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시각에서 바라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 Portia를 중심으로

목차

서론

본론

결론

본문내용

6-233)
이 대목에서 셰익스피어는 포오셔를 파격적인 페미니스트로 설정함으로써 모순된 사회 관념을 고발한다. 왜냐하면 남편이 부정을 하면 아내도 똑같이 부정한 짓을 하겠다는 발언은 부부의 성평등 선언으로 일반적으로 결혼의 맹세를 여자에게만 강요하던 당시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의 기초를 흔드는 엄청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반지 사건으로 야기된 포오셔의 성평등 발언이 단순히 바사니오에 대한 가정에서의 우위권을 차지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남성간의 우정을 뛰어 넘어 극중에서 마치 사랑으로까지 착각을 일으키는 바사니오와 안토니오와의 관계에서 안토니오로 부터 남편에 대한 자신의 우위권을 두고자 하는 포오셔의 전략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남편이 하는 맹세를 안토니오가 보증을 섬으로써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안토니오가 보증을 서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포오셔는 반지를 지난번보다 더 잘 간수하라(give him this, / And bid him keep it better than the other. Ⅴ.i.254-255)는 말을 하고 안토니오로 하여금 반지를 바사니오에게 주게 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이들 부부의 보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한다. 안토니오는 이제 바사니오로 하여금 결혼에 충실하는 성실한 남편이 되도록 돕는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얼떨결에 떠맡게 된 것이다. 결국 안토니오에 대해서도 승리를 거둔 포오셔는 부부관계에서 드디어 확고한 주도권을 찾게 된다. 이와 같이 이 극의 여주인공 포오셔는 그 어떤 여주인공보다도 가부장제 사회속에서 강력한 힘을 소유한 페미니스트로서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강력한 힘은 극중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포오셔는 신적인 존재로까지 칭송을 받게 된다.
결론
지금까지 낭만 희극에 속하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여주인공 포오셔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비극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오델로(Othello)의 데스데모나(Desdemona)처럼 주로 극에서 주변 인물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그의 낭만 희극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르네상스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남자로 변장을 하는 등 비교적 용기와 지식을 갖춘 인물로 그려지고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높다. 그 중에서도 [베니스의 상인]의 포오셔는 단연 으뜸이다. 막강한 힘 - 엄청난 부, 미모, 학식, 용기 등 - 을 소유한 그녀는 극중에서 사건의 유발자이며 또한 해결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기존의 비평이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주로 다루어져 왔다는 것은 서론에서도 밝혔듯이 작품을 절반 밖에 이해하지 못한 셈이 된다.
[베니스의 상인]에는 베니스와 벨몬트라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베니스는 현실적이고 냉정하며 부와 정의를 추구하는 남성의 세계이다. 반면에 벨몬트는 사랑과 조화의 세계이며 낭만적인 여성의 세계이다. 이 극의 제목인 [베니스의 상인]은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남성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베니스의 상인]에는 어머니의 부재, 죽은 아버지의 유언이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장면, 결혼으로 여성이 모든 법적, 인간적 권리를 포기해야만 하는 장면 등 가부장적 요소들이 나온다. 그러나 포오셔는 이를 우회적인 전략으로 때로는 정면으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 저항한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상자 고르기를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는 감미로운 음악도 들려주고 무언의 메세지도 주는 등 가부장제에 저항한다. 그리고 결혼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열등한 바사니오를 배우자로 선택함으로써 가부장제에 도전한다.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이와 같은 포오셔의 저항은 남편인 바사니오에게 계약을 의미하는 반지를 줌으로써 빌미를 마련한다. 안토니오에 관한 소식을 접했을 때는 결혼전의 힘있는 여성으로 돌아가 사건의 주도권을 쥐고 남편인 바사니오에게 명령한다. 더군다나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에 금기시 되었던 변장을 하여 남자들만의 영역인 베니스 법정으로 들어가 해박한 법률 지식과 논리적 변론, 기지 등을 발휘하여 샤일록을 패배시킴으로써 성차별의 모순을 폭로한다. 그리고 바사니오에게 반지를 요구함으로써 일부러 반지 사건을 만들고 바사니오에 대한 우위권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안토니오도 패배시킨다.
결국 포오셔는 정면으로 때로는 고도의 우회적인 전략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가부장제에 도전하였고 그 도전에 승리하여 결혼으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아내 역할이 아닌 새로운 아내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극에서 보여지는 가부장제적 요소들은 당시의 남성 중심적 전통을 보여 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다. 셰익스피어는 포오셔로 하여금 그러한 잔재들에 저항하고 극복케 함으로써 당시의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자 하였다.
[베니스의 상인]의 여주인공 포오셔는 힘있는 이상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당시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 고도의 우회적인 전략과 전술로 때로는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한 지혜로운 페미니스트이다. 포오셔와 같은 파격적인 여성을 창조해 낸 셰익스피어는 여성하면 연약하고 무지하고 수동적으로만 그려졌던 종래의 문학에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강한 페미니스트 상을 제시해 주었다. 비록 여성 운동이 19세기에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300년 전에 이미 셰익스피어는 포오셔라는 여성을 창조하여 페미니스트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였다. 따라서 셰익스피어는 페미니스의 선구자라 하겠다.
그 동안 작품속에서 억압받고 소외당하고 침묵당해온 여성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 페미니즘 비평이 앞으로도 당연시되었던 지배적인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에 회의를 갖고 의문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역할을 계속해서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로까지 부상한 여주인공 포오셔는 셰익스피어 당시 여자의 몸으로 권좌에 올라 정치적 성공을 거두고 영국 국교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엘리자베스 여왕을 생각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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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셰익스피어,   베니스 상인,   Port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