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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는 50년대를 연상시킨다. 조라의 투명 비닐의상은 60년대의 모드이고 프리스는 80년대의 펑크 스타일을 걸치고 나온다. 타이렐사의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를 지시하고 세바스치안의 집은 19세기 유럽풍이며 경찰서는 20세기, 그리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21세기를 언급한다. 또한 세바스치안의 집안은 인조인간의 자연사 박물관처럼 어설픈 자동인형부터 타이렐사의 최신모델인 넥서스6를 동시에 보여준다. 의상과 공간의 나열을 통해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암시하지 않고, 어떤 것의 반복동일성(Immergleichheit)을 지시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철학은 질적 단절을 지시하는 역사학이 아니라, '-으로부터 멀지 않음'을 지칭하는 사회학에 더 가깝다.
데카드가 인조인간일지도 모르고, 인조인간 로이가 인간에 가까워지면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 자체가 허구적인 것이 된다. 진정한 기억과 이식된 기억 사이의 경계도 허구적이 된다. "데카드 또한 레첼처럼 인조인간이다"라는 명확한 결론을 이 영화에서 이끌어내는 것은 허망하다. 영화는 무엇은 무엇이다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명증한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무엇과 무엇의 구별선의 명확성이 허구적인 것으로 변모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복수의 자아, 가상의 자아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들은 인간-기계 정신에 의해 규정된다는 동일성을 지닌다. 이것이 사이보그화의 변증법이다. 사이보그화는 이미 보편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 그리고 인터넷 게임 속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확인된다. 점점 강화되는 기술의존성의 결과로 생겨나는 인간학적 변화 속에서 그리고 이미 사이보그화된 과학에서도. 사이보그 현상은 할리우드 필름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사이보그화는 발견된다. 사이보그는 1) 인간과 기계의 신체 융합 형태 2) 인간과 기계적 정신의 융합 형태. 1)을 만들어 내는 것은 2)이다.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표시가 아니다. 나는 매일 기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냅스터(Napster)에 접속을 하면 컴퓨터는 나의 컴퓨터를 나와 동시에 냅스터에 접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컴퓨터와 연결시켜준다. 내가 컴퓨터를 켜고 냅스터에 접속하는 그 순간부터 기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내가 누군가와 네트화된 컴퓨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생각은 허구이다. 기계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뿐이지만 기계를 통해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미 기계의 연장이다. 생각하는 기계는 미래학이 아니다. 로그 인을 하는 순간 나는 기계의 생각하는 부분이 된다. 이식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은 레첼뿐만이 아니다. 진정한 기억이라고 믿고 있는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은 이식된 기억으로부터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다. 나의 이식된 기억 혹은 유년시절의 진정한 기억: "아이스크림은 해태∼ 아이스크림은 해태∼",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반복되는 광고와 드라마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의식 속에 남고, 우리들은 외부에서 주입된 의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생명연장을 꿈꾸는 인조인간처럼 영생을 소원하는 사람들은 주름살 방지 크림을 찾아 헤매고, 기꺼이 비아그라를 위해 지갑을 연다. 나의 기억은 더 이상 나의 기억이 아니다. '황신혜 머리핀'을 하고 '김남주 시계'를 차고 '김혜수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웅성대는 2001년의 서울은 이식된 기억을 갖고 있는 인조인간에 의해 정복당한 공간이다. 우리는 모두 인조인간이다.
참고 문헌
Descartes, Rene(1997a),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 이현복역, 성찰, 문예출판사.
Descartes, Rene(1997b), La recherche de la verite par la lumiere naturelle, 이현복역, 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탐구, 문예출판사.
Dick, Philip K.(1997), Tr umen Androiden von elektronischen Schafen?, Haffmans.
Geier, Manfred(1999), Fake. Leben in k nstlichen Welten. Mythos Literatur Wissenschaft, Rowohlts.
Hayles, N. Katherine(1997), Seductions of Cyberspace, in: 홍성태편, 사이보그, 사이버 컬처, 문화과학사.
Kamper, Dietmar(1991), Der Januskopf der Medien. sthetisierung der Wirklichkeit, Entr stung der Sinne, in : Florian R tzer(hrsg.), Digitaler Schein. sthetik der elektronischen Medien, Suhrkamp.
Kr mer, Sybille(1997), Vom Mythos K nstliche Intelligenz zum Mythos K nstliche Kommunikation oder: Ist eine nicht - anthropomorphe Beschreibung von Internet-Interaction m glich?, in: Stefan M nker/Alexander Roesler(hrsg.), Mythos Internet, Suhrkamp.
