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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다.
창작 연대에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떤 식으로 이 희곡을 다시 공연해야 할런지 생각해 보았다. 공산당이 싫다고 소리치다가 무장공비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승복 소년의 일대기를 쇠뇌 당하듯 봐야했던 세대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며 이 공연을 보게 될까?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잔혹한 진압 과정을 기억하는 세대가 이 공연을 보게 될까? 전두환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과 군사 정치를 지켜보며 쓴 침을 삼켰을 세대가 읽을까? 아니면. 80년대 초에 태어나 중, 고등학교 때 휴대폰 멤버쉽 카드에 친숙해지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놀이터인 세대? 개인주의에 익숙하고 상표와 레스토랑에 민감하며 원조교제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소비가 미덕인 세태의 세대가 과연 이 희곡과 연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했다. 이승복 소년이 죽었을 당시 상황을 "나는 콩 사탕이 싫어요."나 "나는 공 상당히 싫어요." 식의 언어 유희로 비꼴 수 있는 세태에. 조선시대 이전 역사라면 애꾸눈 궁예가 멋있고 여인천하 난정이가 어떤 인물인지 알면서, 박정희 정권의 문제나 80년대 초 군부 정권의 탄압과 대학교 데모에 대해서는 정작 알 기회가 별로 없는 세태에. 패션 잡지의 트랜드에 열광하고 순정 만화에 눈물 흘리는 세대가 과연 이 희곡을 연극으로 보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까? 역사적 상황에 대한 우회적인 풍자는 잠시 뒤로 돌리고 어떻게 개인의 쇠뇌와 타자의 역할에 대한 정신적 몰입과 자아의 착란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을 무대로 꾸밀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던 와중에 얻은 명확한 결론은 우습지만 일단 관객들은 확실히 쫓겨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 희곡에서 연극의 여러 층위에 존재하게 되는 관객에게 가장 확실하게 문제를 부각시키고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요소는 공연장 밖으로의 내몰림이다. 정치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자의식과 정체성을 다시금 재확인시키고, 경제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재확인시키며, 마침내는 배우 1이 겪는 자의식과 정체성의 망각을 통해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연극의 끝 부분에서 당장 나가라는 마지막 외침이 있는 것이다. 다만, 내몰림이란 불쾌함의 언저리에 떠돌던 의문과 불쾌함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상당히 유쾌한 일이었지만 이 희곡을 읽던 내내 가져야 했던 불쾌함은 그 자체가 불쾌함이었다.
창작 연대에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떤 식으로 이 희곡을 다시 공연해야 할런지 생각해 보았다. 공산당이 싫다고 소리치다가 무장공비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승복 소년의 일대기를 쇠뇌 당하듯 봐야했던 세대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며 이 공연을 보게 될까?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잔혹한 진압 과정을 기억하는 세대가 이 공연을 보게 될까? 전두환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과 군사 정치를 지켜보며 쓴 침을 삼켰을 세대가 읽을까? 아니면. 80년대 초에 태어나 중, 고등학교 때 휴대폰 멤버쉽 카드에 친숙해지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놀이터인 세대? 개인주의에 익숙하고 상표와 레스토랑에 민감하며 원조교제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소비가 미덕인 세태의 세대가 과연 이 희곡과 연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했다. 이승복 소년이 죽었을 당시 상황을 "나는 콩 사탕이 싫어요."나 "나는 공 상당히 싫어요." 식의 언어 유희로 비꼴 수 있는 세태에. 조선시대 이전 역사라면 애꾸눈 궁예가 멋있고 여인천하 난정이가 어떤 인물인지 알면서, 박정희 정권의 문제나 80년대 초 군부 정권의 탄압과 대학교 데모에 대해서는 정작 알 기회가 별로 없는 세태에. 패션 잡지의 트랜드에 열광하고 순정 만화에 눈물 흘리는 세대가 과연 이 희곡을 연극으로 보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까? 역사적 상황에 대한 우회적인 풍자는 잠시 뒤로 돌리고 어떻게 개인의 쇠뇌와 타자의 역할에 대한 정신적 몰입과 자아의 착란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을 무대로 꾸밀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던 와중에 얻은 명확한 결론은 우습지만 일단 관객들은 확실히 쫓겨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 희곡에서 연극의 여러 층위에 존재하게 되는 관객에게 가장 확실하게 문제를 부각시키고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요소는 공연장 밖으로의 내몰림이다. 정치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자의식과 정체성을 다시금 재확인시키고, 경제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재확인시키며, 마침내는 배우 1이 겪는 자의식과 정체성의 망각을 통해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연극의 끝 부분에서 당장 나가라는 마지막 외침이 있는 것이다. 다만, 내몰림이란 불쾌함의 언저리에 떠돌던 의문과 불쾌함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상당히 유쾌한 일이었지만 이 희곡을 읽던 내내 가져야 했던 불쾌함은 그 자체가 불쾌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