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자기연출의 시대
2.세간을 넘어서
3.나르시시스트들의 자화상
4.사랑의 윤리학과 해부학
5.민중주의의 잔여물
2.세간을 넘어서
3.나르시시스트들의 자화상
4.사랑의 윤리학과 해부학
5.민중주의의 잔여물
본문내용
대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의지이다.
여기에 나오는 상모라는 인물은 87년 8월 17일 미포중공업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 속에서 “다른 세상을 보아버렸던” 해고자이다. 그를 둘러싼 암담한 노동운동의 환경은, 10년전 그에게 노동자의 전범이었던 봉식이 지금은 회사의 하수인이 되고 그의 든든한 후배인 이현이 동료들에게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사정에 압축되어 있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건강한 모럴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노동운동에서는 올곧은 투쟁 노선에 헌신한다. 매일 아침 자신을 벌하는 마음으로 회사 정문으로 출근하는 행동, 후배 창연을 격려하여 노조 조직 재건에 박차를 가하는 행동 등을 통해 그는 노동운동의 정치적촹도덕적 갱생의 방향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모라는 인물이 구체적 인격으로 살아 있는 덕택에 그가 표현하는 노동운동의 이념은 강력한 기세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념적 당위에 치우친 작품이라는 인상이 남는다. 따지고 보면 상모와 그의 동지들이 추구하는 노동해방의 이념은 그렇게 자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떠받치는 가설들, 예컨대 자본과 노동의 모순이 사회에 기본적이라거나 노동자가 인간의 전체적 해방의 가능성을 담지한 보편적 계급이라거나 하는 가설들은 그동안 다양한 갈래의 이론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아 지지자를 잃어왔다. 그런 만큼 이념적 확신을 가진 인물을 내세워 기회주의적 노동자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다거나 90년대 전체를 싸잡아 매도한다거나 하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노동해방을 목표로 하는 집단적 실천의 정당화는 그것에 대립하는 세력과의 대화적인 관계 속에서, 작품의 실제에서 말하면 봉식 같은 인물의 좀더 구체적인 처리를 통해서 이루어졌어야 한다. 이야기의 세목에 의해 검증되지 않는 이념은 무엇이든 추상적인 것으로 남게 마련이고, 그것은 강변하면 할수록 독선적으로 들린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를 독선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방현석이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김한수의 「숨쉬는 화석」(『당대비평』)은 인천에서 부대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작중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서민이라면 아마도 빠져들기 십상일 심리적 곤경을 제시한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인천으로 이주한 지 칠팔년째가 되어가는 그는 아내와 함께 식당을 개업하던 시기에 음식장사를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자족하며 살자는 결심을 했으나 그동안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한편으로는 타인이나 세상에 폭력을 가하는 공상에 종종 빠져들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를 하찮은 존재라고 모멸하기도 한다. 그가 이렇듯 자신과 세상 양쪽에 대해 공격적인 충동을 느끼는 것은 그가 환경의 압력에 짓눌린 결과이다. 그는 서울에서 밀려나 인천으로 오면서 ‘허망한 들러리’가 되었다는 생각, 인천살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통념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소비와 향락에 광분한 세태에 접하면 자신이 ‘바보’라는 느낌이 들고, 문득 ‘속물’이 되었으면 한다. 그는 지방도시에서 음식장사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자신의 삶이 한마디로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물론 현대사회의 서민계층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다. 「숨쉬는 화석」에서 작중화자의 자기분석은 그처럼 내면적 평화를 잃은 자신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것은 특히 그와 같은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공감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인물들--호프집을 하는 젊은 과부, 중국관 내외, 노래방 주인 등은 체면이나 예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챙겨 결코 선하다고는 못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들의 억세고 끈질긴 생활의 의지를 도덕적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무엇보다도 향락이라곤 모르는 채로 열심히 일하다 늙어버린 보신탕집 여자의 삶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과 같다고 믿는다. 이처럼 서민들의 억척스러움에 공감하면서 그는 그토록 억울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처지와 화해하기 시작한다.
