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임(Hybrid)문화 시대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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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투항 아니면 외면이 그들이 보이는 주된 태도다. 투항은 표절로 이어지고, 외면은 언어의 옹색함을 가져온다. 물론 우리의 변모하는 개별적·구체적 현실에 주목하는 것은 문학인으로서의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동시에 그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당위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새로운 해석의 틀은 많은 부분 이질적 문화와의 부딪침을 통해서 얻어지는 새로운 파열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몇몇 시인·작가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폐쇄적 안온함 속에서 동어반복을 거듭해온 우리 문학은 불륜과 치정, 그리고 내면이란 이름의 독백과 자기 과거 파먹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펼쳐 보이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번역, 낯섦과의 대면
위에서 이미 암시한 바이지만, 번역은 낯섦과의 대면이다. 다른 언어 속에 스며있는 이질적 문화와 부딪쳐 깨어지며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낯선 존재와의 만남 그리고 다툼과 풀어짐을 통해서 새로운 존재로 함께 태어나는 것처럼, 모든 문학적 글쓰기는 다른 언어와의 얽힘을 통해서 더 깊고 넓은, 겹의 의미를 갖는 새로운 말로 바뀌어나간다. 글쓰기는 그런 점에서 앞선 텍스트에 대한 비판이자 사랑이다. 따라서 낯선 언어와 많이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 깨어지면 깨어질수록, 새로운 사랑의 공간으로 재생될 가능성을 갖는다. 알지 못했던 다양한 냇물이 흘러들어 거대한 강을 이루듯이 말이다. 번역 문학의 중요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원래 언어의 의미만도, 그렇다고 옮겨진 언어의 의미만도 아닌, 그 사이를 오고가는 겹의 언어가 번역을 통해 태어나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다고 할 수는 없는 우리 현대 문학은 그런 점에서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낯선 언어의 옮김을 필요로 한다. 좋은 텍스트를 멋지게 옮기는 일과 함께, 그렇게 옮겨진 언어가 우리의 것이 되도록 애정을 쏟는 일은 잡종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피할 수 없는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언어에 대한 아픈, 하지만 정말 성숙한 사랑일 것이다. 우리 문학을 아끼는 것은 언어 자체가 우리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 언어가 우리의 삶과 존재에 대해 던지고 있는 의미가 우리 것이기 때문이며, 그런 점에서 번역 문학은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이미 우리 자신의 것이 된 언어다.
박철화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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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6페이지
  • 등록일2002.09.07
  • 저작시기2002.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02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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