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소개글

남자의 탄생 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나를 분해하는 작업 - 내 안의 권위주의를 찾아서




거칠게 시작한 서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처음부터
아빠
겸손의 오만
스텝포드 와이프
조pd 친구여
US ARMY
POWER GAME
군대는 정말 쓸 데 없는 곳이다?
1시간 + 1시간 실마리

본문내용

필요 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군대는 쓸 데 없는 곳이니까 다른 공부를 많이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파격적인 조치를 했음에도 내가 항상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했다. 무기분해조립을 할 때도 완벽한 척했고 후임들도 그것을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태도는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다른 고참들도 그리고 내 후임들도 그들의 후임에게 거짓말을 보태가면서라도 항상 ‘자신이 완벽’한 척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은 빠지지 않은 군인이라는 것을 후임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으며 그것이 여의치 않았을 땐 ‘내가 이등병 때는...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완벽성을 주장했다. 결국 후임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권위주의적으로 변해 가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결국 계급이 많이 높아졌을 때 방금 들어온 신병과는 내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기가 찬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열렸다고 억지로 우기더라도 신병은 나를 하늘과 같이 대했으므로 솔직하고 인간다운 대화는 전혀 불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어느새 내가 가장 싫어하던 그 고참과 비슷해져 버렸다.
군대에서의 나는 완전히 군인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니라고 매일 우겼던 거이었다. 혹시 남성과 여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소름이 쫙 돋는다.
1시간 + 1시간 실마리
어제 여자친구와 1시간동안의 대화는 500일이 넘은 여자친구와 처음 해보는 대화였다. 우선 레포트 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좀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러는 데 넌 어떻게 생각해?‘ 내 질문에 대해서 갑자기 여자친구의 말이 많아졌다. 나도 흥이 나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여자가 생각하는 이상형이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형과 어떻게 다른지 그런 것에 대해서 1시간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게 토론(?)했다. 토론을 하면서 내가 가지는 여성상이라는 것이 극소수의 성녀 같은 청순 가련한 여자와 심하게 말해서 내가 하룻밤만 같이 해도 전혀 죄가 되지 않는 대다수의 비하된 여자들로 나뉘는 것에 대비해 여자친구는 남자에 대해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참 많은 발전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가서 또 내가 혹시 어릴 때 어땠을 지를 물어보고 ‘엄마는 혹시 나보다 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는 조금 민감한 질문까지 그리고 동생과 나를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1시간동안 재미있게 한편으로는 숨막히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혹시 ‘남자의 탄생’이 이런 과정을 밟아서 쓰여지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이런 대화를 통해서 어떤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 communication이다.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하고 분석을 해봐도 여성의 입장과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내가 먼저 그런 민감하고 어색한 이야기를 꺼냄으로서 드디어 이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성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처봤자 남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대화는 500일 동안에도 내 인생을 통 털어서 시도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이런 쑥쓰러운 시도에 대해서 여성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마치 친한 또래 여자들과 수다를 떨 듯이 나에게 그런 것에 대해서 잡다한 것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성이 ‘동굴 속 황제’가 된 것은 의사소통-특히 성에 관한-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만약 진작부터 그런 의사소통이 있어 왔다면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전까지 왜 ‘남자의 탄생’이라는 책이 박수를 받아왔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못했는데 이런 면에서 이 책은 communication을 시도한 것에서 높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나의 여자친구와 어머니와 같이 말이 많아졌고 뭔가 얘기를 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 아직도 나한테 많은 권위적인 요소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숨어서 잘 안보일 때도 있지만 잠재적으로는 항상 존재해왔음을 절실히 느꼈다.
정말 길고 길었던 레포트다. 거의 일주일동안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글을 쓰면서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나의 권위주의라는 것이 아직 깨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깨지지 않았다. 꽤 고생했는데 별로 소득이 없으니까 조금 허탈하긴 하다. 하지만 방법을 알았다는 것은 정말 큰 성과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여성들과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를 배운 것은 내가 고민한 시간들을 보상해 주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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