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읽고

본문내용

를 초래하였다.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의 자원전용을 통한 선진국의 생활수준 향상은（자동차나 전기제품 등의）소비증대로 인한 환경파괴를 수반하였다. 유럽에 의한 세계재편이 자초한 이러한 불행 뒤에는 인류가 종속적인 자연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는 철학적 견해가 깔려 있다. 이는 인간의 잠재력과 무한한 진보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사회의 개선을 물질적인 부의 생산으로 간주한 고전경제학은 지구의 자원을 자본으로 간주하고 자원고갈의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았다. 고전경제학의 급진적인 반대자인 맑스나 레닌도 자원과 환경에 관한 태도에서는 고전경제학의 가정을 많이 채택하였고, 그래서 그들의 첫번째 목적은 19세기 유럽 부르조아들이 이룩한 소비수준으로까지 프롤레타리아트를 끌어올리는 것이었기에, 생태학적 관점에서 비판되어 마땅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녹색세계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수질오염, 대기오염, 산성비, DDT와 같은 살충제 사용, 폐기물 특히 핵폐기물,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을 세세히 입증하고, 또 개발원조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이래 최빈국의 소득은 점점 더 감소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구의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그렇다면 심각한 생태위기를 초래한 인류는 수렵채취생활로 회귀해야 할 것이며, 회귀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생산력의 증대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부정적인 역할만을 하였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당장 이런 당혹스런 의문에 부딪힐 것이다. 또한“환경파괴가 유일한, 아니면 적어도 주요한 쇠망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은 너무 단순화한 것인지도 모른다”（1권 135면）는 저자 스스로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사를 환경과 인간 사이의 양대관계로 압축해버린 느낌을 준다. 또한 여기에서 역사는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의 종말은 숙명적인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파괴나 보호의 양자택일과정에는 그때마다 정치적 지배집단의 선택이나 다양한 사회세력들 사이의 역관계가 함께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사와 사회사가 결합된 녹색세계사가 서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진정한 녹색세계사가 씌어지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인간행위자들이 수행하는 환경보호의 노력들이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생태위기의 극복을 위한 대안들도 함께 제시되었더라면, 독자들은 이 책에서 경각심 못지않게 어떤 희망감과 구체적인 행동전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키워드

기후변화,   독후감,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