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그리스 신화 - 1. 신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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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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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신이 뭔가 잘못 생각했다고 느끼고 지나온 문장을 다시 읽게 되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 모든 사태는 인용문 첫 문장의 "승리"에서 비롯된다. "승리"가 아니라 "개선식"triumph이 되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장은, 이 개선식이란 관행이, 혹은 이 "개선식"이란 말이 희랍어에서 에트루리아와 로마로 들어간 것이란 뜻이다. 세 번째 문장의 "그것"이 지시하는 것은 triumphus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애당초 희랍어 thriambos였는데, 라틴문자로 표기되면서 철자가 조금 바뀌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에 그 "개선식"의 행렬이 어떠했는지 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 행렬묘사도 약간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다. 이 행렬에 "사자와 팬더와 표범과 같은 동물들이 나타난다"(같은 쪽)고 했기 때문이다. "팬더"라고 하면 독자들은 우선 중국의 서부 산악지방에 사는, 곰과(科)의 귀여운 동물 panda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옛날 이 동물이 희랍까지 알려졌을 리는 없고, 또 이 한가한 동물이 그 소란에 끼어 수레를 끈다는 것도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panther를 발음대로 옮긴 것임을 쉽게 눈치챌 것이지만, 그 뒤에 다시 "표범"(아마도 leopard일 것이다)이 나오니 뭐라고 둘을 구별할지 좀 난감하긴 하다. 인터넷에서 panther를 찾으면 대체로 Florida panther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푸마" 또는 "쿠거"라고도 부르는, 암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과 동물이다. 아마,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핑크 팬더"라는, 좀 멍청한 panther가 나오는 만화가 있어서 역자가 그냥 이렇게 쓴 것 같은데, 달리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으면, 옆에 로마자 이름이라도 표기해 주어 '귀여운 중국곰'과 구별해 주는 것이 좋겠다. (사실은 이 '중국곰'은 "판다"라고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동물을 "팬더"라고 적고 있다. "판다"라고 표기한 것이 "팬더"의 1/3이 채 안 되는데, 그 "판다" 중에는 "물건을 판다"까지 섞여 있어서, "팬더"에 비해 매우 열세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이 대체로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하고, 함께 얘기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실수들이다. (아주 사소한 실수 몇 가지와, 인용출처 약어표에 나오는 오류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약어표는 마지막 교정을 보지 못했는지 잘못된 곳이 상당히 많은데, 이는 따로이 출판사와 의논해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을 굉장히 칭찬했기 때문에, 이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혹은 평소보다 더 가혹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처음 칭찬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었나 의심할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정말 굉장한 책이고, 역자들이 굉장한 일을 해 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이렇게 꼼꼼히 이것저것 지적한 것은, 이 책이 앞으로 누구나, 그것도 계속적으로 참고해야 하는 중요 문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정말로 안 고치면 안 되는 큰 실수는 몇 되지 않고, 그저 이러저러하게 고치면 글이 좀더 매끄럽고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그 실수라는 것도 이 정도의 책을 번역하자면 그 만큼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이 글을 쓰는 데는 다른 경우의 두 배 이상 시간이 들었는데, 물론 분량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책이 앞에 말한 중요한 장점, 즉 자세한 전거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만약 다른 어떤 책들이 그랬듯이, 한국어 판을 만들 때 원래의 전거를 모두 생략하고 인쇄했다면, 책값은 좀 싸게 되었을 것이고, 또 역자도 많은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렇게 자세한 비판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이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입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란다.
혹시 내가 얼른 얼른 틀린 점과 고쳐야할 방향만 말하고 글을 간략히 마쳐줬으면 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 글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무엇이 문제 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그저 책의 틀린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이런 틀린 점을 통해 우리가 어떤 대목에서 잘 틀리는지,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얘기해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서로 내용을 다 아는 사람끼리 돌려보는 용역 보고서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글이 길어진 또다른 이유는, 이 책의 역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공자들은 그 분야의 공부도 누구 못지 않게 했고, 번역어도 오래 생각해서 골랐기 때문에, 누가 잘못을 지적해도 쉽게 승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 정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려면 글이 길어지는 수 밖에 없다.
간혹 내 글을 보고 어떤 책을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애초의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 사실 내가 명시적으로 재번역을 권고한 책들 이외에는 어떤 책이든 읽는 것이 안 읽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크다. 내 글 때문에 어떤 책을 읽지 않기로 했다면, 그것은 큰 손해를 스스로 택하는 것이다. (사실은 내가 안 좋은 번역으로 '낙인찍은' 책들도, 읽어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끝까지 읽을 수만 있다면 상당한 이득을 준다. 세상에 읽어서 나쁜 책이란 없는 것이다.) 혹시 이 (별 것 아닌) 글을 보고서 이 (좋은) 책을 소장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까봐 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역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오래 전부터 알고 친하게 지내온 사이인데, 더구나 선물 받은 책을 가지고 이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다. 다 서양고전학의 발전을 위해 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용서하시기 바란다.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는 나의 주장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이 제대로 된 신화책을 모두가 구비하고, 그래서 진지한 책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가 생기기를 기원하면 글을 마친다.

키워드

서평,   비평,   평론,   감상
  • 가격3,000
  • 페이지수27페이지
  • 등록일2004.09.27
  • 저작시기2004.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6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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