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이기관과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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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이기는 일체이물

Ⅱ. 태극은 스스로 동정한다.

Ⅲ. 이일분수에 관하여

본문내용

理는 "物에 명령을 하지 物로부터 명령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理는 개체 사물의 치우침으로 인해서 자신의 온전함을 잃지는 않으며, 또 개체 사물의 속박을 받아서 자신의 '본래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것(天然自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理는 반드시 만물을 관통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다. 따라서 우주 전체가 태극을 구비하고 있는 것 외에도, 사람은 사람대로 한 태극을 구비하고, 모든 만물마다 또 태극을 구비하고 있다.
-155-
퇴계가 강조한 "理가 물에 갇혀 있지 않다"라는 논점은 본래 주자의 『通書』 註釋에서 비롯된다. 周濂溪가 "사물은 형체가 치우침이 있어 통하지 아니하고, 神은 만물을 묘하게 한다."라 하고
) 『通書』 動靜16.
, 주자가 주석하기를, "형체가 있으면 한 쪽으로 치우침으로 막히게 된다. 神은 형체를 떠나지 않지만 형체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라 하였다. 주자는 여기서 '神'을 理로 해석하였다. 神이 만물을 묘하게 한다는 것은 곧 理가 만물을 묘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또 神이 형체에 갇혀 있지 않는다는 것은 곧 理가 형체에 갇혀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理가 어떻게 만물을 묘하게 할 수 있는지? 또 형체에 갇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주자에 있어서는 理 자신이 動靜도 없고 조작도 없다. 퇴계에 있어서는 理 스스로 動靜할 수 있고 發用할 수도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있다. 그러므로 서로 비교해 보면 퇴계가 말한 "理는 사물에 갇혀 있지 아니하므로 모든 물에 존재하지 않음이 없다."는 주장은 한층 더 심오하고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론적 근거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156-
퇴계는 또 사람 사람마다 매 사물마다 모두 구비하고 있는 태극과, 우주 본체를 이루는 태극은 서로 동일한 태극이며 조금의 차이도 없음을 명확하게 지적하였다. 그는 「答奇明彦, 論四端七情 第3書」에서 말하였다. "보내주신 글에 따라 논하겠습니다. 하늘과 물 속에서 비록 같은 하나의 달이지만 하늘의 것은 진짜 달이고 물 속의 것은 단지 빛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달을 가리키면 실상이 얻어지고 물 속의 달을 건지려면 실상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性으로 하여금 氣 가운데 있게 하여서, 마치 물 속의 달그림자와 같아서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으니 어떻게 善을 밝히고 행동을 성실히 하여 본성의 시초를 회복할 수 있겠습니까?"
) 全書 第1책 429쪽.
. "달이 만천에 비추인다(月印萬川)"는 말은 佛敎 禪宗에서 나온 것인데, 주자가 그것을 빌어와 '理一分殊'의 명제를 설명하였다. 이것은 만물에 품부된 理는 태극의 전체이고, 또 물이 있으면 모두 한 태극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데에 그 의도가 있었다. 그런데 만물에 각각 품수된 태극과 우주 본체의 태극은 동일한 태극인가 혹은 그렇지 아니한가?
"달이 뭇 강에 비추인다"는 비유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쉽사리 오해를 낳게 한다. 즉 우주 본체의 태극을 '진짜 형태'로, 만물에 품수된 태극을 '빛의 그림자'(光影)로, 다시 말하면 하나는 실제로, 하나는 허상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다. 퇴계는 이 문제에 대하여 만약 이렇게 이해를 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태극은 형이상에 속하므로 형태와 질감도 없고 모양과 형상도 없어서, "지극히 虛하면서도 지극히 實하고, 지극히 無하면서도 지극히 有하고, 動하면서도 動이 없고, 靜하면서도 靜이 없는 것"이다.
) 「答奇明彦」(論四端七情 第2書 別紙), 『陶山全書』 제2책 54쪽.
"眞實無妄함으로 말하자면 천하에 理보다 실함이 없고, 그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無聲無臭)으로 말하자면 천하에 理보다 허함이 없다"고 하였다.
) 「與鄭子仲別紙」, 全書 第2책 11쪽.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태극이 理를 지을 때 理는 물질실체가 아니다. 만물 속에 있을 때를 말하자면 오늘날 이른바 '일반성'·'법칙성'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참 모습'과 '빛 그림자'(光影)의 차이는 없다. 퇴계는 이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였는데, 이는 그가 理는 형이상에 속하고 氣는 형이하에 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형이상과 형이하의 구분을 엄격히 구분해 낸 결과이기도 하다.
-157-
'理一分殊'설은 철학적 형식을 빌어 유기체적 구조에서 전체와 부분의 상호관계를 탁월하게 제시하였고, 이러한 인식을 전우주에까지 확장해 나간다. 이것은 동양철학이 인류에 대하여 인식을 한 것 중 최대의 공헌이다. 금세기 70년대 과학자들은 생물의 유전인자를 찾아내었는데, 유전인자는 생물의 모든 성질과 모양 및 생장 발육과정을 관장할 뿐만 아니라 생물의 유전을 결정하기도 하고, 생물체의 모든 하나 하나의 세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해내었다. 이것은 바로 '理一分殊'說이 하나의 법칙이 될 수 있고, 최소한 생물학적 견지에서는 타당성이 있고 증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理學家 등이 말하는 태극과 유전인자 사이에는 분명히 본질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유전인자의 분포와 수행하는 기능은 확실히 생물학상에 있어서 '태극'에 유사하다. 더욱이 퇴계선생은 태극의 독립성·능동성과 추상적 의미의 실체성을 부각시켰다. 이것은 태극 개념을 어떤 물체에 대해 통제 기능을 갖춘 실재 물질 관념에 한층 더 접근시켜주었다. 자연계의 진화는 물질적인 운동형식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특히 생명의 출현의 경우에는, 물질의 법칙성과 기능상의 특성 등이 일종의 완전히 내재적인 형식으로 산재되어 있어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는 어떤 지배 역량에 의해서 점차 집중되고, 이것이 외형화 과정을 거쳐 모종의 실제 형체를 갖춘 물질 구조로 성립되어 가는 과정으로 설명되고 있다. 주의할 만한 것은 퇴계가 태극의 능동성·독립성과 추상적 실체의의를 두드러지게 부각시킨 그 사상체계는 자연계의 이러한 진화론적 추세와 잘 부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퇴계선생과 그 밖의 理學家들의 '理一分殊'에 대한 논술과 그 과학적 가치는 앞으로도 한층 깊이 있는 연구가 기대된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태극 八卦이론에 대한 평가와 함께 관련시키고, 理學과 易學 관계에 대한 연구와 동시에 연결시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158-
(김 성 기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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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32페이지
  • 등록일2002.02.15
  • 저작시기2002.02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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