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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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조리한 것도'아닌, 다만 거기 존재하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 "그 원인도 결과도 그리고 의미도 알 수 없는 것들"(P.218)의 세부를 꼼꼼하게 되살려내려고 했던 작가의 산물이다.
그 꼼꼼한 복원에 의해, 진실을 담지 할 의지가 없는, 뜻 없음으로 부풀어 있는 현실-J의 세계-과, 진실을 담지 한, 그리하여 끝없는 실패하고 능멸 당하고 끊임없이 누적되는 육체적, 심리적 피로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자아-R의 세계-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마찰과 대립이 구체적 실감의 부피를 가진 한 편의 생생한 서사물로 떠오른다. 「경마장 가는 길」은 시작도 끝도 없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두 부분이 이 작품의 말미에서 다시 작중인물이 쓰는 소설의 첫머리로 그대로 복원됨으로써 그 순환적 구조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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