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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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랑은 유통기한이 끝났다

본문내용

센트를 꼽았다. 에어 펌프가 작게 진동을 시작했고 어항 속의 여과기에서 뽀로록 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들이 수면 위로 번져 갔다.
어항 속의 금붕어들은 새로운 환경이 낯선 듯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수면 속으로 숨어 들기를 반복했다. 그 움직임에는 여분의 불안감이 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금붕어들을 관찰한다. 어항의 찰랑이는 수면으로 늦은 오후의 빛줄기가 따듯하게 녹아든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어항의 벽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금붕어들이 순간 흩어지고 그 모습이 우스워 몇 번인가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먹이통을 찾아서 수면위로 사료를 뿌려 준다. 식물의 씨앗만큼이나 작은 사료가 수면으로 흩어져 가고 금붕어들은 먹이를 탐식해 간다. 흐뭇한 일이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었다. 가끔은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가 기억 저 끝에서 살아났지만 예전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조금씩 그녀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이런 질문이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을까?
그러면 나는 어렵게 말을 더듬거리며 사랑했지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건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질문이 된지 이미 오래 전이었으니까.... 그랬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으리라... 우린 늦은 밤에 파스타를 같이 먹었고 가끔은 심야 영화를 즐기기도 했다. 그녀는 내 귀에 사랑의 말을 속삭였고 난 그녀의 작은 가슴을 사랑했다. 가끔 늦은 밤에 잠 못 이루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이불 속에서 얼굴만 빼 꼼이 내밀고 웃어 보였다. 그런 날이면 우린 사랑을 했다.
가끔 이지만 우리는 꿈속에서 여전히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섹스가 끝나고 그녀의 얼굴을 찾는 순간이면 그녀는 더 이상 내 곁에 없었다. 그녀는 얼굴 모를 여자들로 변신해있었다. 어느 날에는 텔레비전의 가슴이 큰 여배우로 변했고 또 어떤 날은 학교의 못생긴 선배로도 변해 있었다. 그 꿈은 실로 우스운 꿈이었던 것이다. 그 꿈이 끝나면 이유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 공허함 속에서 나의 금붕어들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어항 앞으로 다가간다. 수면으로 띄어 오른 물방울들이 터지며 어항의 뚜껑으로 작은 물방울들을 메 달았다. 난 가만히 물방울들을 터트리기라도 하듯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물방울들은 유리의 안에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그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나의 손가락들이 움직일 때마다 금붕어들은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수면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먹이를 찾아 입을 뻐끔거려도 그들의 입은 탐식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내 스물 한 살의 사랑처럼.... 그랬다. 내 스물 한 살의 사랑은 배가 고팠다. 그녀와 함께 하는 순간에도 난 사랑에 굶주렸고 그녀가 없는 지금에 와서는 이별이 남긴 아픔에 굶주렸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겪을 법한 스물 한 살의 사랑이었고 난 스물 한 살의 헤어짐이 만든 고통으로 스스로를 자학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끝간데 없이 몰고 가서는 사랑의 흔적에 매달려 아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어떤 대상에게 지금 내가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학할수록 난 더 깊숙이 잠들 수 있었다. 더 깊은 잠으로....
.「여보세요?」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렇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목소리는 살짝 떨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녀였다. 완전히 잊혀진 감정의 그녀.... 전화를 타고 흘러나온 그녀의 목소리에 난 숨을 죽였다. 그리고는 숨을 한번 뱉어 낸 후 태연한 척 말했다.
대화는 굉장히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공부에 치여서 재미없노라고 말했고 그녀는 휴학을 했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화가 끝나갈 즘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가끔 연락도하고 영화도 같이 보자고... 나는 그렇게 할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항 앞으로 다가와 먹이를 떨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야... 잘 있는 것 같더라....」
순간 어항의 수면 위로 배를 보이고 누운 금붕어 한 마리가 보였다. 죽어 버린 것이었다. 갑자기 우습다는 생각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눈물까지 맺히며 통쾌하게 웃었다. 아이러니다. 그녀의 존재가 미약해지는 순간에 그녀를 잊기 위해 기르던 금붕어는 배를 보이고 죽어 있었다. 마치 그녀가 머리 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는 순간이면 이 금붕어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나의 손에는 부엌에서 쓰는 세제가 들려 있다. 세제 뚜껑을 돌리자 특유의 향이 코를 찌른다. 그녀가 완전히 지워질 수만 있다면 어항 속 가득히 세제를 부어 그녀의 추억일지도 모를 금붕어들을 다 죽이고 싶어 졌다.
-나는 세제를 거꾸로 뒤집고 손에 힘을 주어 세제를 풀었다. 세제가 물 속으로 길게 선을 그으며 떨어졌고 물 속으로 덩어리가 되어 침식되어 갔다. 여과기를 거친 세제는 거품이 되어 어항 밖으로 넘쳤고 금붕어들은 숨이 막힌 듯 이리 저리 움직이기를 몇 번하다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수면으로 떠 오른 금붕어의 하얀 배가 세제의 거품에 묻혔다. 세제의 거품이 마치 무지개처럼 번져 간다. 드디어 그녀와의 사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머리 속의 상상이었을 뿐 난 그저 세제를 들고 한참인가를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마지막 남은 금붕어가 죽었다. 마지막 남은 금붕어의 시체를 쓰레기통에 떨어트리는 순간 사랑해야 금붕어를 키울 수 있으리라 말했던 관상어 가게의 주인 얼굴이 생각났다. 그 날 어항 속에 세제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나는 금붕어들과의 대화를 잊어 버렸다. 마치 나의 감정이 영원하지 못 함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금붕어는 그녀의 존재 감을 안고 사라져 간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이유도 없이 서글퍼졌다. 끝나버린 사랑이 서러운 게 아니라 죽어버린 금붕어에게 미안한 감정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면의 욕구가 밀려 왔다. 나는 더 이상 자학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스물 한 살이었을 때 사랑은 유통기한이 끝나버렸다.
사람들의 말처럼 시간이 흐르고 잊혀져 버린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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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12.20
  • 저작시기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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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21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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