 불같은 아킬레우스 조차도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한탄만 할 뿐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기만 한다. 고대의 인간들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죽음에 대해 두려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운명의 세 여신들일 지도 모르겠다. 언제 찾아 올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존재가 차라리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받아드리기 쉽지 않을까. 이 죽음의 운명은 인간만의 것이다. 인간은 그 운명을 의식하면서도 여전히 살아간다. 시인은 이런 인간의 상황을 아킬레우스의 비극과 함께 짜 넣어 고대인들에게, 나아가 후세의 현대인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