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가치의 몰락과 통속적 서사 ― <탁류>와 <태평천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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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머리말

2. 습속으로서의 가족과 세태적 가족

3. 불순한 양가적 세계

4. 통속적 서사의 의미

5. 맺음말

본문내용

입하여 그것을 표현하는데 급급하게 내몬다. 전통의 미덕과 그것이 고양해온 문화의 민족적 주체성에 대해 무자각했던 채만식은 처녀작 <과도기>에서부터 낡은 규범을 거부하고 근대적 시대정신을 수용
) 황국명, 앞의 책, 26쪽.
코자 했으나, 변화하는 시대의 속악한 내면을 보면서 근대에 대한 기대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러한 엉거주춤한 작가의 가치 갈등이 <탁류>와 <태평천하>의 통속적 서사를 낳는다. 통속성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올 유희적 의의에 기대면서 도식적이고 모방적인 플롯과 감상적 선정적 정서 구조를 갖기에 문학의 궁극적 가치 인식
) 한명환, 앞의 책, 21쪽.
에 이르기는 어렵다. 전대 사회를 지탱하던 절대적 가치 규범의 붕괴 이후 세상은 이념의 지향점을 잃고 통속적으로 부유한다. 채만식은 <태평천하>에서 몰락의 구원 이념을 사회주의에서 찾았으나 막연한 구호적 제시일 뿐 서사 행위를 통하여 명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5. 맺음말
몰락이라는 말은 <탁류>와 <태평천하>의 서사 의미를 추궁하는데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중심 개념이다. 근대의 환멸을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이 기획되던 시대의 소설들을 통해서 현존의 우리를 거슬러보는 일은, 그리하여 근대성의 실체를 해명해 보는 일은 자책(自責)을 수반할 필요하고도 가치로운 작업이다. 근대성을 떠올릴 때, 우리는 민족을 단위로 하는 집단적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킨다. 근대는 서구의 문명 사회로 가는 것을 의미했을진대, 전통의 미개와 미몽을 강요하여 문화적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이었고, 나아가 자본의 간계가 개입된 서구의 비서구에 대한 침입을 용인하는 수단이자 식민지 지배에 아주 용이하게 작용한 경원의 대상였다. 봉건질서가 강박한 윤리와 차별은 근대의 현실 유입력을 더욱 강화하는 억압과 야만으로 비쳐진다. 여기 그것을 유지하던 유교적 가치와 미덕은 그것이 켜켜히 지켜온 난만한 지성과 민족적 정서조차 외면당하고 심지어 매도되면서 일소해야 할 봉건 잔재로 치부된다.
그러나 유교적 전통은 일상인에게 마음의 습속으로 머무르며 여전히 그들의 삶을 규율한다. <탁류>의 초봉이 그러한 유구한 습속의 긍정성을 구현한다면, <태평천하>의 윤두섭은 그것의 폐퇴적 부정성을 표지한다. 그런데 초봉과 윤두섭은 모두 근대가 부추긴 화폐에 대한 욕망에 의해 몰락한다. 그들의 몰락을 이끌은 세태에서 우리는 기존의 가치는 소멸했으며 대안의 가치가 부재할 시기에 오는 부패, 혼탁, 능멸, 야망, 그리고 파멸 등을 목도한다. 여기에 더욱 모멸스러운 현상은 양가적 세계를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행태를 합리화시키는 방편으로 삼는 작중 인물들의 처세이다. 근대로 가는 도정에 과거와 미래의 두 가치 체계는 서로 혼용되면서 권력과 재화의 편에서 편의에 따라 적용된다. <탁류>의 정주사와 <태평천하>의 윤두섭은 이러한 가치 갈등에 교묘히 기생하면서 가부장적 권위를 지켜가고자 한 초라한 전통인이자 불순한 근대인이다. 전통 가치, 즉 유교적 가치의 몰락은 근대의 합리적 이성과 물질적 감각성과의 경쟁에서 패퇴하여 다가왔다기보다 봉건적 질서의 상부 구조에서 그것의 악몽을 지속코자 한 사이비 전통주의자에 의해 급속히 진행된다. 정주사와 윤두섭은 수신(修身)을 통해 터득할 염치와 성리학적 독서를 통해 취득할 유가적 지성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잔반이거나 급조된 양반이다. 그들은 전통과 근대를 오가며 그것들의 금욕적 규율을 방기하고 수혜만을 향유코자 하면서, 그것들이 빚어낼 수 있는 부패와 절망을 배설한다. 불행히도 우리의 근대는 가치의 이중성에 사욕을 감춘 이들의 현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서사 행위가 역사적이고 사회학적 층위에서 서사적 정체성을 구현하던 시대의 문학에 채만식의 <탁류>와 <태평천하>는 놓인다. 이 두 작품은 가치 전범들이 무너진 시대, 양가적 세계에 기민하게 적응하는 속악한 인간들을 초상한다. 그들 욕망의 귀로에 몰락이 있다. 통속적 서사는 욕망의 부침을 얽어내는, 타락한 시대의 몰가치한 상황에 무력하게 대응하는 글쓰기 전략이다. 몰락은 통속에 적당히 유비되면서 엿보는 자의 시선으로 낭패스런 세태를 주시한다. 그러나 그에게 그것을 통어할 이념의 힘이나 의지는 없다. 우리는 채만식의 통속적 서사를 이러한 몰가치적 시대 조건에서 찾는다. 임화가 이미 <탁류>의 통속성을 지적한 이래 그것의 의미가 재생산되어 왔거니와, 우리는 <태평천하>에서도 일말의 그러한 분위기를 감지하여 그것의 의미를 아우러 본다. 몰락이 가져온 급격한 상실감은 통속적 서사의 격정구조를 배태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결국 우리는 두 작품의 맥락에 담긴 통속성을 작가의 의지적 문제는 제쳐두고 식민지 시대의 가치상실에서 찾는다. 유교의 봉건성과 근대의 탐욕성이 뻔뻔히 어우러진 서사공간은 부박한 시대를 미망스럽게 재현하면서 근대성을 체험할 구체하는 삶의 모습을 우리에게 떠넘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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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11.04
  • 저작시기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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