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원문
2.해석
2.해석
본문내용
는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흔들며 웨이터를 불렀다. "아뇨, 그게 아니죠. 전 점심 땐 아무 것도 먹지 않아요. 한 입만 물고 나면 그 이상은 절대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답니다. 게다가 그 이상을 먹는 것은 대화 중 실례가 되니까요. 뭐... 아스파라거스가5) 있다면 모를까 그 이상 먹는다는 건 정말이지 불가능하답니다. 그걸 그냥 놔두고 파리를 떠나야 한다니 애석하기 이를 데 없군요."
내 심장은 드디어 주저앉고 말았다. 일전에 가게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고가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그것이었다.
"부인께서 혹시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되는 지 알고 싶어하시는군요," 아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나는 그가 '없는데요'라고 말하기를 눈썹이 새도록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성직자와도 같은 그 널찍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아주 크고 훌륭하며 또한 아주 부드러워 실로 경이에 가까운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말고 함께 내게 자부심에 넘치는 눈길을 보냈다.
"제가 뭐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쪽에서 권하신다면 뭐 거절하지는 않겠어요." 이 여자 손님은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나는 그걸 주문했다.
"한번 드셔보시지 그래요?"
"세상에, 이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구요. 저런, 이제 보니, 그렇게 부담스러운 고기 덩어리를 드시느라 미각이 망가진 모양이군요."
우리는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나올 때를 기다렸다. 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제는 남은 한 달을 얼마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 점심값을 계산할 수나 있을까가 문제였던 것이다. 만일 십 프랑이 모자라 이 손님에게 빌려야 하는 처지라도 되는 날에는 정말이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꼴이 될 처지였다. 내 자신을 그런 처지로 몰아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중에 정확히 얼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형편에, 혹 그 요리 값이 그 이상이 되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극성스레 괴성을 질러대며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울부짖을 결심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물론, 그녀 역시 계산을 치를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을 시에는 그야말로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형세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시계를 맡기고 나중에 와서 갚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었다.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등장했다. 보기만 해도 촉촉한 것이 구미를 당기는 요리였다. 녹아 들어간 버터의 향이 내 콧구멍을 간질였다. 착한 유대인들이 구워낸 제물에 여호와6)의 콧구멍도 그처럼 간지러웠을까... 나는 그 크고 요염한 입안 가득히 이것들을 자신의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 이 파렴치한 여인네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 와중에도 그녀가 끊임없이 퍼부어 대는 발칸 반도 지역 연극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예의를 갖추어 들어주어야 했다. 마침내 그녀는 식사를 마쳤다.
"커피 하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네, 아이스크림과 커피 정도면 되겠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제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 싶어, 나는 내 것으로 커피, 그녀 것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했다.
"아실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철저하게 신뢰하는 것이 하나 있지요,"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더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배가 고프신가 봐요?" 나는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 아니에요. 보시다시피, 전 점심을 먹지 않아요. 전 아침엔 커피 한 잔을 간단히 하고 저녁을 먹는답니다. 하지만 점심때 결코 한 가지 이상은 먹지 않지요. 그냥 들으시라고 하는 소리예요."
"아, 네!"
그러자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수석 웨이터가 그 위선적인 얼굴에 호감을 사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알 굵은 복숭아로 가득한 큼직한 바구니 한 개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흡사 천진난만한 소녀의 볼처럼 홍조를 띤 이 복숭아들의 깊은 색조는 한눈에도 이탈리아 풍토에서 자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복숭아들은 아직 제 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가격이 얼마나 비싸리라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 수 있겠지만, 나 역시도 그쯤은 뻔히 알고 있었다 - 잠시 후,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이 여자 손님은 무심결에 복숭아 한 개를 집고 말았던 것이다.
"그쪽은 고기로 위장을 든든히 채우셨으니 더 이상 들어갈 데가 없겠지요. 하지만 전 가볍게 때우기만 했으니, 복숭아 하나 정도로 마무리를 할까 해요."
계산서가 오고, 대금을 치르고 나니 팁으로도 부족한 금액밖엔 남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잠시 내가 웨이터에게 건넨 삼 프랑에 머물었을 때, 나는 필시 그녀가 나를 인색한 치로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 내 앞에는 살아가야 할 한 달이 남아 있었지만, 주머니 안에는 단 일 페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절 따라 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점심때 한 가지 이상은 절대로 먹지 마시구요." 그녀는 악수를 청하면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보다 이게 더 낫겠지요. 저녁엔 아무 것도 먹지 않을 겁니다." 나는 말했다.
"농담도 잘 하셔!" 그녀는 쾌활한 웃음을 터뜨리며 택시에 올라탔다. "당신 정말 재미있는 분이세요!"
그러나 결국 난 앙갚음을 한 셈이었다. 난 내 자신이 그리 복수에 능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하나님도 무심치는 않은 모양인지,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때문에 나는 이제 그녀를 용서할 수가 있다.
현재 그녀의 체중은 294파운드7)다.
