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목차

Ⅰ. 문단별 요약
1.메노키오
2.촌락
3.최초의 심문
4.악마에 홀렸을까?
5.메노키오, 콘코르디아에서 포르토그루아로로 이송되다.
6.권력자들에게 일침을
7.고색창연한 사회
8.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합니다.
9. 루터파와 재침례파
10. 방앗간 주인, 화가, 광대
11. 이 모든 것은 저의 생각입니다.
12. 서적
13. 마을의 독자들
14. 인쇄본들과 ‘환상적 견해’
15. 막다른 골목
16. 처녀들의 신전
17. 마리아의 장례식
18. 그리스도의 아버지
19. 최후의 심판일
20. 「맨더빌의 기사」
21. 피그미와 식인종
22. 자연의 하느님
23. 세 개의 반지
24. 기록문화와 구전문화
25. 혼돈
26. 대화
27. 신화적 치즈와 현실의 치즈
28. 지식의 독점
29. 「성서의 약술기 」의 용어
30. 비유의 기능
31. 주인, 관리인, 일꾼
32. 하나의 가설
33. 농민 종교
34. 영혼
35. “모르겠습니다.”
36. 2개의 영, 7개의 영혼, 4개의 원소
37. 사상의 궤적
38. 모순들
39. 천국
40. 새로운 ‘삶의 방식’
41. 사제 죽이기
42. 새로운 세계
43. 심문의 종식
44. 재판관들에게 보내는 편지
45. 수사학적인 표현방식
46. 첫 판결
47. 감옥
48. 마을로의 귀환
49. 고발
50. 한 유대인과의 심야 대화
51. 두 번째 재판
52. 공상
53. 허영과 꿈
54. 전지전능하시고 성스러우신 하느님
55. 15년 전에 죽었더라면
56. 두 번째 판결
57. 고문
58. 루카의 촌부 스콜리오
59. 순례자 바로니
61. 지배 계층의 문화와 피지배 계층의 문화
62. 로마에서 온 편지

Ⅱ. 감 상

본문내용

는 않지만 기독교의 교리를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상층과 하층 문화의 경계선에 있었던 인물이고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의 미시사적 역사관점을 표현해 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한 듯하다. 16세기 이탈리아에 살던 한 방앗간 주인이 종교재판에 회부되고, 결국에는 화형을 당한다는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 익숙하다. 중, 고등학교에서 서양사를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교재판으로 화형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먼저 이 책이 서술하는 방식이 이전에 우리가 배웠던 역사 서술 방식과 틀린 점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움에 있어서 항상 그 중심은 왕조와 지배계층이었다. 우리는 늘 왕조가 어떻게 교체되었으며 당시의 지배계층들이 어떠한 정책으로 민중을 다스렸는지를 배워왔다. 이러한 서술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이 이 방면으로만 편식되어 왔다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 있다. 그것은 민중을 마치 지배계급의 지배를 받는 집단으로만 생각하게 하며, 역사로부터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듯이 사회를 이루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다.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각자의 일터에서, 가정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새롭다. 바로 당대의 사회를 이루고 이끌어 갔을 민중의 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당대의 역사를 뒤집어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종교재판에 회부된 한 방앗간 주인의 언행이다. 이 사람은 불편한 사이였던 교구의 신부에 의해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 한갓 촌부에 불과한 사람이 재판장에 들어서면 기가 죽을 만도 한데, 이 사람은 오히려 더 기고만장이다. 왜? 그는 자기 나름의 논리적인 생각이 있으며 이 생각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그의 생각이 당시의 루터파나 침례파 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고찰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당시의 진보적이며 급진적인 이들의 사상에 일면 부합하는 것이 있지만 이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것보다는 저자는 그의 이러한 당돌한 사상이 당시의 농민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퍼져있던 민중 사상의 일환으로 본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농민들은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당시의 지배이념인 기독교 사상과 상당히 배치되는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에 회부된 가련하지만 당당한 방앗간 주인, 메노키노. 그는 '신'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독점적 권력과 재력, 지식을 소유한 종교 지도자들에게 반발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른 책이 있었다. 움베르트 에코가 지은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당시의 교황과 신부등 종교 지배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 어떻게 지식을 통제하고 소유하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종교인들과 크게 틀리지 않은 당대의 종교 지배자들에게 결국은 화형을 당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하는 메노키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치즈와 구더기-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이란 제목에서 알수 잇듯이,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 다 집결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배와 피지배층의 간극에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으로 자신의 우주관을 탄생시킨 메노키오의 이야기는 미시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려준다. 흔히 우주론이나 존재론 같은 고급지식을 필요로 하는 연구는 학식이 풍부한 고급인력-당시의 지배계층-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만 치즈와 구더기의 메노키오를 통해 일반 서민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우주관이며 존재론적인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메노키오를 그 시대의 피지배계층의 전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는 피지배계층의 주류를 이루는 일반 농민들과는 달리 글을 읽고 쓸 줄 알았으며, 따라서 여러 서적들을 접하였고 방앗간 일을 함으로써 지배계층도 피지배계층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고 속엔 대부분 일반 서민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그는 그것을 새로운 세계라 불렀다) 와 유사한 개념의 것을 열망하였다. 지배계층의 기독교적인식에 부합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간주되어 화형까지 당하는 걸 읽고 있으니, 역사는 소수의 권력자들이 이끌어간다는 말까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주인공인 메노키오가 재판을 받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범신론적인 우주관을 마구 얘기하면 통쾌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이단으로 치부되어 핍박받고 억압되는 자신만의 우주론을 감옥살이와 고문을 당하면서도(비록 재판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내거나 지신의 생각과는 다른 말을 법정에서도 하긴 하지만) 결국엔 굽히지 않은 그의 정신이 감탄스럽기 까지 하다.
메노키오가 읽은 많은 책들이 그의 범신론적인 우주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쳤음을 알아내고 진즈부르그는 그 서적들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으나 당시 메노키오의 서적들이 압류(?)당하고 없어져 버린 탓인지 그 서적들을 통해 메노키오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깊이 있게 나타난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기존의 수학적 논증과 실험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냥꾼이나 탐정처럼 한 개인의 실제 일상적인 삶을 통해 그의 생각을 알아내고 그 생각으로 보편적인 서민의 심리까지 꿰뚫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은 기존의 고급문화(지배문화)를 민중들이 아무런 저항없이 수동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급문화 형성의 바탕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구체적인 개인의 일상과 마음을 통해 한 시대를 조감하려는 진즈부르그의 시도는 탁월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는 미시사 연구의 고전이 된 '치즈와 구더기' 을 듣는학생으로써 미시사의 특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봄이 숙제라 하겠다.

키워드

메노키오,   촌락,   최초의 심문,   종교재판,   신부,   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