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영국혁명의 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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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저자가 혁명을 거친 사람들의 후예가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한국의 영국사학사가들은 영국인 사가들보다는 현실적 가치와 이해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영국혁명'이란 주제와 이에 대한 논쟁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초연하고 객관적인 입장"이 연구사 정리자 자신의 논리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의 주장대로, "다양하고 또한 모두 이치에 맞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견해들을 비교하고 종합하며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역사가, 지식인, 정치가들이 조종하는 꼭두각시놀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각 장과 절에서 저자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 어떠한 학설을 비판하고 옹호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비판과 종합이란 휘그-마르크스적 이론을 수정주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수정주의 이론을 휘그-마르크주의 입장에서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과 종합이란 연구사 정리자 본인의 일관성 있는 태도로 양자를 비판하는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초연하고 객관적인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에서 저자 자신의 일관성 있는 태도의 결여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휘그적 해석의 정당성'과 '수정주의적 해석의 정당성'에서 이러한 것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정주의 학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영국혁명에 대한 해석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시켜 놓았다"라고 언급한 저자는 같은 책에서 "수정주의가 대두된 이후에 영국혁명에 관하여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이미 상식화된 모든 사실들이 증명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론으로 판명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에는 저자의 입장이 어느 이론에 더 기울어져 있는가 또는 저자 나름의 이론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종합이나 결론이 없어 독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듯 하다.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이 평자에게 준 가장 큰 불편은 각주를 미주로 처리하였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인지 아니면 장사꾼들의 상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고도로 컴퓨터화된 시대에 나타난 학술서적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대접이다.
IV
'영국혁명'이 일어난 지 벌써 350여 년이 흘렀고, 사가들은 혁명의 진실을 규명코자 노력하여 왔다. 사가들은 새로운 자료와 연구 방법론으로 기존의 학설들이 기초하고 있었던 '거대 이론들(Grand Theories)'의 편견을 제거하여 왔다. 새로운 학자들이 거의 빈틈없는 논리로 '영국혁명'의 진면목을 밝히고 있으나, 그 진면목은 여전히 하나가 아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그에 비례해 혁명의 진실에 대한 접근은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영국혁명'에 대한 논쟁을 정리하는 것은 '영국혁명'의 참모습을 밝히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이 가진 아쉬움은 이러한 어려움의 반영일 것이다.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이 지닌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평자는 '영국혁명'을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으로부터 시작하라고 권할 것이다. 휘그-마르크스주의 사가들과 수정주의 사가들의 논리가 아니라 내용을 비판함에 있어서 저자가 원사료를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자가 사용한 방대한 양의 2차 사료를 보면 같은 잉글랜드 혁명을 연구하는 역사학도로서 평자는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은 '영국혁명'을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등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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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국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