「숨쉬는 화석」에 지난 시대에서 이월된 민중주의의 요소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열등한 처지로 괴로워하다가 서민적 일상성을 수락하기에 이른다는 그 작중화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민중주의를 위한 소설적 변론 같기도 하다. 작중화자가 강조하는 서민의 덕목도 종래에 기층민중이라는 범주 속에서 이미 충분히 인식된 것에 속한다. 하지만 친숙한 모럴이라고 해서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에 특징적인 억척스러움이란 모럴은 이혜경식으로 말하면 ‘생에 대한 경건함’의 본능적 표현이고, 그것을 젖혀두고, 적어도 한국의, 사회와 문화의 저력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설에서 도시인들의 병리적 심리가 우세한 요즘에 그것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억척스러움이 과연 작중화자를 도덕적 위기로부터 구출하기에 흡족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억척스러운 삶은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정의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살려는 의지 그 자체는 얼마든지 반사회적촹반윤리적 행동을 허락할 수 있고, 삶을 위한 카니발리즘(carnivalism)은 얼마든지 퇴폐적 향락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악다구니”란 “건실하게 살고 있다는 자랑”이라고 한다든가, 서민적 일상과 속물들의 생활을 전혀 별개라고 여긴다든가 하는 것은 소박한 생각이다. 또한 작중화자가 품고 있는 ‘젊은 피’의 욕망, 즉 자기 존재를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이 억척스러움의 모럴과 일치될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의 억눌린 자아의 깊은 곳에 원천을 두고 있을 그 욕망은 보신탕집 여자가 구현한 바와 같은 일상에 대한 인종(忍從)의 덕목으로는 진정되기 어렵지 않을까. 그것은 어떤 다른 정치적촹도덕적 표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작중화자와 어쩌면 심리적으로 비슷한 처지였을지 모를 이웃의 한 낙심한 사내를 자살로 몰아감으로써 작가는 서민적 삶과의 화해가 작중화자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성에 대한 아량이 부족한 민중주의의 관념적 자기확인에 불과하다.
여기에 나오는 상모라는 인물은 87년 8월 17일 미포중공업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 속에서 “다른 세상을 보아버렸던” 해고자이다. 그를 둘러싼 암담한 노동운동의 환경은, 10년전 그에게 노동자의 전범이었던 봉식이 지금은 회사의 하수인이 되고 그의 든든한 후배인 이현이 동료들에게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사정에 압축되어 있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건강한 모럴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노동운동에서는 올곧은 투쟁 노선에 헌신한다. 매일 아침 자신을 벌하는 마음으로 회사 정문으로 출근하는 행동, 후배 창연을 격려하여 노조 조직 재건에 박차를 가하는 행동 등을 통해 그는 노동운동의 정치적촹도덕적 갱생의 방향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모라는 인물이 구체적 인격으로 살아 있는 덕택에 그가 표현하는 노동운동의 이념은 강력한 기세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념적 당위에 치우친 작품이라는 인상이 남는다. 따지고 보면 상모와 그의 동지들이 추구하는 노동해방의 이념은 그렇게 자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떠받치는 가설들, 예컨대 자본과 노동의 모순이 사회에 기본적이라거나 노동자가 인간의 전체적 해방의 가능성을 담지한 보편적 계급이라거나 하는 가설들은 그동안 다양한 갈래의 이론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아 지지자를 잃어왔다. 그런 만큼 이념적 확신을 가진 인물을 내세워 기회주의적 노동자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다거나 90년대 전체를 싸잡아 매도한다거나 하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노동해방을 목표로 하는 집단적 실천의 정당화는 그것에 대립하는 세력과의 대화적인 관계 속에서, 작품의 실제에서 말하면 봉식 같은 인물의 좀더 구체적인 처리를 통해서 이루어졌어야 한다. 이야기의 세목에 의해 검증되지 않는 이념은 무엇이든 추상적인 것으로 남게 마련이고, 그것은 강변하면 할수록 독선적으로 들린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를 독선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방현석이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김한수의 「숨쉬는 화석」(『당대비평』)은 인천에서 부대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작중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서민이라면 아마도 빠져들기 십상일 심리적 곤경을 제시한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인천으로 이주한 지 칠팔년째가 되어가는 그는 아내와 함께 식당을 개업하던 시기에 음식장사를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자족하며 살자는 결심을 했으나 그동안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한편으로는 타인이나 세상에 폭력을 가하는 공상에 종종 빠져들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를 하찮은 존재라고 모멸하기도 한다. 