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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발 딛고 서 있는 인간들과 동떨어진 시각을 지닌 존재이며 느긋한 움직임과 특유의 생김새는 복잡함과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의 관조와 무심함, 세계로부터 ‘벗어난’ 존재라는 이미지를 준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는 이 ‘다소곳하고 무신경’한 느낌의 초식동물 기린으로부터 읽을 수 있는 현실과 괴리된 이미지를 통해 아버지의 탈주를 ‘기린으로 변신’하는 상황으로 표현한다. 현실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해 더 이상 ‘연산’을 계속하는 것을 그만두고 사라져버린 아버지는 기린으로 변하여 전에 속박되었던 세계, 아들인 ‘나’가 여전히 발 딛고 있는 모순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남으로써 그 탈주 욕망을 달성하고, 아버지 맞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호소하는 아들에게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다시 자본주의 세계의 틀 속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작가가 리얼리즘적 서사구조 도중에 이러한 환상을 채택하는 것은 세계가 더 이상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방법이 개인에게 존재하지 않을 만큼 모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그러한 세계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탈주 욕망의 실현을 소설 속에 표현하는 방식 또한 현실적인 방법보다 환상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변신’이라는 환상적 상황을 개연성이 부여된 현실적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종의 은유로 읽을 수도 있다. ‘나’가 만난 것은 양복을 입은 아버지였으며, 다시 만난 아버지에게서 ‘나’가 받은 느낌이 마치 기린과 같은 이미지였음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혹은 기린의 등장이 봄이 완연한 어느 날 지하철 역사에서 잠들어버린 ‘나’의 꿈속 상황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박민규의 소설 속 환상에 대해 수용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독법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리얼리즘적 서술과 환상의 장치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 현실을 은유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작가가 채택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린의 환상이 의미하는 것은 엄밀한 차원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3. 결론
지금까지 일정한 문법에 따른 획일성을 띄지 않고 독자적인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2000년대 소설’,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살펴보았다. 이 소설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편입되고 적응할 것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모순을 고발하고, 자본주의 사회하의 질서로부터 이탈해 버린 사람의 모습을 ‘믿을 수 없도록 비현실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 특유의 독특한 문체와 서사 구성 방식으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배열하였고, 현실과 환상을 예고 없이 맞닥뜨리게 하는 기발한 수법으로 세계의 모순을 충격적으로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기존 문예사조의 특징적인 수법들 중 하나로 귀속되는 대신 근대 소설과 한눈에 구별되는 대담한 기법들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이전의 방식들로는 묘사할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개별 작가의 판단의 결과이며, 바로 그것이 박민규 소설에서 나타나는 의미 있는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리얼리즘적 서사구조 도중에 이러한 환상을 채택하는 것은 세계가 더 이상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방법이 개인에게 존재하지 않을 만큼 모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그러한 세계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탈주 욕망의 실현을 소설 속에 표현하는 방식 또한 현실적인 방법보다 환상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변신’이라는 환상적 상황을 개연성이 부여된 현실적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종의 은유로 읽을 수도 있다. ‘나’가 만난 것은 양복을 입은 아버지였으며, 다시 만난 아버지에게서 ‘나’가 받은 느낌이 마치 기린과 같은 이미지였음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혹은 기린의 등장이 봄이 완연한 어느 날 지하철 역사에서 잠들어버린 ‘나’의 꿈속 상황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박민규의 소설 속 환상에 대해 수용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독법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리얼리즘적 서술과 환상의 장치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 현실을 은유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작가가 채택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린의 환상이 의미하는 것은 엄밀한 차원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3. 결론
지금까지 일정한 문법에 따른 획일성을 띄지 않고 독자적인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2000년대 소설’,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살펴보았다. 이 소설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편입되고 적응할 것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모순을 고발하고, 자본주의 사회하의 질서로부터 이탈해 버린 사람의 모습을 ‘믿을 수 없도록 비현실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 특유의 독특한 문체와 서사 구성 방식으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배열하였고, 현실과 환상을 예고 없이 맞닥뜨리게 하는 기발한 수법으로 세계의 모순을 충격적으로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기존 문예사조의 특징적인 수법들 중 하나로 귀속되는 대신 근대 소설과 한눈에 구별되는 대담한 기법들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이전의 방식들로는 묘사할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개별 작가의 판단의 결과이며, 바로 그것이 박민규 소설에서 나타나는 의미 있는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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