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것이다. 월터 엘렌은 이 작품을 영어로 쓰인 최초의 낭만주의 소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770년대 독일의 질풍노도 운동의 일반적 특징은, 첫째 하늘이 준 재능으로서 천재란 우리를 구속하는 제약이나 속박을 넘어선다는 것, 둘째 인간의 정서, 곧 감정이나 정열은 이성을 넘어선다는 것, 셋째 인간의 마음에 깃든 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시를 써야 한다는 것, 넷째 인간의 영혼은 자연에 깃든 혼과 같다는 것, 다섯째 문학은 모든 존재의 근본이 되는 실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고전주의의 규범, 형식성, 질서, 관습 등을 포괄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문예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이 낭만주의라는 것은 별 의심이 없지만, 이 소설의 낭만주의성의 진면모는 그 내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이 게이츠헤드로부터 시작하여 퍼딘으로까지 이어지는 장소적 이동과 제인의 성장에 따른 성장소설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 연령에 이르러 불구가 된 로체스터와 결혼하기에 이르는 과정은 한 여성으로서의 성장 소설의 면모를 보여주는 바가 없지 않다. 버사 로체스터가 다락방에서 앞뒤로 달리는 모습은 제인이 10살 때 빨간방에 갇혔던 일을 연상시켜준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이 페미니즘의 정전(canon)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소설적 측면에서 볼 때 어린 시절, 로우드 스쿨의 시절, 로체스터의 집에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인은 불합리에 대한 반항의 기질, 부당함에 대한 항거의 기질을 기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가정 안에 갇혀 살아가는 여성들의 맥락에서 보면 남성과 동등한 성취와 경험의 기회를 갈구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더욱 구체적으로 보면 어릴 적부터 고모의 집에 살게된 제인은 고모로부터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사촌들에게서도 괴롭힘을 당한다. 제인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모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것이다. 나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것이고 앞으로는 고모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로우드 스쿨에서는 교장인 브로클허스트가 고모를 대신한다.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인물의 전형은 그 교장과 함께 템플 선생과 또래의 헨렌과의 교류는 제인을 한 단계 성숙하도록 하는 경험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학교를 떠나기를 원한다. 제인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정교사로서 로체스터의 저택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제인은 이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한다. 제인은 옥상에서 무료함을 달래며 남성과 동등한 성취와 경험의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제인은 남성과 같이 자유롭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로체스터 곁에 머물면서도 항상 행복할지 의문한다. 이렇듯 소설에서 시종일관하는 측면은 이 소설을 페미니즘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한편 이 소설은 인종주의적 혐의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소설이 페미니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록 제인을 개방된 생각을 가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페미니즘적 특성을 갖춘 존재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여성의 범위가 이 소설에서는 ‘교육받은 백인’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제인의 행동은 오로지 그 자신의 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요소에 의해서 작동되었다고 보기 시작할 때 이 소설은 또한 탈식민주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이 소설에 인종주의적 혐의를 두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소설에서 에드워드 로체스터는 처음 자메이카 출신의 버사와 결혼해 3만 파운드의 돈을 얻어 손필드에서 부유한 생활을 한다. 제인 역시 먼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는데 이 역시 식민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마드레이어에서 버사의 오빠가 경영하는 자메이카 포도주 공장 대리인인 제인의 삼촌에게서 온 것이다.”(수산 마이어) 다락 속에 갇혀 사는 ‘미친 여자’인 버사 로체스터는 식민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그런 버사를 제인은 비인간적으로 바라본다.
“어떤 사람이 깊은 어둠 속에 그 방의 먼 끝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언뜻 보아 짐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네발로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이상하고 사나운 짐승처럼 할퀴며 신음했다. 그러나 그것은 옷을 입고 있었고, 갈기같이 어두운 회색의 거친 머리다발을 풀어헤치고 머리와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제인 에어』)
이러한 분위기는 식민지인인 버사와 결혼한 로체스터가 미친 아내와 사느니 차라리 자살을 생각하게 된 “유황 같은 서인도의 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는 데서도 느껴진다.
“침대에서 잠을 이룰 수 없어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소. 공기는 유황의 증기 같았고 -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만한 것은 아무데도 없었소. 모기가 자꾸 들어와서 방안을 음산하게 앵앵 소리내며 떠돌고 있었소. 방에서 바다 소리가 들려왔는데 지진처럼 우둔하게 울리고 시커먼 구름이 그 위를 덮고 있었소. 달은 뜨거운 대포 포탄처럼 크고 붉게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참이었소 - 그것은 폭풍을 받아 떨고 있는 이 세상에 최후의 피 같은 시선을 던졌소. 나는 이 광경과 분위기에 신체적인 영향을 받았소. 내 귀는 미친 여자가 더욱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퍼붓는 악담으로 가득찼었소.”
이런 점들은 이 소설이 탈식민주의 텍스트로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의 인용에서 버사가 등장하자 제인은 지금까지 숨겨진 것을 보게 되며 의문스런 생각들이 해결된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구절에서 제인 자신이 본 것을 기술하는 것을 보면 피식민 주체에 대한 취급을 알 수 있다. 제인의 눈에 버사는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어두움 속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어떤 이상한 동물처럼 보인다. 고아 신세에서 부와 결혼까지 이르는 페미니스트적 여인 제인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서 식민지 자메이카는 존재하고, 식민지인 버사 로체스터가 존재한다.
