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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타올라 정말 밤을 낮처럼 밝게 만들었다. 화광이 충천하였고 나무타는 소리와 지뢰터지는 소리로 귀가 멍멍했다. 맞불작전조가 돌아오지 않았다. 무전도 되지 않았다. 그저 불만이 우리를 반겼다. 군 생활 중에 가장 무서운 밤이었다. 날이 밝자 불길이 더 이상 태울 것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사그라들자 외부와의 보급로가 시커멓게 그을린 채로 나타났다. 그리고 오전 10시경, 다행히 맞불작전조가 GP밖의 주둔지에 있는 인원들과 보급로를 따라 올라왔다. 모두 무사했다. 맞불작전조는 미리 불을 놓아 태울 것을 없애서 불의 진로를 막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였는데 바람이 그들 쪽으로 불어 피하다가 GOP까지 몰렸던 것이다. 다행히 제때 GOP통문을 열어서 모두 무사히 피했다고 한다.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우거진 숲까지 말이다. 얼룩덜룩 그을린 회색빛 GP만 빼놓고 모든 것이 새까맣게 변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늘빼고는 모두 검은 빛이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 속으로 ‘뭐, 그래도 북한군 넘어오는 건 잘 보이겠네.’라고 생각하며 실없이 웃었다. 그 때 이후로 그 선임은 날 괴롭히지 않았고 놈은 나와 친해져서 같이 롤 얘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GP를 조기철수했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적있나? 사실, 우리는 늘 보고 있지만 그들이 자란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피드’가 없다. 단지 쉬지 않고 자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치료를 받고 다시 올라오기 까지 불과 한달 남짓이었다. 그리고 잿더미뿐이었던 DMZ는 어느 새 다시 푸른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새에, 천천히 그들은 다시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의 모습은 바뀌었다. 전처럼 억지로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덜 쉬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미리했다. 그러자 실수를 하는 일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전역을 하고나서도 이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조건 빠르고 ‘스피드’한게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느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우리들만 ‘스피드’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은 세상과의 부조화가 아니겠는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우거진 숲까지 말이다. 얼룩덜룩 그을린 회색빛 GP만 빼놓고 모든 것이 새까맣게 변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늘빼고는 모두 검은 빛이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 속으로 ‘뭐, 그래도 북한군 넘어오는 건 잘 보이겠네.’라고 생각하며 실없이 웃었다. 그 때 이후로 그 선임은 날 괴롭히지 않았고 놈은 나와 친해져서 같이 롤 얘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GP를 조기철수했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적있나? 사실, 우리는 늘 보고 있지만 그들이 자란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피드’가 없다. 단지 쉬지 않고 자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치료를 받고 다시 올라오기 까지 불과 한달 남짓이었다. 그리고 잿더미뿐이었던 DMZ는 어느 새 다시 푸른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새에, 천천히 그들은 다시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의 모습은 바뀌었다. 전처럼 억지로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덜 쉬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미리했다. 그러자 실수를 하는 일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전역을 하고나서도 이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조건 빠르고 ‘스피드’한게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느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우리들만 ‘스피드’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은 세상과의 부조화가 아니겠는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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