그가 이렇듯 자신과 세상 양쪽에 대해 공격적인 충동을 느끼는 것은 그가 환경의 압력에 짓눌린 결과이다. 그는 서울에서 밀려나 인천으로 오면서 ‘허망한 들러리’가 되었다는 생각, 인천살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통념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소비와 향락에 광분한 세태에 접하면 자신이 ‘바보’라는 느낌이 들고, 문득 ‘속물’이 되었으면 한다. 그는 지방도시에서 음식장사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자신의 삶이 한마디로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물론 현대사회의 서민계층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다. 「숨쉬는 화석」에서 작중화자의 자기분석은 그처럼 내면적 평화를 잃은 자신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것은 특히 그와 같은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공감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인물들--호프집을 하는 젊은 과부, 중국관 내외, 노래방 주인 등은 체면이나 예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챙겨 결코 선하다고는 못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들의 억세고 끈질긴 생활의 의지를 도덕적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무엇보다도 향락이라곤 모르는 채로 열심히 일하다 늙어버린 보신탕집 여자의 삶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과 같다고 믿는다. 이처럼 서민들의 억척스러움에 공감하면서 그는 그토록 억울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처지와 화해하기 시작한다.
「숨쉬는 화석」에 지난 시대에서 이월된 민중주의의 요소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열등한 처지로 괴로워하다가 서민적 일상성을 수락하기에 이른다는 그 작중화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민중주의를 위한 소설적 변론 같기도 하다. 작중화자가 강조하는 서민의 덕목도 종래에 기층민중이라는 범주 속에서 이미 충분히 인식된 것에 속한다. 하지만 친숙한 모럴이라고 해서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에 특징적인 억척스러움이란 모럴은 이혜경식으로 말하면 ‘생에 대한 경건함’의 본능적 표현이고, 그것을 젖혀두고, 적어도 한국의, 사회와 문화의 저력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설에서 도시인들의 병리적 심리가 우세한 요즘에 그것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억척스러움이 과연 작중화자를 도덕적 위기로부터 구출하기에 흡족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억척스러운 삶은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정의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살려는 의지 그 자체는 얼마든지 반사회적촹반윤리적 행동을 허락할 수 있고, 삶을 위한 카니발리즘(carnivalism)은 얼마든지 퇴폐적 향락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악다구니”란 “건실하게 살고 있다는 자랑”이라고 한다든가, 서민적 일상과 속물들의 생활을 전혀 별개라고 여긴다든가 하는 것은 소박한 생각이다. 또한 작중화자가 품고 있는 ‘젊은 피’의 욕망, 즉 자기 존재를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이 억척스러움의 모럴과 일치될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의 억눌린 자아의 깊은 곳에 원천을 두고 있을 그 욕망은 보신탕집 여자가 구현한 바와 같은 일상에 대한 인종(忍從)의 덕목으로는 진정되기 어렵지 않을까. 그것은 어떤 다른 정치적촹도덕적 표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작중화자와 어쩌면 심리적으로 비슷한 처지였을지 모를 이웃의 한 낙심한 사내를 자살로 몰아감으로써 작가는 서민적 삶과의 화해가 작중화자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성에 대한 아량이 부족한 민중주의의 관념적 자기확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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