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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Bartleby, the Scrivener (원문)
2. 필경사 바틀비(번역본)
2. 필경사 바틀비(번역본)
본문내용
맡았었다는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이름을 되풀이해서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세련되고 완전한 것을 의미하는 이름이고 황금을 연상시키는 울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마디 덧붙이겠는데, 나는 고 존 제이콥 애스터의 칭찬을 무심하게 들어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조그만 이야기가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우리 사무실의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고 잇었다. 지금은 뉴욕 주에서 폐지되었지만, 옛날의 그 좋은 형평법원장 자리가 나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별로 힘이 드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꽤나 부수입이 많은, 실속 있는 지위였다. 나는 좀처럼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잘못된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지만, 새로운 헌법에 의헤서 갑작스럽게 형평법원장 자리를 폐지한 폭거는 내가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므로 이번만은 그 경솔한 행동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평생 덕을 볼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불과 2, 3년 짧은 기간밖에 그 덕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담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변호사 사무실은 월스트리트 XX번지의 2층에 있었다. 사무실은 빌딩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채광을 위해 넓게 뚫어 놓은 수직 공간 안쪽의 하얀 벽에 면해 있었다.
이 전망은 풍경화가가 말하는 \'생기\'가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단조롭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사무실 반대쪽에서 볼 수 있는 전망과는 적어도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쪽 창문에서는 어떤 방해도 없이 세월과 함께 흐려진, 그늘 속에 검게 치솟은 벽돌벽을 볼 수 있는데, 그 벽은 숨어 있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데 쌍안경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으며, 어떤 근시안도 볼 수 있는 거리인 내 사무실 창가에서 10피트도 안 되는 곳까지 삐져나와 있었다. 주위에 있는 엄청나게 높은 고층 빌딩들 때문에, 그리고 내 사무실이 빌딩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이 벽과 사무실 벽 사이의 공간은 마치 거대한 사각의 물탱크와도 같았다.
바틀비가 출현하기 바로 얼마 전까지, 나는 두 명의 필경사와 장래가 유망한 한 소년을 급사로 고용하고 있었다. 그 첫번째가 \'칠면조\'이고, 두번째가 \'펜치\'이고, 세번째가 \'생각 비스킷\'이었다. 이것들은 이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명부에서느 보통 찾아볼 수 없는 이름들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고용한 세 명의 필경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서로에게 붙여 준 별명인데, 그들 각자의 인품과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한다. \'칠면조\'는 나하고 나이가 비슷한 --- 그러니까 거의 60세가 다 된 나이다 --- 키가 작은 땅달마간 영국인이었다. 아침나절이면 그의 얼굴은 불그레하니 혈색이 좋다고 할 수가 있었으나, 정오 12시 --- 그의 점심식사 시간이다 --- 가 지난 뒤에는 마치 크리스마스 날 석탄을 잔뜩 집어넣은 벽난로처럼 달아올라서 그 상태가 --- 그러나 그 불길은 서서히 약해진다 --- 오후 6시경까지 계속된다. 그후에는 이 얼굴의 소유자를 보지 못하게 되지만, 이 얼굴은 태양의 운행에 따라 빛의 정점에 다다랐다가 태양과 함께 가라앉는데, 태양과 같은 규칙성과 꺼지지 않는 영광을 가지고 다음날도 다시 떠올라서 극점에 이르렀다가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무수히도 기묘하다는 우연의 일치를 겪어 왓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다른 것에 못지않은 것은 정확히 칠면조의 붉고 광채가 나는 얼굴이 최고의 빛을 발할 때, 그 바로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보기에는 24시간 중 그 나머지 시간의 그의 사무 능력이 심하게 저하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더할 수 없이 게으르다거나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나 지나치게 정력적인 경향이 있는 것이 흠이었다. 그가 일하는 태도에는 이상스러운 성급함, 혼란스러움, 변덕스러움, 무모함 같은 것이 뒤섞여 있었다. 잉크 스탠드에 펜을 집어넣는 것조차 조심성이 없었다. 내 서류에 묻은 잉크 얼룩은 모두 정오 12시가 지나서 흘려진 것들이었다. 실제로 오후에 들어서면, 혼란스러워져서 서류에 잉크를 흘릴 뿐만 아니라, 어떤 날에는 더욱 심해져서 소란까지 피워대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그의 얼굴은 역시 마치 무연탄 위에 올려놓은 촉탄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의자로 불쾌한 소음을 내는가 하면, 잉크를 받아들이는 모래통을 뒤집어버렸다. 펜을 수선하려고 하다가는 자기 성질에 못이겨 산산조각을 내서 마룻바닥에 내동이쳤다. 그리고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책상 위에 몸을 잔뜩 구부리고 서류를 뒤적이는 늙은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인물이었다. 정오 12까지는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하게, 그리고 가장 능률적으로 대향의 사무를 처리해 냈기 때문이다 ---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그의 기행을 너그럽게 보아주려고 했지만, 때로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잔소리를 해도 무척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오전 중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예의가 바르고, 아니 누구보다도 근실하고 존경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 오후만 되면 조금이라고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성급한 말대꾸를 --- 솔직히 말하면 무례한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내뱉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오전 중의 업무 능력을 높이 사서 오랫동안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지만 --- 그러나 동시에 12시 이후의 불안한 활화산과 같은 그의 태도에 불안을 느끼고도 있었다. 그래도 모든 것을 조용하게 모가 나지 않게 해결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내 충고가 그에게서 꼴사나운 험악한 말대꾸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느 토요일 오후(그는 토요일이면 한층 더 거칠어졌다)에 특별히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 즉, 이제 당신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업무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간단히 말하면 12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돌아올 필요가 없이, 점심식사가
이 조그만 이야기가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우리 사무실의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고 잇었다. 지금은 뉴욕 주에서 폐지되었지만, 옛날의 그 좋은 형평법원장 자리가 나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별로 힘이 드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꽤나 부수입이 많은, 실속 있는 지위였다. 나는 좀처럼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잘못된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지만, 새로운 헌법에 의헤서 갑작스럽게 형평법원장 자리를 폐지한 폭거는 내가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므로 이번만은 그 경솔한 행동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평생 덕을 볼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불과 2, 3년 짧은 기간밖에 그 덕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담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변호사 사무실은 월스트리트 XX번지의 2층에 있었다. 사무실은 빌딩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채광을 위해 넓게 뚫어 놓은 수직 공간 안쪽의 하얀 벽에 면해 있었다.
