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이 환상성을 지니는 두 가지 이유 :공포의 승화와 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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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연구사와 본고의 연구 방법

Ⅱ. 죽음과 공포로부터의 도주: 환상의 세계

Ⅲ. 재귀-지식 탐색의 무한역행과 기괴한 현실

본문내용

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
(「運動」이승훈 엮음, 『이상문학전집』 1, P. 132)
1)의 시는 '새로운 백화점'이란 뜻이 있으면서 신건축(ART NOUVEAU)이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무한한 운동감을 드러내면서 추론의 무한역행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에셔의 그림에서 계단을 오르는 것이 내려오는 것이 된, 그리고 그 헛된 작업을 무한히 계속하는 승려들처럼.
위에서 내려온 사람은 밑에서 올라가지 아니한 사람이다.
밑에서 올라온 사람은 위에서 내려오지 아니한 사람이다.
이런 명제를 만들면 그것은 참이다. 위에서 내려왔으므로 당연히 밑에서 올라가 것은 아니고 밑의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명제들이 위의 시구처럼 결합되면 이상한 논리가 형성된다.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 운동한 사람은 운동하지 아니한 사람
각 부분들로 보면 문제가 없는 문장들이 전체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가능성이 배태되는 것이며 여기에서 비현실성, 환상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건축무한육면각체 중, 「진단0:1」)
1 2 3 4 5 6 7 8 9 0 .
1 2 3 4 5 6 7 8 9 . 0
1 2 3 4 5 6 7 8 . 9 0
1 2 3 4 5 6 7 . 8 9 0
1 2 3 4 5 6 . 7 8 9 0
1 2 3 4 5 . 6 7 8 9 0
1 2 3 4 . 5 6 7 8 9 0
1 2 3 . 4 5 6 7 8 9 0
1 2 . 3 4 5 6 7 8 9 0
1 . 2 3 4 5 6 7 8 9 0
. 1 2 3 4 5 6 7 8 9 0
위의 숫자시 또한 1에서 10까지, 다시 1에서 10까지 무한한 숫자의 나열과 반복을 상징하는 시이다. 또 「절벽」
) 『이상문학전집』, p. 80.
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느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A1→B1→C1→D1→E1→F1→G1
(B2)→(A2)→C2→D2→E2→F2→G2
A3→B3
이처럼 이상은 무한히 계속되는 순환구조를 지향했으며 동시에 표면상으로 논리적으로 보이는 명제들을 교묘히 결합시키거나 왜곡시켜 기묘한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론의 근저에는 재귀준거에 대한 부정이 도사리고 있음이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래의 인용문은 이상의 유고작 중 하나인데 원래 일어로 씌어졌으며 시라기보다는 독립된 아포리즘에 가깝다. 따라서 평소 이상이 품었던 생각을 좀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같은 사람이 같은 문으로 속속 들어간다. 이 집에는 뒷문이 있기 때문이다.
2) 한 마리의 뱀은 한 마리의 뱀의 꼬리와 같다. 또는 한 사람의 나는 한 사람의 나의 부친과 같다.
3) 眼球에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은 眼球뿐이다.
) 『이상문학전집』1, p. 234.
1)의 첫 문장은 그것만 놓고 볼 때는 거짓이다. 그러나 뒷 문장이 오면서 앞 문장이 참임을 밝혀준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말장난 같아도 같은 사람이 같은 문을 끊임없이 들어간다는 기묘한 설정에서 우리는 앞의 시들과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2)에는 거짓으로 보이는 기묘한 명제가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명제에서 추론된 결론이 뒤따라 나온다.
이상은 왜 이런 의미만들기의 무한역행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언어는 대상을 표상하기 위해 사용되고 대부분의 시인 소설가들은 언어를 통해 대상을 재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상은 언어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끊임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의 많은 시에서 기호는 대상을 표상하기를 멈추고 대상 자체로 있으며, 그는 기호자체를 대상으로 게임을 벌인다.
마그리트가 그린 담배 파이프의 그림은 기호와 실제 대상이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즉 대상을 재현하고 표현하기보다 자신이 다루고 잇는 기호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이런 경향은 현대 예술 전반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7음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기에 앞서 피아노의 소음을 음악이라고 하는 등 음자체를 연구하거나 미술에서 추상예술의 시작, 시에서의 포말리즘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부정하기 때문에 관찰자를 혼란에 빠트리고 무엇인가 세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 이런 행위를 하는 예술가, 수학자들은 인간의 직관, 이성을 믿지 않고, 과학의 신념체계에 대해 불신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불신은 '나는 누구인가' 즉 우리 자신에 대해 탐구할 때 더 심해진다. 이 사실을 이상은 '안구에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안구뿐이다'라는 아포리즘으로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다. 어떤 이성적 사고 능력도 이성적 사고능력 자체를 사고할 수 없다는 이 선언은 괴델의 그 악명높은 정의가 몰고온 파장이며 인공지능 연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기계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논리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의 정신과 두뇌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메타수학과 계산 이론이 저기 고유의 구조를 표상하는데 한계에 이르렀음을 괴델이나 에셔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물론 이 논리는 『괴델, 에셔, 바흐』의 저자에 의해 반박되고 있으나 이런 회의가 지금까지 수학, 과학계의 큰 숙제로 남아왔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안구에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안구 뿐이다"라는 아포리즘이 사이보그는 프로그램된 지식 외의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없다는 논리와 연결됨을 이상은 알고 있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우연하게도 시인의 직관이 20세기의 마지막의 과학의 첨단 부분을 짚고 있었고 그 논리가 인공지능의 발달에 의해 극복될 것이라는 사실, 이 사실에 이상문학의 문제가 미래형으로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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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11.09
  • 저작시기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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