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축복 상편》
《축복 하편》
《축복 하편》
본문내용
보시구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리우어멈의 주름투성이인 얼굴도 웃음으로 인해 다시 호두껍질처럼 쭈글쭈글해 졌다. 그리곤 그 작은 눈으로 샹린댁의 이마를 흘끔 쳐다보고는 다시 그녀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샹린댁은 몹시 어색한 듯 웃음을 거두더니 눈을 돌려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샹린댁! 자네는 정말 어리석었어. 차리리 힘이 조금 더 세어서 그때 탁자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렸으면 좋았을걸...... 당신과 당신의 두 번째 남편은 두 해도 못 살아보고 결국 큰 죄명만 뒤집어 썼잖나. 자네가 나중에 죽어서 저승에 가게 되면 아마 먼저 죽은 두 명의 남편들이 서로 뺏으려고 싸울텐데, 자네를 누구에게 주어야 좋겠나. 염라대왕은 자네를 톱으로 잘라 둘로 나누어서 주는 수밖에는 없을 텐데, 내 생각엔, 이건 정말..."
그녀의 얼굴에는 금방 공포의 빛이 선명히 떠올랐다. 이것은 그녀가 살던 산촌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던 것이였다.
"내 생각에는 자네가 미리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 하나를 사서 기증하게, 그걸 자네 몸 대신 삼아서 천명의 사람들에게 밟게 하고, 만 명의 사람들이 넘어가게 하면 현세에서의 자네의 죄명은 사라지고 죽은 후에도 고통을 면하게 될걸세."
그녀는 그 당시에는 뭐라 대답하지 않았으나 아마도 몹시 고민을 했던지, 그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두 눈언저리가 거무죽죽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그녀는 마을의 서쪽어귀에 있는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 하나를 비치하겠노라고 예약했다. 묘지기는 처음에는 허락하려 하지 않았으나, 그녀가 간절히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자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문지방의 가격은 대략 열 두 냥 이였다.
그녀는 그녀의 아마오이야기가 이미 사람들에게 찌꺼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리우어멈과 이야기를 한 이후에는, 그 이야기가 동네사람들에게 퍼져 나간 모양인지, 모든 사람에게 신선감을 불러 일으켰고, 사람들은 또 다시 이 새로운 화제를 가지고 그녀를 놀려 댔다. 그 화제란 것은 물론 신선한 것으로 바뀌어 그녀의 이마에 있는 상처로 옮겨갔다.
"샹린댁, 내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자네는 그때 어떻게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듣게 되었지?" 라고 한사람이 말하면
"아이구,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머리를 헛 부딪힌 거라니까."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상처를 쳐다보며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마도 그들이 웃는 얼굴과 목소리에서 그들이 자신을 비웃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입을 꼭 다물고 사람들이 모두들 수치스러운 표시라고 일컫는 이마의 그 흉터를 간직한 채, 말없이 심부름을 하고, 마당을 쓸고, 야채를 씻고, 쌀을 일었다.
어느덧 일년이 꽉 차 그녀는 그 동안 숙모댁에 쌓아 두었던 급료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이것을 열 두 냥의 은화로 바꾸고 휴가를 청해 마을 서쪽 어귀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식경도 지나지 않아 바로 돌아왔다. 그녀의 기색은 매우 시원스러운 듯 보였고, 눈에도 전에 없던 생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기쁜 듯 숙모에게 말하길, 자기는 이미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을 기증하고 왔노라는 것이다.
동지의 제사 때에는 그녀는 더욱 부지런히 일했다. 숙모가 젯상을 차리고, 아니우와 함께 탁자를 옮겨 대청 한가운데로 나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무심코 술잔과 젓가락을 가져오려 했다.
"가만놔둬, 샹린댁!" 숙모님은 황망히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마치 뜨거운 촛농에 데이기라도 한 듯이 손을 움츠리고 얼굴이 금새 새파래져서는 다시는 촛대를 집으러 가지도 않고, 그저 얼빠진 사람모양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녀는 사숙이 향을 피울 때 저쪽으로 비켜나라고 해서야 겨우 그 자리를 비켜났다.
