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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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쓰지를 말아야 한다. 무능한 사람과 의심스러운 사람은 다르다. 무능한 사람은 일의 성과가 적을 뿐 일을 망치거나 손해를 입힐 사람이 아니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비록 유능할 지라도 손해를 입힐 사람이다. 이원익 대감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선조는 임란 중에 의주 행궁에서 급히 인재를 천거하도록 중신들에게 명했다. 어느 날 한 신하가 천거돼 배알하는데 키가 너무 작고 왜소해 관복이 땅에 끌리고 관모가 눈을 덮을 지경이었다. 선조는 처음 혀를 끌끌 차며 녹만 축내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의 하는 일을 보고 자신의 경솔함에 후회했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수라간 감독하는 말직이었는데 그가 온 후 때마다 수라상 올리는 것이 지체됐다 중신들은 성화를 냈지만 선조는 그의 충직함을 보고 책하지 않았다. 사연인즉 그는 임금의 수라 음식을 먼저 맛본 후 따뜻한 방에 누워 한참을 지난 뒤에야 올리도록 했다, 전란 중이라 독을 넣었을까 의심해 자신이 맛보고 독이 있으면 빨리 퍼지도록 따뜻한 곳에 누워 시험했던 것이다.
만약 선조가 그의 한 일을 알아보고 이해하지 못해 의심했더라면 임금의 안위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요 큰 인재를 잃었을 것이다. 이분이 바로 임란 후 영의정이 돼 피폐한 나라를 재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오리 이원익 대감이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가 큰일에도 충성하는 법이다.
*막(莫), 물(勿): 보통 금지사로 쓰이나 때로는 부정사로도 쓰임.
Tip. 오늘의 한자
*막(莫): 없다(막), 저물다(모), 고요하다(맥), 말다.
<한자로 깨닫는 지혜>
臨危制變 (임위제변) 臨-임할 임 危-위태할 위 制-마를 제 變-변할 변
임위제변! 위태로움에 임하여 그 변고를 제압하여 처리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항상 정상적인 일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사람이 누구나 다 아는 도리에 따라 행동하면 되지만, 변고를 만났을 경우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그 변고를 변칙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여 수정수상을 도라 하고 임위제변을 권이라 하였는데, 이 때의 권은 권세 권자가 아닙니다. 권도라는 뜻입니다. 즉 사태를 잘 헤아려 현명하게 처리하였다는 의미이지요. 우리는 역사에서 그 좋은 예를 배울 수 있는데, 이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국이 후백제의 견훤과 고려의 왕건의 세력 다툼으로 전쟁에 휩싸였을 때 안동지역에서 견훤과 왕건의 군대가 싸움을 벌려 왕건의 군대가 곤경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안동지역의 장자인 김행이란 사람은 왕건의 사람됨이 어질고, 견훤의 사람됨이 포악함을 헤아려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왕건을 도왔습니다. 이 싸움에서 왕건이 승리하여 고려가 이 일대를 장악하는 결정적 도움을 주게 되며, 이 때문에 고려 태조 왕건은 김행의 권도에 의해 나라가 입은 은혜가 큼을 치하하고 공신의 호와 태사에 봉하고 사성의 특전을 내려 권도 권자로 성씨를 하사하였습니다. 지도자의 지혜로운 선택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위기가 닥친 것을 모르거나 위기가 닥친 것을 짐짓 모르는 체 하는 것입니다. 위기인데도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고 위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위기 극복은 위기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다 함께 위기 극복의 단합된 의지를 다지고 한 덩어리가 되어 고생하더라도 위기 극복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특단의 비책으로 위기를 조용히 슬기롭게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 사정은 국민의 생활 속에서 느끼기는 정말 힘든 위기입니다. 정부는 지체 없이 임위제변의 권도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어려우면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이 솥을 때려 부수며 시위를 하겠습니까? 어느 사업 하나도 잘 되는 분야가 없습니다. 그저 대기업 몇 개가 핸드폰이나 반도체 상품 등을 해외에 많이 수출하여 그나마 어려운 경제를 버텨주고 있는 실정이지만,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해외추출도 고전을 각오해야 할 모양입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정쟁으로 파행이 계속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려운 나라 경제와 치솟는 청년실업률 국론의 분열 등 임위제변에 분골쇄신해야 할 것입니다.
<생생강의 2>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화호화피난화골이요 지이지면부지심이니라.
호랑이를 그리되 가죽은 그릴 수 있으나 뼈는 그리기 어려운 것이요, 사람을 안다는 것이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하느니라.
사람을 사귀기 어려움을 경계한 글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지내는 것이지 그 사람의 속 마음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퇴계 선생과 정인홍에 관한 일화가 있다. 정인홍은 수재였다. 그가 퇴계선생을 찾아가 수학을 청한 일이 있었다. 퇴계 선생은 결정을 미루고 일단 도산서당에 머물기만을 허락했다. 때는 팔월 무더운 계절이었다. 어느 날 퇴계 선생이 가까운 예안에 출타하시며 제생들에게 자습할 것을 명했다. 선생이 도산서당 아래 천운대 밑을 내려가시자마자 유성룡, 김성일, 조목 등 제생들은 의관을 벗어던지고 도산서당 옆 토계의 계곡 물에가 등목을 하고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그러나 정인홍은 경상 앞에 단정히 앉아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퇴계 선생이 돌아와 이 모습을 봤다. 다른 제생들은 선생님께 꾸지람 들을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데 정인홍은 오연히 책 읽기만 계속했다.
며칠 후 퇴계 선생은 정인홍을 불러 굳이 내게 더 배울 것이 없으니 돌아가라며 문하에 둘 것을 사양했다. 훗날 정인홍은 광해군 때 인목대비 폐비사건을 주도해 인조반정 후 대역죄로 처형당했다. 그때 그를 제자로 받아준 조식 선생과 덕천서원은 화를 당했고 그의 사람됨을 미리 알아본 퇴계 선생과 도산서원은 화를 면했다. 이를 지인지감(知人知鑑)이라 한다. 정인홍의 위선으로 그 마음을 알아본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비유와 대구를 이뤄 내용 강조
Tip. 오늘의 한자
*화(畵): 그림, 그림 그리다, 채색, 색을 칠하다, 긋다(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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