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독교문학에 보는 일본사회와 일본사람 - 엔도오 슈사꾸의 소설을 중심으로
본 자료는 2페이지 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여 주세요.
닫기
  • 1
  • 2
  • 3
  • 4
  • 5
  • 6
  • 7
  • 8
해당 자료는 2페이지 까지만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2페이지 이후부터 다운로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내용

부모들은 연애결혼을 했고 사랑하였다. 그들이 사랑한 서양음악 속에는 무른 찬송가도 들어 있었다. 그들의 가정은 그러므로 늘 기독교적인 사랑과 찬송가로 넘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부모들의 일생에 대하여 <나>는 우습게 보고 있다. 부모들은 진짜 기독교인도 아니고 진짜로 서양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아니었던 것이다. 부모들이 이러한 허위허식을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밝혀나간 것이 <음악입문>인데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단적으로 말하면 이러하다.
기독교라는 일신교를 토대로 하는 서구사회와 문화, 그리고 다신교 또는 범신교적인 일본사회와 문화란 너무나 이질적이다. 그런 이질적인 서구문화를 과연 일본사람들이, 그리고 기독교를 믿는 문인들이 과연 내면화 혹은 체질화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사끼따나 엔도오가 작품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점이다. 말을 바꾸면 기독교인이라는 것과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인문인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민감한 문제의식을 나타내는 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이 문제가 아직은 해결 안된 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아 온 바로는 사까따나 엔도오는 이 문제를 일본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한낮 아폴리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언제까지나 오래도록 넘어서지 못하는 아폴리아로 남을 것인가.
소설<침묵>에서 엔도오가 노린 것은 바로 이 아폴리아를 넘어서는 길의 모색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여 아폴리아의 초극을 시도하였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것이 펠레이라 신부나 로돌리고 사제의 배교행위였던 것이다.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배교를 요구하며 고문하는 토쿠가와 바쿠후의 하급관리들 앞에서 <오라쇼> 곧 기도하는 말을 부르짖고 찬송가를 부르며 배교를 거절한다. 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후미에>라고 불리는 나무판에 박힌, 크리스토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銅版)을 밟는 행위를 끝끝내 거절해야만 한다. 동판을 밟는 행위는 바로 크리스토의 존재를 부인하고 자신이 교인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로돌리고가 본 동판에는 숱한 일본사람들에게 밟혀온 바람에 시커먼 엄지발가락 자취가 남아 있었다. 또한 거기에 새겨진 크리스토의 얼굴도 마멸되고 굽어들어 괴로운 듯이 그를 바라보며 눈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밟으라고, 밟으라고,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하여 내가 존재하고 있는데 아니냐>고. 그런데 굴복한 게 아니었다. 후미에를 하고 배교한 일본인 교인들을 다시금 잡아와서는 귓밥 뒤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놓고 그 구멍과 코와 입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게 한 다음, 좁은 구멍에 거꾸로 달아매는 고문에 못 견뎌 신음하는 소리를 듣게 하는 말하자면 정신적인 고문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문을 받고 괴로워서 내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로돌리고는 피를 토하듯이 수백번 기도했다.
<주여, 당신은 이제야말로 오랜 침묵을 깨뜨려야 합니다. 이제는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정이며 선한 것이며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증명하고 당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이 땅위와 사람들에게 명시하기 위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는 안됩니다>라고.
그러나 신은 여전히 침묵할 뿐이었다. 이 소설의 표제가 여기에서 비롯하고 있음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엔도오는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하는 엄청난 물음에 대한 회답은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로돌리고의 배교행위가 실은 신을 배반해서가 아니라 크리스토는 배교자들에 의하여 발로 밟혀가면서도 그들을 용서하고 있었다는 역설을 통하여 나름대로 일본에서의 서구문화의 토착화에 대한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가격1,600
  • 페이지수8페이지
  • 등록일2005.01.25
  • 저작시기2005.01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83299
본 자료는 최근 2주간 다운받은 회원이 없습니다.
청소해
다운로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