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에서, 우리 몸과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체스 게임에 푹 빠져서 서로 겨루는 두 지성이었다.
14.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
113-114쪽. 나는 임신하기 전에도 곧잘 직관적 독성학을 실시했지만 아들이 태어난 뒤에는 아예 푹 빠졌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젖만 먹는 한, 아직 농장이나 공장의 불순물과 교류하지 않은 몸이라는 닫힌계의 환상을 즐길 수 있었다. 더럽혀지지 않은 몸의 낭만에 매료된 나머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물을 마셨을 때 괴로워했던 게 기억난다. ‘더러워! 더러워!’ 내 마음은 외쳤다.
115쪽. 독소toxin 라는 단어를 내연제나 파라벤의 맥락에서 듣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단어의 정의가 좀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즘은 인공 화학 물질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이 용어의 가장 정확한 의미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생성된 독성 물질을 가리키는 용도다. 일례로 백일해 독소는 백일해를 일으키는 세균이 항생제로 제거된 뒤에도 몇 달 동안 뒤에 남아서 폐에 손상을 일으키고 경련성 기침을 일으키는 범인이다. 디프테리아 독소는 대대적인 장기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파상풍은 치명적인 신경 독소를 생성한다. 오늘날의 백신은 이런 독소로부터도 우리를 보호해준다.
117-118쪽. 순수함, 특히 신체적 순수함은 언뜻 무해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세기의 가장 사악한 사회 활동들 중 다수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었다. 신체적 순수함에 대한 열정은 맹인이거나 흑인이거나 가난한 여자들에게 불임 시술을 실시했던 우생학 운동의 동기였다. 신체적 순수함에 대한 걱정은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한 세기 넘게 살아남았던 인종혼합 결혼 금지법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었으며, 최근에서야 위헌으로 판정된 남색금지법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기도 했다. 모종의 상상된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노력 때문에, 그동안 인류의 유대는 적잖이 희생되어 왔다
118쪽. 제대혈과 모유에 든 엄청나게 다양한 화학물질이 앞으로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지만, 최소한 우리는 우리가 출생 시점부터도 전반적인 주변 환경보다 더 깨끗한 존재는 못 된다는 걸 안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다. 자기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을 장 속에 품고 있다. 우리는 세균으로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화학물질로 포화된 존재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들과도.
14.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
113-114쪽. 나는 임신하기 전에도 곧잘 직관적 독성학을 실시했지만 아들이 태어난 뒤에는 아예 푹 빠졌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젖만 먹는 한, 아직 농장이나 공장의 불순물과 교류하지 않은 몸이라는 닫힌계의 환상을 즐길 수 있었다. 더럽혀지지 않은 몸의 낭만에 매료된 나머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물을 마셨을 때 괴로워했던 게 기억난다. ‘더러워! 더러워!’ 내 마음은 외쳤다.
115쪽. 독소toxin 라는 단어를 내연제나 파라벤의 맥락에서 듣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단어의 정의가 좀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즘은 인공 화학 물질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이 용어의 가장 정확한 의미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생성된 독성 물질을 가리키는 용도다. 일례로 백일해 독소는 백일해를 일으키는 세균이 항생제로 제거된 뒤에도 몇 달 동안 뒤에 남아서 폐에 손상을 일으키고 경련성 기침을 일으키는 범인이다. 디프테리아 독소는 대대적인 장기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파상풍은 치명적인 신경 독소를 생성한다. 오늘날의 백신은 이런 독소로부터도 우리를 보호해준다.
117-118쪽. 순수함, 특히 신체적 순수함은 언뜻 무해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세기의 가장 사악한 사회 활동들 중 다수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었다. 신체적 순수함에 대한 열정은 맹인이거나 흑인이거나 가난한 여자들에게 불임 시술을 실시했던 우생학 운동의 동기였다. 신체적 순수함에 대한 걱정은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한 세기 넘게 살아남았던 인종혼합 결혼 금지법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었으며, 최근에서야 위헌으로 판정된 남색금지법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기도 했다. 모종의 상상된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노력 때문에, 그동안 인류의 유대는 적잖이 희생되어 왔다
118쪽. 제대혈과 모유에 든 엄청나게 다양한 화학물질이 앞으로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지만, 최소한 우리는 우리가 출생 시점부터도 전반적인 주변 환경보다 더 깨끗한 존재는 못 된다는 걸 안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다. 자기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을 장 속에 품고 있다. 우리는 세균으로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화학물질로 포화된 존재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들과도.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