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 소설 <유랑자>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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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소설 <유랑자> 독후감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너무나 좋아하는 시원한 오이냉채와 열무김치를 가득 만들어 두셨다. 배가 불룩하니 복수가 가득 찬 몸을 이끌고 부엌 바닥을 기다시피 왔다갔다 하면서 수만 번이나 작은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울어가면서 만들어 주신 오이냉채와 열무김치는 그 후로 어머니의 생전 최후의 솜씨요, 내 삶의 불변의 전설이 되었지만 전설 이전의 어머니 음성과 향기가 가득 가득 담겨 있었다. 내가 군에서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때 동네 집안 형수들이 몰려와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오셔서 대성통곡을 하시며 당신의 생전 쌓았던 덕을 떠올리셨다 한다. 그리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삼촌이 지금 건강하고 평안하게 잘 살고 계신 것은 모두 돌아가신 아지매가 늘 말씀하신 전생의 인연 덕이오. 절대 잊지 마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존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여기에 존재하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이 얽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숱한 고비나 역경을 겪을 수도 있고, 유열과 만족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본 것에 확신을 갖게 되지만 우리들이 지금 보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도 뒤집어 보면 그것을 형성하기까지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생이 얽혀 있다. 그 옛날 우리 3남매를 위해 온몸을 던져 고난의 삶을 살다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이젠 아내에 윤회되어 제 곁을 맴돌고 있는 듯하다. 숱한 생이 중첩되어 지금의 나가 되고 너를 만나 우리들의 인연이 되었다. 그 누구도 지난 날의 전생을 온전히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어떤 인연에 의해 내 앞에까지 온 것인지 모르지만 그 존재 자체로만으로 귀한 것이다. 어머니가 전생부터 받아오신 선업의 덕택으로 나의 인생은 지금껏 별로 아픈 적 없고 심각한 어려움도 없이 그냥 행복하고 즐거웠다. 남을 대하는데 한결 여유로웠고 너그러울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나의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학생들을 만나면 그들의 지금 당장의 경제적 상황이나 학업 성적 또는 신체적 기능 등과 관계 없이 우주에서 모두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옛날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대로 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며 살아가련다. 어머니가 살아 생전 온몸으로 일러주고 꿈에서조차 베풀어주신 그 너그럽고 자애로운 마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아주 오랜 전생의 인연을 가슴에 넣어두고 좋은 인연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키워드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   애정의 결핍과 사고의 왜곡,   비극,   사랑의 결핍,   불행,   사랑의 결핍, 불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