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장인물의 생명력은 K에 의해서 형성되고 그의 영향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다. K가 법정에서 한 발언(감시인들이 그의 아침 식사를 먹었으며, 돈을 가져갔고, 그의 내복을 가져갔다.)으로 인해 K의 감시인, 뵐렘과 프란츠는 ‘태형관’에 의해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K는 이들을 도우려고 하지만 프란츠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그들에게서 도망친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들은 여전히 고문을 받고 있다. 과연 이 내용이 작품에 필요한 부분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분명히 K의 심판에 눈을 고정시킨다면 무의미한 내용이다. 하지만 뵐렘과 프란츠을 살펴본다면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재판소의 구조도 살펴볼 수 있고, 프란츠가 혼자만이라도 구해달라는 대목에서 그의 성격 또한 파악할 수 있다. 작품을 일관된 주제에서 파악한다면 무의미하지만, 이들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인물 하나하나로 파악한다면 다르게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는 K에게 재판에 대해 10페이지에 거쳐 엄청나게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K는 변호사와 해약해 버린다. 변호사는 이 작품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다. 그가 늘어놓은 말은 그의 재판에 어떠한 영향도 행사할 수 없다. 그리고 변호사와 함께 레니가 등장한다. 그녀 또한 처음에는 무언가 알고 있고 또한 K에게 무언가 영향을 줄 거라고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변호사의 정부였다가, 다시 K에게로, 그리고 다시 공장주인에게 넘어가 버린다. K의 심판과는 전혀 독립된 사건이다. 그리고 공장주인 또한 마찬가지로 무의미해 보인다. 그의 역할은 화가를 소개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화가의 역할이 심판에 결정적이냐 그것도 아니다. 변호사, 레니, 공장주인, 화가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작품의 전재와는 무관하다. 만약 카프카가 이 책을 단편으로 쓰고 싶었다면, 이러한 인물들을 제거한다면 그 일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모두 등장시켰다. 우리는 이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K의 삶, 달리 적용하면 우리의 삶이 ‘함께’ 가 아니라 ‘홀로’라는 것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둘러 싸여있지만 K에게 던져진 심판은 그 혼자만의 것이다. 그들은 심판에 대해 알고 있지만 어떠한 해답, 영향조차 줄 수 없다. 단지 우리 주변에 둘러 싸여 있는 그들 모두가 심판의 틀 속에 있는 무언가라고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다.
심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심판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고 재판소는 세상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제야 우리는 심판 속의 공간이 우리의 공간이라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왜 그토록 카프카가 K이외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에 대해 길게 서술했는지 알게 된다. 그는 심판의 일상성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을 끝없이 나열하면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심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심판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고 재판소는 세상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제야 우리는 심판 속의 공간이 우리의 공간이라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왜 그토록 카프카가 K이외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에 대해 길게 서술했는지 알게 된다. 그는 심판의 일상성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을 끝없이 나열하면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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