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가치론과 (탈)근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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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때 말하는 탈가치화라는 것은 임금을 노동력의 가치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정리해보면, 수급균형이 이루어질 때에만 등가교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치론의 공리인데,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과잉인구를 창출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는 등가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만, 즉 가치론의 공리계로부터 벗어남으로써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할 때 즉각 연상되는 것은, 이미 (물리적인 의미에서보다는 심리적으로) 꽤 오래 전에 등장했었던 한국판 '과학적 맑스주의'의 견해, 즉 노동시장의 초과공급이 항상 노동력 가치 이하로의 임금지불을 가져옴으로써 '절대적 궁핍화'로 연결된다는 견해이다.
) 예를 들어,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오건호, 1991,「개량 문제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현실과 과학』9
지금에 와서 볼 때, 이러한 류의 견해가 얼마나 무모한 주장으로 귀결되었던가를 생각해 보라.
굳이 문학적 상상력까지 발휘하여 이러한 지적을 해두는 것은, 이진경이 어디에서도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얘기는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암묵적으로 노동가치론의 공리 ②와 노동력 상품간의 관계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라 보여진다.
4. 이진경은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이 외부적 명제를 계속 공리로 추가함으로써 "'과학적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 아래, 스미스, 리카르도에 의해 마련된 근대적인 지반으로 맑스의 돌파지점을 반복하여 재코드화하고 재영토화"함으로써 끊임없이 맑스의 사상을 "근대성 안으로 회귀"(pp.112-3)시켰다고 비판한다. 소비에트 경제학교과서로 상징되던 '정치경제학'이 때로는 '과학', 때로는 '정통'이라는 이름 아래 이른바 논리역사설을 통해 절충적인 이론을 계속 추가시켰던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자본론』Ⅰ권에 등장하는 상품-화폐-자본이라는 핵심적인 범주들간의 매 연결고리마다 등장하는 이론적 난관들은 '논리=역사'라는 편리한 공식에 의해 해결(실제로는 '해소')되곤 하였다. 사실 이진경이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자본증식의 비밀이라는 주제야말로 '80년대의 그 많던『자본론』세미나에서 논리역사설이 가장 인상적으로(!) 그 위력을 발휘하던 부분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애초에 괴델을 빌어와 노동가치론으로부터 잉여가치론으로의 이행을 공리계의 확장으로 이해한 이진경의 논의는 '과학적 정치경제학'과 어떤 점에서 준별되는가? 결국 '탈근대적 사유의 공간'을 열어젖히자는 주장으로 귀착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가 근대/탈근대라는 대립구도 하에서 맑스경제학을 파악하는 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또한 이 책 전체의 부제이기도 한 '주체 생산의 역사이론'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며, 최근 그의 논의를 일관되게 지배하는 키워드인 '탈주의 철학'(또는 철학의 탈주?)인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면 노동가치론은 어떻게 되는가? 잉여가치론의 공리계를 통해 그것은 해체되어 버리고 만다. "『자본』에는 맑스의 가치론[은]...없다"(p.108)는 것이다. 결국 맑스는 근대성의 에피스테메가 지배하던 시대에 살면서 근대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초월하려 하였던 탈근대적인 사상가인 것이다. 이미 이진경에게 있어 자본주의 사회의 가격결정원리를 설명하려는 시도로서의 가치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이러한 해석이 전체적으로 맑스를 올바르게 이해한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서, 또한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견해와 실천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물음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아직도 맑스를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효과적인 답변이 될런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혹시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오면 맑스에게도 이미 그런 내용이 있으니까 염려할 것 없다고, 포스트모던 이후의 또다른 어떤 시기가 오면 그 때에는 다시 그것도 맑스에게 이미 있었다고 주장하는 '끊임없는 탈주'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부르주아 경제학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분석도구로 현실을 분석하는데, 가격형성에 관한 설명도 포기해버린 주체형성이론으로서의 가치론만으로 맑스경제학, 아니 비판적 정치경제학의 생명력은 유지될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철학으로, 문화비판으로, 다시 또 그 무엇으로 정처없이 '탈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경제학 전공자인 필자로서 이보다도 더욱 우려되는 것은 없다. 근대성을 초극하는 과정에서 경제학은 소멸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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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07.06
  • 저작시기2002.07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7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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