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피어난 자리를 생각하고 있듯이. //
불고 가는 가을 바람이 / 넘어진 빈 콜라 병을 달래는가. / 스스로 풀어내는 음악이 / 빈 콜라 병을 다스리고 있다.
1968년 「동아시단(東亞詩壇)」에 발표한 시(詩)이다. 빈 콜라병은 마치 한송이 들국화가 옆에 피어 있듯이 스스로 존재한다. 자연물이나 인공물의 구별을 초월해 스스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인 작품(作品)이다. 산이나 들에 가면 흔히들 풀섶 같은 데서 빈 사이다 병이나 콜라병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본다. 그러한 데서 이런 물건을 대하면 종종 일종의 야릇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넘어져 뒹구는 그 병이, 쓸모 없는 그 빈 병이 너무나 당당하게도 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본다. 사이다나 콜라를 넣기 위한 방편 도구로서 병이 존재한다면, 내용물을 다 마신뒤에는 병도 소용없는 물건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속이 텅 비었을 때, 버려져 뒹군 이 빈병은 더욱 자율적으로 자기를 주장하고 있다. 「빈 콜라 병에는 가득히/빈 콜라가 들어 있다/넘어진 빈 콜라 병에는 가득히/빈 콜라가 들어있다(제1연)」 빈 콜라 병에는 콜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빈 콜라」가 가득히 들어 있을 것이다. 「없는 것」도 분명히 하나의 「있는 것」이 된다.
4. 문학사적 의의
신동집은 다작의 시인이다, 후기에 오면 거의 1년에 1권의 시집을 내놓고 있다, 이를 혹자는 \'정수되지 않은 시\'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혹자는 ‘그 양에 있어서도 대시인이다.’ 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집의 경우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하고 양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신동집의 시는 일생을 통해 꾸준히 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시대와 세월을 초월할 수 있는 끈질긴 집념, 화두를 이어나가는 힘에 대해서 격찬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격동기에도, 평온한 시기에도 소재와 주제가 같다는 것은 한 시대를 앞서 가야 하는 시인으로서 부족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시인의 정신적인 기저는 변함이 없어야 하겠지만, 그는 현실인식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집은 시를 통해 전후 상황에서 얻은 상흔의 현상인 삶과 죽음의 문제, 존재론적 의미를 물어가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인은 그것의 극복방향을 자연과 세계와 인간의 조화에 두고 있다. 그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외로운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온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불고 가는 가을 바람이 / 넘어진 빈 콜라 병을 달래는가. / 스스로 풀어내는 음악이 / 빈 콜라 병을 다스리고 있다.
1968년 「동아시단(東亞詩壇)」에 발표한 시(詩)이다. 빈 콜라병은 마치 한송이 들국화가 옆에 피어 있듯이 스스로 존재한다. 자연물이나 인공물의 구별을 초월해 스스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인 작품(作品)이다. 산이나 들에 가면 흔히들 풀섶 같은 데서 빈 사이다 병이나 콜라병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본다. 그러한 데서 이런 물건을 대하면 종종 일종의 야릇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넘어져 뒹구는 그 병이, 쓸모 없는 그 빈 병이 너무나 당당하게도 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본다. 사이다나 콜라를 넣기 위한 방편 도구로서 병이 존재한다면, 내용물을 다 마신뒤에는 병도 소용없는 물건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속이 텅 비었을 때, 버려져 뒹군 이 빈병은 더욱 자율적으로 자기를 주장하고 있다. 「빈 콜라 병에는 가득히/빈 콜라가 들어 있다/넘어진 빈 콜라 병에는 가득히/빈 콜라가 들어있다(제1연)」 빈 콜라 병에는 콜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빈 콜라」가 가득히 들어 있을 것이다. 「없는 것」도 분명히 하나의 「있는 것」이 된다.
4. 문학사적 의의
신동집은 다작의 시인이다, 후기에 오면 거의 1년에 1권의 시집을 내놓고 있다, 이를 혹자는 \'정수되지 않은 시\'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혹자는 ‘그 양에 있어서도 대시인이다.’ 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집의 경우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하고 양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신동집의 시는 일생을 통해 꾸준히 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시대와 세월을 초월할 수 있는 끈질긴 집념, 화두를 이어나가는 힘에 대해서 격찬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격동기에도, 평온한 시기에도 소재와 주제가 같다는 것은 한 시대를 앞서 가야 하는 시인으로서 부족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시인의 정신적인 기저는 변함이 없어야 하겠지만, 그는 현실인식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집은 시를 통해 전후 상황에서 얻은 상흔의 현상인 삶과 죽음의 문제, 존재론적 의미를 물어가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인은 그것의 극복방향을 자연과 세계와 인간의 조화에 두고 있다. 그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외로운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온 시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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