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새천년 백악관의 두 행사
신경제 패러다임과 디지털화
생명공학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
생명공학 혁명의 산업적, 경제적 파급 효과
생명공학 혁명과 디지털 경제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생물특허
신경제 패러다임과 디지털화
생명공학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
생명공학 혁명의 산업적, 경제적 파급 효과
생명공학 혁명과 디지털 경제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생물특허
본문내용
창출할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생명공학 혁명은 처음부터 '디지털적'이었으며, 생내적으로 '디지털화'의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 혁명은 아마도 디지털 경제의 토대를 이룬 정보기술의 위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디지털 경제의 정점을 장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생물특허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혁명이 디지털 경제의 일부로 남게 된다면 그것은 신경제의 부수적 현상으로 이해되는 디지털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서두에 지적했듯이 디지털 격차는 신경제를 특징 짓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을 먼저 흡수하여 먼저 신경제에 편입된 국가나 개인과 그렇지 못한 국가나 개인 사이에 심각한 정도의 빈부격차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렇다면 신경제 패러다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생명공학 혁명은 디지털 격차를 좁히게 될까, 아니면 더 확대시키게 될까? 이 역시 생명공학 혁명이 진전된 이후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현재의 생물특허 제도를 보면 어느 정도 그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생명체에 대한 특허 논쟁은 1971년 제너럴 일렉트릭 사에서 근무하던 인도 출신 미생물학자 아난다 차크라바티가 미국 특허청에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없앨 수 있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을 특허 출원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특허청은 미국 특허법 하에서 생물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특허 출원을 거절하였으나 차크라바티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치는 일련의 상고 과정에서 승리하고 특허를 얻는데 성공한다. 1980년에 이루어진 대법원 판결에서 재판장은 다수 의견을 대변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차이점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7년 뒤인 1987년, 미국 특허청은 입장을 바꾸어 동물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 유기체의 특허 출원이 가능함을 공포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모든 미생물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 세포계, 조직, 기관, 배(胚), 태아까지도 특허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오직 인간 전체만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그것은 미국 수정 헌법 13조가 인간의 노예화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현재 유전자는 그 기능을 밝히기만 해도 특허화가 가능한데, 이는 자연 상태의 화학물질을 분리, 정제했을 경우 '인간의 개입(human intervention)'을 인정하여 물질특허를 주고 있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생물특허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타당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대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에 대해서 발명, 혹은 인간개입의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특허를 주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부터,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 그리고 발명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인정하되 유전자 특허처럼 발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특허화할 수 없다는 중도적 입장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어떤 과학자들은 미생물, 식물, 동물에 대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각 입장마다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발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생물특허의 문제는 인류의 공유자원에 대해 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토지 사유화의 문제와 유사하다. 자본주의는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했지만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토지의 국유화를 선택했다. 남극은 현재에도 국제 협약에 따라 인류의 공유지로 남아있다. 이렇게 토지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들은 모두 그 사회가 판단하여 그 사회에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들이었다.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생물체와 유전자 풀(pool)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것에 대한 독점적 소유를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특허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의회에서 결정되지 않고 특허청과 법원에서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1980년 차크라바티 사건을 재판할 때, 미국 연방대법원은 자본주의 정신에 충실한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소수 의견을 대변한 윌리엄 브레넌 판사는 "특허법이 미치는 범위를 넓히느냐 좁히느냐 하는 일은 의회가 할 일이지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생물특허의 경우에는 특허를 받으려는 대상이 공공의 이익과 독특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의회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즉, 생물은 인류의 공유 자산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인정해야 할지는 의회가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브레넌 판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특허 제도는 인류의 공유자원에 대해 가장 자본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직 그 파장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생명공학 혁명이 진전될수록 이 제도의 결과도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생물체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특허권을 가진 사람이 농업, 식품, 의약 등의 분야에서 전대미문의 전지구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어쩌면 한 도시나 국가 전체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보다도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아마 가장 지독한 형태의 부의 편중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생물체가 