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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겠다고 한다. 명상원에 다니고 있으며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있고 사랑하는 남자도 생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가 돌아가고 이틀 후 이제는 남자가 그녀를 찾는다. 그러나 남자는 구원을 얻기 위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깊은 밀림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거대한 석조불상의 틈새에 자신의 뿌리를 밀어넣어 수백 년 간 불상을 서서히 바수어 온 나무를 보며 나무에 대한 공포를 떠올린다. 그 때 주항색 장삼을 걸친 맨발의 승려가 나무를 보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건넨다. 모든 사물의 틈새에는 그것을 부술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몇 십 년 전에는 밀림에서 뻗어 나온 나무들이 앙코르의 모든 사원을 뒤덮었었다. 그 때의 나무는 두 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 하나는 뿌리로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일을 일이요, 또 하나는 그 뿌리로 사원과 불상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도록 버텨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나무와 부처가 얽혀 9백 년을 견디었다고 한다. 그 곳의 돌은 부서지기 쉬운 사암이어서 이 나무들이 아니었다면 벌써 흙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한다. 아울러 사람살이가 모두 그렇지 않느냐며 빙그레 웃는다. 그제서야 남자는 자신과 여자가 불상과 나무였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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