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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물론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상쩍은 반성으로 인해 연지는--작가도 마찬가지이다--이 작품의 앞부분에서 행해졌던 문제제기--도대체 왜 이 꿋꿋하고 정당한 주인공이 실패했는가--마저 회피한 채 ‘똑똑한 여자의 중대한 착오’를 운운으로 문제를 오도하고 만다. 이러한 연지의 한계는 그녀가 이혼을 단행한 후‘서있는 여자’로서 꿈꾸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연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확실한 내 영역을 지니고.”라고 곳곳에서 절규한다. 확실한 내 영역--여기에 이르면,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 영역의 협소함과 배타성에 혐오를 느꼈던 것은 까맣게 잊고, 결국 아버지가 가진 것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된다. 남녀가 바뀌었다는 것 이외에는 다시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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