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어둡고 좁고 흐릿한 인생
2. 빈곤 이주의 궤적
3. 죽음에도 불평등이
4. 평생의 반려자, 장애와 질병
5. 여자는 남자보다 가난하다
6. 알 수 없는 도움
2. 빈곤 이주의 궤적
3. 죽음에도 불평등이
4. 평생의 반려자, 장애와 질병
5. 여자는 남자보다 가난하다
6. 알 수 없는 도움
본문내용
정도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도 없다. 30대의 딸이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대학교를 졸업해 간호사로 일하는 딸은 월 100만원을 겨우 벌 뿐이다. 오랜 식당일에 김씨의 손가락은 굽어 있다. 그 손가락으로 아무리 꼽아보아도 살아갈 방도가 없다.
왼쪽 눈으로 겨우 세상을 보는 폐암 환자 박금자(가명)씨는 암 치료조차 수월치 않다. 항암제인 하얀색 알약은 한 달치 30개에 180만원이나 했다. 1년 동안 약을 먹었더니 네 딸이 모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박씨는 죽을 각오로 3개월간 약을 끊었다. 병원은 그제야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국산 복제약으로 바꿔주었다. 동사무소에서도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약값이 한 달 몇 만원으로 줄었다.
몇 달 전, 막내사위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좋은 일이다. 좋지 않은 일도 생겼다. “막내사위가 수입이 있으니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막내딸은 자식이 둘이고 빚까지 있다. 막내사위가 벌어오는 150만원의 월급으론 저희들 살기도 어렵다. 박씨는 동사무소에 가서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봤다. 간신히 의료급여 혜택을 유지했다.
여태껏 못 본 곱고 귀한 것
앞으로 다른 딸, 다른 사위가 또 직장을 구한다면 몸부림치는 울음으론 부족할 것이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래도 입에 무료 점심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박씨는 삐거덕거리는 현관문을 열어 남편이 홀로 앉은 좁은 방으로 돌아간다. 박씨의 눈앞에서 세상은 항상 희뿌옇다. 눈을 뜨나 감으나 마찬가지다. 방에 누워 바라본 천장은 흐릿하다. 칠십 평생 곱고 귀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눈을 박씨는 그냥 감아버린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과제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근로빈곤층의 취업잠재력 개발과 이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는 일자리 창출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공급중심의 정책만으로 실질적인 취업 및 탈빈곤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의 고용파괴 현상과 저숙련노동자의 실업문제는 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서비스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근로빈곤층의 취업능력을 개발하는 정책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 즉, 저숙련비숙련상태의 노동인구를 반숙련의 노동인구로 개발하는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제도의 사각지대는 근로빈곤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근로빈곤층은 고용상태의 불안전성 때문에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들은 일자리 상실과 동시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높은 집단인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근로빈곤층 중 공공부조제도를 통해 소득보장을 받는 계층이 전체 근로계층의 ⅓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빈곤화된 계층 대부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근로빈곤층 문제는 취업지원과 더불어 소득보장체계의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 소득보장과 근로유인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현재 우리 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개방된 경제환경속에서 노동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지 않고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복지 공백기는 우리 사회보장체계로 하여금 급변하는 사회경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점에서 사회보장체계 강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사회보장체계 강화를 위한 지출증가가 부의 창출여건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보장 체계전반에 걸쳐 제도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사회지출 증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왼쪽 눈으로 겨우 세상을 보는 폐암 환자 박금자(가명)씨는 암 치료조차 수월치 않다. 항암제인 하얀색 알약은 한 달치 30개에 180만원이나 했다. 1년 동안 약을 먹었더니 네 딸이 모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박씨는 죽을 각오로 3개월간 약을 끊었다. 병원은 그제야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국산 복제약으로 바꿔주었다. 동사무소에서도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약값이 한 달 몇 만원으로 줄었다.
몇 달 전, 막내사위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좋은 일이다. 좋지 않은 일도 생겼다. “막내사위가 수입이 있으니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막내딸은 자식이 둘이고 빚까지 있다. 막내사위가 벌어오는 150만원의 월급으론 저희들 살기도 어렵다. 박씨는 동사무소에 가서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봤다. 간신히 의료급여 혜택을 유지했다.
여태껏 못 본 곱고 귀한 것
앞으로 다른 딸, 다른 사위가 또 직장을 구한다면 몸부림치는 울음으론 부족할 것이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래도 입에 무료 점심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박씨는 삐거덕거리는 현관문을 열어 남편이 홀로 앉은 좁은 방으로 돌아간다. 박씨의 눈앞에서 세상은 항상 희뿌옇다. 눈을 뜨나 감으나 마찬가지다. 방에 누워 바라본 천장은 흐릿하다. 칠십 평생 곱고 귀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눈을 박씨는 그냥 감아버린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과제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근로빈곤층의 취업잠재력 개발과 이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는 일자리 창출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공급중심의 정책만으로 실질적인 취업 및 탈빈곤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의 고용파괴 현상과 저숙련노동자의 실업문제는 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서비스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근로빈곤층의 취업능력을 개발하는 정책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 즉, 저숙련비숙련상태의 노동인구를 반숙련의 노동인구로 개발하는 정책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제도의 사각지대는 근로빈곤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근로빈곤층은 고용상태의 불안전성 때문에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들은 일자리 상실과 동시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높은 집단인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근로빈곤층 중 공공부조제도를 통해 소득보장을 받는 계층이 전체 근로계층의 ⅓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빈곤화된 계층 대부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근로빈곤층 문제는 취업지원과 더불어 소득보장체계의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 소득보장과 근로유인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현재 우리 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개방된 경제환경속에서 노동의 질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지 않고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복지 공백기는 우리 사회보장체계로 하여금 급변하는 사회경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점에서 사회보장체계 강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사회보장체계 강화를 위한 지출증가가 부의 창출여건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보장 체계전반에 걸쳐 제도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사회지출 증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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