이 일로 인해서 그녀의 변화는 매우 커졌다. 그 다음 날 그녀의 눈언저리는 움푹 꺼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나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겁이 몹시 많아져서 밤에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 할 뿐 아니라 검은 그림자만 보아도 벌벌 떨고, 제 주인이라 하더라도 사람만 보면 무서워해서, 낮에만 제 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생쥐' 같았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멍하니 앉아서 있는 폼이 마치 '나무 인형' 같았다.
반년이 못되어 머리는 하얗게 세기 시작했고, 기억력은 더욱 더 나빠져서 심지어는 쌀을 이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샹린댁이 어떻게 저렇게 되었지? 차라리 그때 쓰지 말 걸 그랬어." 숙모님은 어떤 때는 그녀의 면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며 마치 그녀에게 경고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늘 이런 식이였고 정상으로 돌아올 가망성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를 웨이노파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루진에 있을 무렵에는 그렇게 말만 했지, 정말 그렇게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결국엔 그렇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숙의 집에서 나와 바로 거지가 되었는지 아니면, 먼저 웨이노파의 집에 갔다가 다시 거지가 되었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근처에서 크게 터지는 폭죽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콩알만한 크기의 노란 등불이 보였고, 잇달아 폭죽이 '툭탁툭탁'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숙의 집에서는 지금 한창 '복을 비는 제사'가 행해지고 있나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오경에 가까운 시간임을 알았다. 나는 몽롱한 의식의 한 가운데서, 멀리서 끊이지 않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폭죽소리를 들으며, 그것이 짙은 안개와 합쳐져 펄펄 내리는 눈꽃과 함께 루진을 휩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시끄러운 소리의 포옹속에서, 온갖 근신거리가 사라지는 듯, 전신이 나른해지고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축복의 분위기를 주던 시끄러운 소리들도 이내 사라져 버리고, 다만 하늘과 땅의 성령들이 제사의 향연에 흠뻑 취해서는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루진의 사람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안겨다 주는 것 같았다.
리우어멈의 주름투성이인 얼굴도 웃음으로 인해 다시 호두껍질처럼 쭈글쭈글해 졌다. 그리곤 그 작은 눈으로 샹린댁의 이마를 흘끔 쳐다보고는 다시 그녀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샹린댁은 몹시 어색한 듯 웃음을 거두더니 눈을 돌려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샹린댁! 자네는 정말 어리석었어. 차리리 힘이 조금 더 세어서 그때 탁자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렸으면 좋았을걸...... 당신과 당신의 두 번째 남편은 두 해도 못 살아보고 결국 큰 죄명만 뒤집어 썼잖나. 자네가 나중에 죽어서 저승에 가게 되면 아마 먼저 죽은 두 명의 남편들이 서로 뺏으려고 싸울텐데, 자네를 누구에게 주어야 좋겠나. 염라대왕은 자네를 톱으로 잘라 둘로 나누어서 주는 수밖에는 없을 텐데, 내 생각엔, 이건 정말..."
그녀의 얼굴에는 금방 공포의 빛이 선명히 떠올랐다. 이것은 그녀가 살던 산촌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던 것이였다.
"내 생각에는 자네가 미리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 하나를 사서 기증하게, 그걸 자네 몸 대신 삼아서 천명의 사람들에게 밟게 하고, 만 명의 사람들이 넘어가게 하면 현세에서의 자네의 죄명은 사라지고 죽은 후에도 고통을 면하게 될걸세."
그녀는 그 당시에는 뭐라 대답하지 않았으나 아마도 몹시 고민을 했던지, 그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두 눈언저리가 거무죽죽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그녀는 마을의 서쪽어귀에 있는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 하나를 비치하겠노라고 예약했다. 묘지기는 처음에는 허락하려 하지 않았으나, 그녀가 간절히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자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문지방의 가격은 대략 열 두 냥 이였다.