[출처] 『제인에어』: 순애보의 페미니즘과 해석의 다양성 (문예창작과 극작과 입시 전문 교육기관-ICLA-) |작성자 시경
이 소설이 게이츠헤드로부터 시작하여 퍼딘으로까지 이어지는 장소적 이동과 제인의 성장에 따른 성장소설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 연령에 이르러 불구가 된 로체스터와 결혼하기에 이르는 과정은 한 여성으로서의 성장 소설의 면모를 보여주는 바가 없지 않다. 버사 로체스터가 다락방에서 앞뒤로 달리는 모습은 제인이 10살 때 빨간방에 갇혔던 일을 연상시켜준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이 페미니즘의 정전(canon)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소설적 측면에서 볼 때 어린 시절, 로우드 스쿨의 시절, 로체스터의 집에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인은 불합리에 대한 반항의 기질, 부당함에 대한 항거의 기질을 기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가정 안에 갇혀 살아가는 여성들의 맥락에서 보면 남성과 동등한 성취와 경험의 기회를 갈구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더욱 구체적으로 보면 어릴 적부터 고모의 집에 살게된 제인은 고모로부터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사촌들에게서도 괴롭힘을 당한다. 제인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모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것이다. 나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것이고 앞으로는 고모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로우드 스쿨에서는 교장인 브로클허스트가 고모를 대신한다.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인물의 전형은 그 교장과 함께 템플 선생과 또래의 헨렌과의 교류는 제인을 한 단계 성숙하도록 하는 경험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학교를 떠나기를 원한다. 제인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정교사로서 로체스터의 저택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제인은 이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한다. 제인은 옥상에서 무료함을 달래며 남성과 동등한 성취와 경험의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제인은 남성과 같이 자유롭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로체스터 곁에 머물면서도 항상 행복할지 의문한다. 이렇듯 소설에서 시종일관하는 측면은 이 소설을 페미니즘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한편 이 소설은 인종주의적 혐의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소설이 페미니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록 제인을 개방된 생각을 가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페미니즘적 특성을 갖춘 존재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여성의 범위가 이 소설에서는 ‘교육받은 백인’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제인의 행동은 오로지 그 자신의 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요소에 의해서 작동되었다고 보기 시작할 때 이 소설은 또한 탈식민주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이 소설에 인종주의적 혐의를 두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소설에서 에드워드 로체스터는 처음 자메이카 출신의 버사와 결혼해 3만 파운드의 돈을 얻어 손필드에서 부유한 생활을 한다. 제인 역시 먼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는데 이 역시 식민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마드레이어에서 버사의 오빠가 경영하는 자메이카 포도주 공장 대리인인 제인의 삼촌에게서 온 것이다.”(수산 마이어) 다락 속에 갇혀 사는 ‘미친 여자’인 버사 로체스터는 식민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그런 버사를 제인은 비인간적으로 바라본다.
“어떤 사람이 깊은 어둠 속에 그 방의 먼 끝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언뜻 보아 짐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네발로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이상하고 사나운 짐승처럼 할퀴며 신음했다. 그러나 그것은 옷을 입고 있었고, 갈기같이 어두운 회색의 거친 머리다발을 풀어헤치고 머리와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제인 에어』)
이러한 분위기는 식민지인인 버사와 결혼한 로체스터가 미친 아내와 사느니 차라리 자살을 생각하게 된 “유황 같은 서인도의 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는 데서도 느껴진다.
“침대에서 잠을 이룰 수 없어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소. 공기는 유황의 증기 같았고 -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만한 것은 아무데도 없었소. 모기가 자꾸 들어와서 방안을 음산하게 앵앵 소리내며 떠돌고 있었소. 방에서 바다 소리가 들려왔는데 지진처럼 우둔하게 울리고 시커먼 구름이 그 위를 덮고 있었소. 달은 뜨거운 대포 포탄처럼 크고 붉게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참이었소 - 그것은 폭풍을 받아 떨고 있는 이 세상에 최후의 피 같은 시선을 던졌소. 나는 이 광경과 분위기에 신체적인 영향을 받았소. 내 귀는 미친 여자가 더욱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퍼붓는 악담으로 가득찼었소.”
이런 점들은 이 소설이 탈식민주의 텍스트로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의 인용에서 버사가 등장하자 제인은 지금까지 숨겨진 것을 보게 되며 의문스런 생각들이 해결된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구절에서 제인 자신이 본 것을 기술하는 것을 보면 피식민 주체에 대한 취급을 알 수 있다. 제인의 눈에 버사는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어두움 속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어떤 이상한 동물처럼 보인다. 고아 신세에서 부와 결혼까지 이르는 페미니스트적 여인 제인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서 식민지 자메이카는 존재하고, 식민지인 버사 로체스터가 존재한다.
[출처] 『제인에어』: 순애보의 페미니즘과 해석의 다양성 (문예창작과 극작과 입시 전문 교육기관-ICLA-) |작성자 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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