지니는 특성 때문에 생물특허로 인한 부의 편중은 그 어느 디지털 격차보다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생명공학의 세기가 더 건강하고 더 환경친화적인 세상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모두가 잘사는' 세상, 빈부의 격차가 줄어든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현재의 생물특허 제도는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생물특허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혁명이 디지털 경제의 일부로 남게 된다면 그것은 신경제의 부수적 현상으로 이해되는 디지털 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서두에 지적했듯이 디지털 격차는 신경제를 특징 짓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을 먼저 흡수하여 먼저 신경제에 편입된 국가나 개인과 그렇지 못한 국가나 개인 사이에 심각한 정도의 빈부격차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렇다면 신경제 패러다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생명공학 혁명은 디지털 격차를 좁히게 될까, 아니면 더 확대시키게 될까? 이 역시 생명공학 혁명이 진전된 이후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현재의 생물특허 제도를 보면 어느 정도 그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생명체에 대한 특허 논쟁은 1971년 제너럴 일렉트릭 사에서 근무하던 인도 출신 미생물학자 아난다 차크라바티가 미국 특허청에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없앨 수 있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을 특허 출원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특허청은 미국 특허법 하에서 생물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특허 출원을 거절하였으나 차크라바티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치는 일련의 상고 과정에서 승리하고 특허를 얻는데 성공한다. 1980년에 이루어진 대법원 판결에서 재판장은 다수 의견을 대변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차이점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7년 뒤인 1987년, 미국 특허청은 입장을 바꾸어 동물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 유기체의 특허 출원이 가능함을 공포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모든 미생물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 세포계, 조직, 기관, 배(胚), 태아까지도 특허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오직 인간 전체만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그것은 미국 수정 헌법 13조가 인간의 노예화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현재 유전자는 그 기능을 밝히기만 해도 특허화가 가능한데, 이는 자연 상태의 화학물질을 분리, 정제했을 경우 '인간의 개입(human intervention)'을 인정하여 물질특허를 주고 있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생물특허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타당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대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에 대해서 발명, 혹은 인간개입의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특허를 주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부터,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 그리고 발명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인정하되 유전자 특허처럼 발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특허화할 수 없다는 중도적 입장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어떤 과학자들은 미생물, 식물, 동물에 대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각 입장마다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발견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생물특허의 문제는 인류의 공유자원에 대해 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토지 사유화의 문제와 유사하다. 자본주의는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했지만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토지의 국유화를 선택했다. 남극은 현재에도 국제 협약에 따라 인류의 공유지로 남아있다. 이렇게 토지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들은 모두 그 사회가 판단하여 그 사회에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들이었다.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생물체와 유전자 풀(pool)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것에 대한 독점적 소유를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특허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의회에서 결정되지 않고 특허청과 법원에서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1980년 차크라바티 사건을 재판할 때, 미국 연방대법원은 자본주의 정신에 충실한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소수 의견을 대변한 윌리엄 브레넌 판사는 "특허법이 미치는 범위를 넓히느냐 좁히느냐 하는 일은 의회가 할 일이지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생물특허의 경우에는 특허를 받으려는 대상이 공공의 이익과 독특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의회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즉, 생물은 인류의 공유 자산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인정해야 할지는 의회가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브레넌 판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특허 제도는 인류의 공유자원에 대해 가장 자본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직 그 파장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생명공학 혁명이 진전될수록 이 제도의 결과도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생물체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특허권을 가진 사람이 농업, 식품, 의약 등의 분야에서 전대미문의 전지구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어쩌면 한 도시나 국가 전체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보다도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아마 가장 지독한 형태의 부의 편중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생물체가 지니는 특성 때문에 생물특허로 인한 부의 편중은 그 어느 디지털 격차보다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생명공학의 세기가 더 건강하고 더 환경친화적인 세상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모두가 잘사는' 세상, 빈부의 격차가 줄어든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현재의 생물특허 제도는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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