그녀는 그녀의 아마오이야기가 이미 사람들에게 찌꺼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리우어멈과 이야기를 한 이후에는, 그 이야기가 동네사람들에게 퍼져 나간 모양인지, 모든 사람에게 신선감을 불러 일으켰고, 사람들은 또 다시 이 새로운 화제를 가지고 그녀를 놀려 댔다. 그 화제란 것은 물론 신선한 것으로 바뀌어 그녀의 이마에 있는 상처로 옮겨갔다.
"샹린댁, 내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자네는 그때 어떻게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듣게 되었지?" 라고 한사람이 말하면
"아이구,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머리를 헛 부딪힌 거라니까."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상처를 쳐다보며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마도 그들이 웃는 얼굴과 목소리에서 그들이 자신을 비웃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입을 꼭 다물고 사람들이 모두들 수치스러운 표시라고 일컫는 이마의 그 흉터를 간직한 채, 말없이 심부름을 하고, 마당을 쓸고, 야채를 씻고, 쌀을 일었다.
어느덧 일년이 꽉 차 그녀는 그 동안 숙모댁에 쌓아 두었던 급료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이것을 열 두 냥의 은화로 바꾸고 휴가를 청해 마을 서쪽 어귀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식경도 지나지 않아 바로 돌아왔다. 그녀의 기색은 매우 시원스러운 듯 보였고, 눈에도 전에 없던 생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기쁜 듯 숙모에게 말하길, 자기는 이미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을 기증하고 왔노라는 것이다.
동지의 제사 때에는 그녀는 더욱 부지런히 일했다. 숙모가 젯상을 차리고, 아니우와 함께 탁자를 옮겨 대청 한가운데로 나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무심코 술잔과 젓가락을 가져오려 했다.
"가만놔둬, 샹린댁!" 숙모님은 황망히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마치 뜨거운 촛농에 데이기라도 한 듯이 손을 움츠리고 얼굴이 금새 새파래져서는 다시는 촛대를 집으러 가지도 않고, 그저 얼빠진 사람모양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녀는 사숙이 향을 피울 때 저쪽으로 비켜나라고 해서야 겨우 그 자리를 비켜났다.
이 일로 인해서 그녀의 변화는 매우 커졌다. 그 다음 날 그녀의 눈언저리는 움푹 꺼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나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겁이 몹시 많아져서 밤에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 할 뿐 아니라 검은 그림자만 보아도 벌벌 떨고, 제 주인이라 하더라도 사람만 보면 무서워해서, 낮에만 제 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생쥐' 같았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멍하니 앉아서 있는 폼이 마치 '나무 인형' 같았다.
반년이 못되어 머리는 하얗게 세기 시작했고, 기억력은 더욱 더 나빠져서 심지어는 쌀을 이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샹린댁이 어떻게 저렇게 되었지? 차라리 그때 쓰지 말 걸 그랬어." 숙모님은 어떤 때는 그녀의 면전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며 마치 그녀에게 경고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늘 이런 식이였고 정상으로 돌아올 가망성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를 웨이노파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루진에 있을 무렵에는 그렇게 말만 했지, 정말 그렇게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결국엔 그렇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숙의 집에서 나와 바로 거지가 되었는지 아니면, 먼저 웨이노파의 집에 갔다가 다시 거지가 되었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근처에서 크게 터지는 폭죽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콩알만한 크기의 노란 등불이 보였고, 잇달아 폭죽이 '툭탁툭탁'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숙의 집에서는 지금 한창 '복을 비는 제사'가 행해지고 있나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오경에 가까운 시간임을 알았다. 나는 몽롱한 의식의 한 가운데서, 멀리서 끊이지 않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폭죽소리를 들으며, 그것이 짙은 안개와 합쳐져 펄펄 내리는 눈꽃과 함께 루진을 휩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시끄러운 소리의 포옹속에서, 온갖 근신거리가 사라지는 듯, 전신이 나른해지고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축복의 분위기를 주던 시끄러운 소리들도 이내 사라져 버리고, 다만 하늘과 땅의 성령들이 제사의 향연에 흠뻑 취해서는 허공에 머물러 있으면서, 루진의 사람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안겨다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