이 전망은 풍경화가가 말하는 \'생기\'가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단조롭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사무실 반대쪽에서 볼 수 있는 전망과는 적어도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쪽 창문에서는 어떤 방해도 없이 세월과 함께 흐려진, 그늘 속에 검게 치솟은 벽돌벽을 볼 수 있는데, 그 벽은 숨어 있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데 쌍안경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으며, 어떤 근시안도 볼 수 있는 거리인 내 사무실 창가에서 10피트도 안 되는 곳까지 삐져나와 있었다. 주위에 있는 엄청나게 높은 고층 빌딩들 때문에, 그리고 내 사무실이 빌딩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이 벽과 사무실 벽 사이의 공간은 마치 거대한 사각의 물탱크와도 같았다.
바틀비가 출현하기 바로 얼마 전까지, 나는 두 명의 필경사와 장래가 유망한 한 소년을 급사로 고용하고 있었다. 그 첫번째가 \'칠면조\'이고, 두번째가 \'펜치\'이고, 세번째가 \'생각 비스킷\'이었다. 이것들은 이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명부에서느 보통 찾아볼 수 없는 이름들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고용한 세 명의 필경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서로에게 붙여 준 별명인데, 그들 각자의 인품과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한다. \'칠면조\'는 나하고 나이가 비슷한 --- 그러니까 거의 60세가 다 된 나이다 --- 키가 작은 땅달마간 영국인이었다. 아침나절이면 그의 얼굴은 불그레하니 혈색이 좋다고 할 수가 있었으나, 정오 12시 --- 그의 점심식사 시간이다 --- 가 지난 뒤에는 마치 크리스마스 날 석탄을 잔뜩 집어넣은 벽난로처럼 달아올라서 그 상태가 --- 그러나 그 불길은 서서히 약해진다 --- 오후 6시경까지 계속된다. 그후에는 이 얼굴의 소유자를 보지 못하게 되지만, 이 얼굴은 태양의 운행에 따라 빛의 정점에 다다랐다가 태양과 함께 가라앉는데, 태양과 같은 규칙성과 꺼지지 않는 영광을 가지고 다음날도 다시 떠올라서 극점에 이르렀다가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무수히도 기묘하다는 우연의 일치를 겪어 왓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다른 것에 못지않은 것은 정확히 칠면조의 붉고 광채가 나는 얼굴이 최고의 빛을 발할 때, 그 바로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보기에는 24시간 중 그 나머지 시간의 그의 사무 능력이 심하게 저하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더할 수 없이 게으르다거나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나 지나치게 정력적인 경향이 있는 것이 흠이었다. 그가 일하는 태도에는 이상스러운 성급함, 혼란스러움, 변덕스러움, 무모함 같은 것이 뒤섞여 있었다. 잉크 스탠드에 펜을 집어넣는 것조차 조심성이 없었다. 내 서류에 묻은 잉크 얼룩은 모두 정오 12시가 지나서 흘려진 것들이었다. 실제로 오후에 들어서면, 혼란스러워져서 서류에 잉크를 흘릴 뿐만 아니라, 어떤 날에는 더욱 심해져서 소란까지 피워대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그의 얼굴은 역시 마치 무연탄 위에 올려놓은 촉탄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의자로 불쾌한 소음을 내는가 하면, 잉크를 받아들이는 모래통을 뒤집어버렸다. 펜을 수선하려고 하다가는 자기 성질에 못이겨 산산조각을 내서 마룻바닥에 내동이쳤다. 그리고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책상 위에 몸을 잔뜩 구부리고 서류를 뒤적이는 늙은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인물이었다. 정오 12까지는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하게, 그리고 가장 능률적으로 대향의 사무를 처리해 냈기 때문이다 ---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그의 기행을 너그럽게 보아주려고 했지만, 때로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잔소리를 해도 무척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오전 중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예의가 바르고, 아니 누구보다도 근실하고 존경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 오후만 되면 조금이라고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성급한 말대꾸를 --- 솔직히 말하면 무례한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내뱉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오전 중의 업무 능력을 높이 사서 오랫동안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지만 --- 그러나 동시에 12시 이후의 불안한 활화산과 같은 그의 태도에 불안을 느끼고도 있었다. 그래도 모든 것을 조용하게 모가 나지 않게 해결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내 충고가 그에게서 꼴사나운 험악한 말대꾸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느 토요일 오후(그는 토요일이면 한층 더 거칠어졌다)에 특별히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 즉, 이제 당신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업무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간단히 말하면 12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돌아올 필요가 없이, 점심식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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