M nker, Stefan
(1997), Was hei t eigentlich virtuelle Realit t. Ein philosphischer Kommentar zum neuesten Versuch der Verdopplung der Welt, in: Stefan M nker/Alexander Roesler(hrsg.), Mythos Internet, Suhrkamp.
Penny, Simon(1997), 계몽기획의 완성으로서의 가상현실, in: 홍성태편, 사이보그, 사이버 컬처, 문화과학사.
Rorty, Richard(1997), Der Spiegel der Natur. Eine Kritik der Philosophie
데카드가 인조인간일지도 모르고, 인조인간 로이가 인간에 가까워지면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 자체가 허구적인 것이 된다. 진정한 기억과 이식된 기억 사이의 경계도 허구적이 된다. "데카드 또한 레첼처럼 인조인간이다"라는 명확한 결론을 이 영화에서 이끌어내는 것은 허망하다. 영화는 무엇은 무엇이다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명증한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무엇과 무엇의 구별선의 명확성이 허구적인 것으로 변모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복수의 자아, 가상의 자아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들은 인간-기계 정신에 의해 규정된다는 동일성을 지닌다. 이것이 사이보그화의 변증법이다. 사이보그화는 이미 보편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 그리고 인터넷 게임 속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확인된다. 점점 강화되는 기술의존성의 결과로 생겨나는 인간학적 변화 속에서 그리고 이미 사이보그화된 과학에서도. 사이보그 현상은 할리우드 필름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사이보그화는 발견된다. 사이보그는 1) 인간과 기계의 신체 융합 형태 2) 인간과 기계적 정신의 융합 형태. 1)을 만들어 내는 것은 2)이다.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표시가 아니다. 나는 매일 기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냅스터(Napster)에 접속을 하면 컴퓨터는 나의 컴퓨터를 나와 동시에 냅스터에 접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컴퓨터와 연결시켜준다. 내가 컴퓨터를 켜고 냅스터에 접속하는 그 순간부터 기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내가 누군가와 네트화된 컴퓨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생각은 허구이다. 기계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뿐이지만 기계를 통해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미 기계의 연장이다. 생각하는 기계는 미래학이 아니다. 로그 인을 하는 순간 나는 기계의 생각하는 부분이 된다. 이식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은 레첼뿐만이 아니다. 진정한 기억이라고 믿고 있는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은 이식된 기억으로부터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다. 나의 이식된 기억 혹은 유년시절의 진정한 기억: "아이스크림은 해태∼ 아이스크림은 해태∼",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반복되는 광고와 드라마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의식 속에 남고, 우리들은 외부에서 주입된 의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생명연장을 꿈꾸는 인조인간처럼 영생을 소원하는 사람들은 주름살 방지 크림을 찾아 헤매고, 기꺼이 비아그라를 위해 지갑을 연다. 나의 기억은 더 이상 나의 기억이 아니다. '황신혜 머리핀'을 하고 '김남주 시계'를 차고 '김혜수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웅성대는 2001년의 서울은 이식된 기억을 갖고 있는 인조인간에 의해 정복당한 공간이다. 우리는 모두 인조인간이다.
참고 문헌
Descartes, Rene(1997a),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 이현복역, 성찰, 문예출판사.
Descartes, Rene(1997b), La recherche de la verite par la lumiere naturelle, 이현복역, 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탐구, 문예출판사.
Dick, Philip K.(1997), Tr umen Androiden von elektronischen Schafen?, Haffmans.
Geier, Manfred(1999), Fake. Leben in k nstlichen Welten. Mythos Literatur Wissenschaft, Rowohlts.
Hayles, N. Katherine(1997), Seductions of Cyberspace, in: 홍성태편, 사이보그, 사이버 컬처, 문화과학사.
Kamper, Dietmar(1991), Der Januskopf der Medien. sthetisierung der Wirklichkeit, Entr stung der Sinne, in : Florian R tzer(hrsg.), Digitaler Schein. sthetik der elektronischen Medien, Suhrkamp.
Kr mer, Sybille(1997), Vom Mythos K nstliche Intelligenz zum Mythos K nstliche Kommunikation oder: Ist eine nicht - anthropomorphe Beschreibung von Internet-Interaction m glich?, in: Stefan M nker/Alexander Roesler(hrsg.), Mythos Internet, Suhrkamp.
M nker, Stefan
(1997), Was hei t eigentlich virtuelle Realit t. Ein philosphischer Kommentar zum neuesten Versuch der Verdopplung der Welt, in: Stefan M nker/Alexander Roesler(hrsg.), Mythos Internet, Suhrkamp.
Penny, Simon(1997), 계몽기획의 완성으로서의 가상현실, in: 홍성태편, 사이보그, 사이버 컬처, 문화과학사.
Rorty, Richard(1997), Der Spiegel der Natur. Eine Kritik der 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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