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족주의의 특징

목차

1. 머 리 말

2. 러시아/소련의 역사적 전통

3. 러시아 민족주의의 특징

4.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러시아 민족주의

5. 맺음말

본문내용

으며 이는 러시아 사회 내에 민족주의적 의식이 상당히 강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한 피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러시아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들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러시아 민족주의가 러시아 공산주의와 이념적인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역사 속에서 볼 때 공산주의는 그 자신이 지배적인 세력이 아닐 경우에 거의 항상 민족주의적 이념을 등에 업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공산당이 집권하고 공산주의 이념이 지배하였던 시절에는 러시아 민족주의는 제국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은밀하게 정책으로 추진되었지만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공산당이 소수당의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제국에 대한 향수를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하여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족주의 세력이 구공산당 지배세력과 동맹관계를 형성하여 러시아의 현 옐친의 개혁정책 노선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민족주의가 19세기 유럽이나 20세기의 아시아에서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리라고 볼 수는 없다. 러시아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과제는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붕괴된 계획경제의 폐허 위에서 시장경제를 건설하여 이것이 제대로 된 효율성을 발휘하여 러시아인들의 복지수준을 회복하고 경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염두에 들 때 러시아 민족주의가 선동성을 뛰어넘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러시아 민족주의가 영향력을 가지고 또 매로는 충돌을 야기시킬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러시아가 이미 시작한 방향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에서의 민족주의의 시대는 이미 간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러시아 민족주의를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5. 맺음말
러시아 민족주의의 특징을 우선 러시아의 역사적 전통을 점검하여 보고 그 가운데서 러시아인의 문화와 러시아인의 기질적 특징과 관련하여 러시아 민족주의에 대하여 논하였다.
러시아 민족주의를 역사적으로 형성된 러시아의 정신적 기질과의 관련하에서 논의하는 것은 타당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민족주의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상과의 동일시의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주의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이 민족을 실체로 여기고 거기에 자선을 동일시하며 헌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의 실체는 개인의 마음속에 놓여있다. 개인의 마음이란 스스로 명백히 의식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식되지 못하면서도 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러시아의 정신적 기질이 개인보다는 집단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성향이라는 것을 지적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러시아의 민족주의에서는 집단성으로서의 제국의식이나 혹온 메시아의식이 타 민족주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이상적인 자아와 현실의 자아 사이의 간극이 커서 이것이 심리적으로 과대한 민족주의적 이상 혹은 사회적으로는 유토피아 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도 지적하였다. 사실상 이같은 간극의 존재는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는 가혹한 초자아를 형성하여 자아로 하여금 고통을 감당하도록 한다. 그러나 자아는 이상적인 자아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동일시에 의한 희열이나 파멸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게 된다. 러시아인의 모순적인 기질은 이에 의하여 설명될 수 있으며 러시아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는 성격 또한 이에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추구하는 서구화나 혁명은 바로 이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이나, 그 이상 속의 근저에는 자기 확신이라는 단단한 기반 대신에 파괴적인 허무주의, 묵시주의가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표트르대제의 개혁은 잔혹한 방법으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진행되었고 볼셰비키 혁명의 진행방식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의 인텔리겐챠는 극렬하게 국가에 대립하였지만 이들 역시 러시아적 정서의 소유자들이었다.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냉전의 시대가 끝난 지금, 따라서 인류를 구원할 만한 메시아주의가 말을 붙이기가 힘들게 된 오늘날의 현실에서 러시아 민족주의가 지난날의 강한 제국의 재건이라는 과거의 유토피아에 집착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로 지구화되어가고 있는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민족주의가 파괴적인 성격으로 러시아에서 등장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단지 이미 오랜 역사적 전통과 결부되어 러시아가 자유로울 시민사회를 새롭게 성립시키는 데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은 적지 않게 존재한다고 본다. 특히 소련시절에 형성된 공동체의식이 경제분야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같은 요인은 러시아가 개혁을 하는 데 장애요인으로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듯이 러시아 민족주의의 장래도 예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러시아 민족주의에 불을 붙이게 된다면 러시아 민족주의는 그 폭발적인 성격의 발현으로 상당한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 러시아가 추구하는 서구화라는 것은 단지 서구적 제도를 갖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러시아가 시민사희의 건설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그것은 시민사회에 필요한 심리적 형성까지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의 역사 속에서 소수의 전통이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이것은 일반적 전통으로 확립되지는 않았으며 따라서 러시아에서의 시민사회적 심리의 형성은 러시아의 전통적 심리와 층들을 적지 않게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 민족주의로 하여금 그자신의 과거와 결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이 러시아 역사 및 전통과 송두리째 결별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결국 21세기 이후에도 유효한 역사적 전통 그리고 자기 혁신은 러시아 민족주의가 자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현실 위에서 출발할 수 있을 때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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