1) 역자 주: Latin Qu rter. 파리의 라틴 구(區)로 많은 예술가와 학생들이 살고 있는 파리 남쪽 지역
2) Foyot
3) 역자 주: Cavier. 철갑상어 알젖
4) 역자 주: Mutton Chop. 양의 갈비(에 붙은) 고기
5) 역자 주: Asparagus.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로, 그 어린 싹은 값비싼 요리의 재료로 쓰임
6) 역자 주: Jehovah. 야훼(구약성서의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The Almighty)
7) 역자 주: 약 133.35 kg
내 심장은 드디어 주저앉고 말았다. 일전에 가게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고가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그것이었다.
"부인께서 혹시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되는 지 알고 싶어하시는군요," 아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나는 그가 '없는데요'라고 말하기를 눈썹이 새도록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성직자와도 같은 그 널찍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아주 크고 훌륭하며 또한 아주 부드러워 실로 경이에 가까운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말고 함께 내게 자부심에 넘치는 눈길을 보냈다.
"제가 뭐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쪽에서 권하신다면 뭐 거절하지는 않겠어요." 이 여자 손님은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나는 그걸 주문했다.
"한번 드셔보시지 그래요?"
"세상에, 이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구요. 저런, 이제 보니, 그렇게 부담스러운 고기 덩어리를 드시느라 미각이 망가진 모양이군요."
우리는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나올 때를 기다렸다. 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제는 남은 한 달을 얼마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 점심값을 계산할 수나 있을까가 문제였던 것이다. 만일 십 프랑이 모자라 이 손님에게 빌려야 하는 처지라도 되는 날에는 정말이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꼴이 될 처지였다. 내 자신을 그런 처지로 몰아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중에 정확히 얼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형편에, 혹 그 요리 값이 그 이상이 되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극성스레 괴성을 질러대며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울부짖을 결심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물론, 그녀 역시 계산을 치를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을 시에는 그야말로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형세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시계를 맡기고 나중에 와서 갚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었다.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등장했다. 보기만 해도 촉촉한 것이 구미를 당기는 요리였다. 녹아 들어간 버터의 향이 내 콧구멍을 간질였다. 착한 유대인들이 구워낸 제물에 여호와6)의 콧구멍도 그처럼 간지러웠을까... 나는 그 크고 요염한 입안 가득히 이것들을 자신의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 이 파렴치한 여인네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 와중에도 그녀가 끊임없이 퍼부어 대는 발칸 반도 지역 연극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예의를 갖추어 들어주어야 했다. 마침내 그녀는 식사를 마쳤다.
"커피 하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네, 아이스크림과 커피 정도면 되겠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제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 싶어, 나는 내 것으로 커피, 그녀 것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했다.
"아실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철저하게 신뢰하는 것이 하나 있지요,"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더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배가 고프신가 봐요?" 나는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 아니에요. 보시다시피, 전 점심을 먹지 않아요. 전 아침엔 커피 한 잔을 간단히 하고 저녁을 먹는답니다. 하지만 점심때 결코 한 가지 이상은 먹지 않지요. 그냥 들으시라고 하는 소리예요."
"아, 네!"
그러자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수석 웨이터가 그 위선적인 얼굴에 호감을 사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알 굵은 복숭아로 가득한 큼직한 바구니 한 개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흡사 천진난만한 소녀의 볼처럼 홍조를 띤 이 복숭아들의 깊은 색조는 한눈에도 이탈리아 풍토에서 자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복숭아들은 아직 제 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가격이 얼마나 비싸리라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 수 있겠지만, 나 역시도 그쯤은 뻔히 알고 있었다 - 잠시 후,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이 여자 손님은 무심결에 복숭아 한 개를 집고 말았던 것이다.
"그쪽은 고기로 위장을 든든히 채우셨으니 더 이상 들어갈 데가 없겠지요. 하지만 전 가볍게 때우기만 했으니, 복숭아 하나 정도로 마무리를 할까 해요."
계산서가 오고, 대금을 치르고 나니 팁으로도 부족한 금액밖엔 남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잠시 내가 웨이터에게 건넨 삼 프랑에 머물었을 때, 나는 필시 그녀가 나를 인색한 치로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 내 앞에는 살아가야 할 한 달이 남아 있었지만, 주머니 안에는 단 일 페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절 따라 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점심때 한 가지 이상은 절대로 먹지 마시구요." 그녀는 악수를 청하면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보다 이게 더 낫겠지요. 저녁엔 아무 것도 먹지 않을 겁니다." 나는 말했다.
"농담도 잘 하셔!" 그녀는 쾌활한 웃음을 터뜨리며 택시에 올라탔다. "당신 정말 재미있는 분이세요!"
그러나 결국 난 앙갚음을 한 셈이었다. 난 내 자신이 그리 복수에 능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하나님도 무심치는 않은 모양인지,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때문에 나는 이제 그녀를 용서할 수가 있다.
현재 그녀의 체중은 294파운드7)다.
1) 역자 주: Latin Qu rter. 파리의 라틴 구(區)로 많은 예술가와 학생들이 살고 있는 파리 남쪽 지역
2) Foyot
3) 역자 주: Cavier. 철갑상어 알젖
4) 역자 주: Mutton Chop. 양의 갈비(에 붙은) 고기
5) 역자 주: Asparagus. 백합과의 다년생 식물로, 그 어린 싹은 값비싼 요리의 재료로 쓰임
6) 역자 주: Jehovah. 야훼(구약성서의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The Almighty)
7) 역자 주: 약 133.35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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