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에 대한 시공간적 연구 -오감(五感)을 통한 분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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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낙원상가에 대한 시공간적 연구 -오감(五感)을 통한 분석을 중심으로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없지만 선지라도 그득 담아주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벽에 붙여놓은 신문기사를 보니, 이 가게가 여기선 가장 오래된 듯싶다. 그 오랜 세월동안 매일매일 가마솥 한 그득 국을 끓였을 테니, 이곳 상인들이나 주변 노동자들은 변하지 않는 그 밍숭맹숭한 국밥을 수년, 수십 년 동안 먹어왔을 것이다. 아, 국밥 한 그릇 생각난다.
다시 낙원을 방문했을 때는 그 날 일과를 다 마치고 머리고기 한 접시에 소주한잔 기울였다. 머리고기 한 접시에 3000원, 소주까지 5000원이었나? 부담을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다. 여기저기 연골도 붙어있어서 먹을 때 마다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났다. 소주 한잔에 고기 두어 점… 넷이서 둘러앉아 한참을 먹고서야 접시가 바닥이 났다. 허기진 배보다 마음이 더 채워지는 자리였다.
○ 촉각
낙원상가 건물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이쪽에서 만진 콘크리트와 길 건너편에서 만지는 콘크리트와 이어져 있기도 하다는 걸, 머리로 안다. 그런데 건물이 너무 크고 넓어서 그런지, 그사이에 도로가 있어서 그런지, ‘건물 안에 뭔가 다른 게 갇혀들어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계단으로 내려가서 지하시장 곳곳을 돌아다닌다. 분식점에서 먹은 김밥 한 줄은 1500원. 젓가락은 미끌미끌했다. 분식 집 앞의 가게에서 눈에 익은 캐러멜을 만지작거렸다. 1000원 치를 샀다. 밖에서도 사 본 적이 없는 것이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해 주시는 손길에서 많이 주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은 봉지에 캐러멜을 넣은 채로 낙원상가를 돌아다녔다. 내 손에 느껴지는 무게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조금씩 가벼워 졌을 것이다.(걸으면서 계속 먹었다) 인터뷰 때 시장 아주머니께서 ‘낙원상가는, 망치로 갖다 때려도 부서지지 않을’건물이라고 하셨는데, 시장 안의 기둥을 만져봤을 때 그런 생각까지 들지는 않는다. 아무튼 내가 만지고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이 거대하고도 기괴한 건물을 구성하고, 그렇게 버티고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단단하고 우두커니 느껴지기는 했다. 말씀을 하셨던 73세의 강씨 아주머니는 낙원상가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시장에서 식료품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 시절의 겨울에도 이랬다고 하셨다. 바깥에는 꽤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 이 곳 지하시장에는 은근한 온기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아저씨 한 분은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다고 하셨다, ‘백화점처럼 진열된 맛은 없지만…’이라고 덧붙이시면서. 이런 느낌은 바깥의 시장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예나 지금이나, 그곳이 지하라서 느끼는 답답함은 있었을 것 같다. 아저씨께서 실제로 답답한 느낌이 있고 공기가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고 하셨다. 악기상가에, 도로에, 아파트까지 얹고(!)있는 지하시장이란 걸 알고 나서부터, 나 역시 왠지 모르게 눌리는 느낌이 든다. 1층으로 올라와서 도로변의 낙원상가 벽을 만져본다. 손바닥에 까만 것이 묻었다, 먼지인지 매연인지.. 낙원상가의 위치가 서울의 중심부이다 보니 지금껏, 수많은 차들이,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녔을 도로다. 도로변 벽에 잠시 손바닥을 대었던 낙원상가의 상인, 또는 주변 주민이라면 이후로 손바닥을 펴서 대는 일이 없도록 조심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층의 악기 상가에서는 사지도 않을 악기들을 만져 본다. 기타도 스윽 건드려보고, 이곳저곳에서 피아노 건반도 두드려 본다. 두 번째 인터뷰에서 <국제피아노> 아주머니께서, 낙원상가에서는 다른 상가들과 달리 한 가게에서 수리하기 힘든 악기가 있으면 다른 가게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수많은 악기들은, 가게 주인이나 손님들의 손길만이 아닌 이웃 가게 사람들의 조율과, 수리, 광택을 내는 작업 등을 거쳤을 것이다. 그래서 낙원상가의 (중고)악기들이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악기들보다 더 빛나고 값진 측면이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빛나는, 진열대의 기타를 동경하며 그저 가게 유리를 만지작거리기도 할 ‘낙원키드’를 떠올리며 가게 유리에 손가락을 대고 잠시 동안 걸었다.
결론
김홍준 감독의 영화 <정글 스토리>에서 주인공 윤도현은 오직 록커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상경한다. 서울에 도착한 그가 취직하는 곳이 바로 낙원상가이다. 6, 70년대 수많은 악사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낙원상가에 모였듯이 윤도현도 음악에 뜻을 품고 악기상가에 취직한 것이다.
3개월간 때론 경비에게 제지당하고 때론 새로운 발견에 감탄하며 우리는 낙원상가에 정이 들었다. 아니, 그저 정이 들었다는 표현보다는 (연구 이전에도 어느 정도 그랬지만) 낙원상가의 가족 혹은 ‘낙원상가키드’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연구의 마무리를 오감(五感)으로 택한 것 역시 우리가 혹여나 놓쳤을지 모르는 하나 하나의 감각을 되새겨보며 온몸으로 낙원상가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난 연구와 앞의 본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낙원상가가 가지고 복합적인 문화구조이다. 지하의 형광등부터 악기상가의 할로겐램프까지, 낙원상가 귀퉁이의 지린내부터 극장의 커피향까지 불과 계단 몇 개를 두고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 낙원상가이다.
그래서 낙원상가는 그 자체가 서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서울은 지나친 개발논리의 결과로 조금은 부조화스럽고 기형적인 모습의 대도시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그런 부조화가 다양한 문화가 파생되고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낙원상가도 마찬가지이다. 얼핏 보면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못한 낡은 상가건물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한 악기상이 말했다. “우리가 고궁이나 유적을 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꼭 성급하게 철거해야 하는가.” 분명 현재의 서울은 과거의 실수로 많은 기형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스스로 무너지는 ‘와우 아파트’나 ‘삼풍 백화점’도 아닌 건물을 굳이 성급하게 철거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이기주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한 학기동안 낙원상가를 연구하며 내린 결론은 낙원상가는 여전히 문화적인 장점과 특수성을 가진 채 자신의 가치를 톡톡히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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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5.03.12
  • 저작시기2015.3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95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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