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소설의 자양분은 느림과 깊음
2.독자의 권리는 작품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것
3.그 사람과 똑같은 입장에 서 보라
4.쫓기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2.독자의 권리는 작품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것
3.그 사람과 똑같은 입장에 서 보라
4.쫓기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본문내용
비교한다는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내적인 성향,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것과는 역행되는 느리고 깊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소설의 생명이라는 것은 거기에 있기 때문에 소설을 여타 대중산업의 상품과 나란히 비교한다면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다른 시선으로 비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죽음이라든지 퇴조라든지 하는 시각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습니다. 느림과 깊음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설의 생명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고등 학교 때 선생님의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작가란 고독한 직업인가? 누군가 세헤라자데의 운명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도 있습니다만, 선생님은 앞으로 언제까지 글을 쓰실 계획인지, 자기의 이야깃거리 밑천이 바닥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같은 것은 없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답; 작가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 고독이라는 말은 질문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도 그런 고독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작가는 자기의 세계 속에서 소설 속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그 인물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허구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만들고 있는 생명과 끊임없이 대화를 숙명적으로 해야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고독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서는 고독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 밑천을 두고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소설은 이야기지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간 정신이라는 것은 바닥이 없기 때문에 밑천이 '떨어졌다, 안 떨어졌다'라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정신의 심연을 깊게 보느냐에 따라 작가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글을 쓰는 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은 글이나 사람이 있습니다.
답; 작가라면 모름지기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기 마련입니다. 작가이건 작가가 아니건 독서는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정신적 영양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한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있지만, 최근의 제 장편 {그림자 영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 대한 감명의 일단을 드러낸 소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오늘날까지 읽혀지고 있는 이유는 인간이 지닌 악의 본성을 가장 깊이 내려다본 작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선과 악이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얽혀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면서 선이 악을 물리치고, 악이 선을 덮는 끊임없는 갈등 속에 있는 존재가 곧 인간일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이 가진 진선미에 깊이 천착한 작가이기 때문에, 아마 여러분도 많이 주의 깊게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문; 오늘의 젊은 세대를 가리켜 '느린 모습을 참기 힘든 세대'라고 하셨는데, 이들을 위해서 기성세대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요.
답; 저는 요즈음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시간이 쫓기다 못해, 시간이 인간을 추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시간의 추적을 피해 열심히 도망가다 보면 죽음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끊임없이 쫓기는 삶에서 잠시 물러나, 즉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절을 찾아 단전호흡을 할 수도 있겠고, 아무튼 우리가 빠져 있는 시간의
늪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의 감각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큰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문; 고등 학교 때 선생님의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작가란 고독한 직업인가? 누군가 세헤라자데의 운명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도 있습니다만, 선생님은 앞으로 언제까지 글을 쓰실 계획인지, 자기의 이야깃거리 밑천이 바닥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같은 것은 없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답; 작가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 고독이라는 말은 질문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도 그런 고독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작가는 자기의 세계 속에서 소설 속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그 인물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허구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만들고 있는 생명과 끊임없이 대화를 숙명적으로 해야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고독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서는 고독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 밑천을 두고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소설은 이야기지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간 정신이라는 것은 바닥이 없기 때문에 밑천이 '떨어졌다, 안 떨어졌다'라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정신의 심연을 깊게 보느냐에 따라 작가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글을 쓰는 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은 글이나 사람이 있습니다.
답; 작가라면 모름지기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기 마련입니다. 작가이건 작가가 아니건 독서는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정신적 영양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한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있지만, 최근의 제 장편 {그림자 영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 대한 감명의 일단을 드러낸 소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오늘날까지 읽혀지고 있는 이유는 인간이 지닌 악의 본성을 가장 깊이 내려다본 작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선과 악이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얽혀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면서 선이 악을 물리치고, 악이 선을 덮는 끊임없는 갈등 속에 있는 존재가 곧 인간일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이 가진 진선미에 깊이 천착한 작가이기 때문에, 아마 여러분도 많이 주의 깊게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문; 오늘의 젊은 세대를 가리켜 '느린 모습을 참기 힘든 세대'라고 하셨는데, 이들을 위해서 기성세대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요.
답; 저는 요즈음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시간이 쫓기다 못해, 시간이 인간을 추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시간의 추적을 피해 열심히 도망가다 보면 죽음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끊임없이 쫓기는 삶에서 잠시 물러나, 즉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절을 찾아 단전호흡을 할 수도 있겠고, 아무튼 우리가 빠져 있는 시간의
늪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의 감각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큰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