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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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들어가는 말

2. 『임꺽정』에 대한 독후감

3. 이야기로서의 『임꺽정』

4. 『임꺽정』에 나타난 표현 연구

5.사투리와 계층어 문제

본문내용

는 말투가 몰밀어 똑같으니, 이른바 표준말인 것이다. 서울의 중인(中人) 계급이 쓰던 말.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이 점을 지적 하는 평론가들을 아지까지 한 명도 보지 못하였다. (실제 임형택은 1988년에 한 대담에서 사투리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346)
홍벽초 문학의 위대함에 상처를 내자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조선의 산천과 그 산천 속에서 살 아가던 조선사람들의 마음이며 그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어 나타나게 마련인 살림살이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홍벽초 이후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오늘이기에 안타까움에서 하여보는 말이다. 계급과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언어까지를 짯짯이 살펴서 방 불하게 보여줬더라면 『임꺽정』은 더구나 완벽한 거작(巨作)이 되었을 것이다.11)
사실 이 문제는 그 대상이 『임꺽정』을 쓴 벽초이기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리고 드 당대만 하더라도 아직 조선시대 다양한 계층의 언어습관이 남아있을 터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물 론 소설 속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독서에 적잖이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표준어를 사용할 필요도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특히 임꺽정이 실제 살았 던 시대에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을 반상어의 여러 특징들은 어떤 이유로든 벽초가 고개를 돌린 이상 누구라도 이제는 쉽게 '재현'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강영주는 윤원형이 그의 형 윤원로에게 같은 양반지간이라도 제 직품이 더 높으니 남 앞에서는 존대말을 쓰라고 하여 말다툼을 하는 장 면을 주의깊게 살피는데, 김성동은 물론 이보다 더 정교한, 당대 우리말의 재현을 요구하고 있다. 벽초가 왜 상소리나 방언을 쓰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임형택은 당시 식민지 상황에서 민 족언어로 언어를 재통합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많다고 추측한다.(347) 물론 그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왕 우리말의 '보고'니 '대수 해'니 '어광구'니 하는 극찬을 받는 『임꺽정』이고 보면 오늘의 독자 처지에서 여전히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한 계급에서도 집단에 따라 또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그들이 상용하는 말이 다른 것은 주지의 사 실이다. 이른바 '변말'이 그것인데, 조풍연은 1920년대 서울 소시장에서 사용되던 변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12) 15원=합두껑 쇠머리=게냥 쇠발=딛음 눈=저울 기름진 소=색시 좋다 『임꺽정』에서는 이런 식의 변말 또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도둑 오가가 '장내기' '뜨내기' '집 뒤집' '원뒤짐' '까막뒤짐' 하는 식으로 도둑질의 형태를 설명하는 부분(강영주, 375 참조)은 그것 자체로 변말은 아니다. 가령 임꺽정이 소백정일을 하고 봉단이네가 고리백정일을 하는 만큼 적어 도 그 부분에서 백정들의 특이한 변말을 썼다면 그만큼 소설의 리얼리티가 살아났을 것이다. 하 지만 변말은 그것대로 특정한 노동(노름까지 포함하여!)을 하는 집단에서 주로 통용되는 것인데, 이 점에서 도둑질을 빼고는 노동 과정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는 『임꺽정』은 처음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임꺽정』이 백정 출신 임꺽정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전체 소 설 속에서 소잡는 광경은 딱 한번 선이가 사위 돌이를 일시키는 대목(1-219)에 나올 뿐이다. 농삿 일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굳이 변말이 아니더라도 노동과정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는 점은(도둑질하는 장면, 무당굿하는 장면, 기생 오입질하는 장면 등과 비교해 보라) 『임꺽정』의 또하나 중대한 약점에 속할 것이다.
6. 마지막 남는 문제
언어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천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영상매체의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 등을 통해 각 민족 언어의 경계선마저 쉽게 허물어뜨리고 있다. 의사소통의 필요성 때문에 단일한 공통언어에 대한 요구도 증대되며, 영어는 이미 그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학이 언어를 수단으로 삼는 이상 이러한 변천 과정을 외면하거나 그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해서 는 안된다. 하지만 문학은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것을 통하여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속성을 지니는데, 이때 개별적인 것은 당연히 민족언어의 특수성까지도 포함한다. 아무리 언어의 경계선 이 과거보다 많이 허물어졌다고 해서 민적언어의 고유한 특성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없는 일이거 니와 그래서도 안된다. 민족문학은 이러한 민족언어의 고유한 보람을 찾는 일에 절대적으로 헌신 해야 한다.
『임꺽정』을 다시 읽으면서, 특히 그것이 보여주는 우리말 어휘와 그 표현법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면서,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한 기왕의 평가들이 빈 말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 다. 『임꺽정』에 나타나는 놀랍도록 풍부한 우리말 어휘와 사실적이고 당연히 구체적인 표현들 은 민족언어가 과연 어느 정도로 문학적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뿌듯한 자신감마저 안겨준 다. 그러나 그것을 '날것' 그대로 오늘의 소설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리얼리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오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꺽정』을 읽어야 한다고 명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가령 물질과 속도와 양이 지배하는 오늘의 '리얼리티'가 『임꺽 정』의 우리말 표현이 지니는 여유와 능청과 과장 따위를 어떻게 용납할 텐가. 이미 지금의 우리 말은 "하였다"가 아니라 "했다"의 시대로, 한번 마이크를 붙잡았다 하면 10년 20년은 꿀꺽 장기집 권했던 이미자나 남진이 아니라 6개월마다 한번씩 인기가수가 교체되는 이른바 Ref나 룰라의 시 대로 접어든 지 오래이며, 이러한 축약은 그것대로 엄청나게 빠른 가속도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부닥치는 이러한 식의 '비정한' 리얼리티와 민족언어의 고유한 보람 사이의 갈등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민족언어의 고유한 보람을 이어나갈 것인 가 하는 마지막 문제만 남는다. 우리 앞에, 아직 대소설가 홍명희조차 '복권'시키지 못하고 나아가 당대 민중의 정서를 누구보다도 절묘하게 그려낸 또 한 사람의 소설가 황석영을 여전히 감옥에 가두고 있는 우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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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2.07.26
  • 저작시기2002.07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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