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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가 되더라도 가해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승영이 그가 선임병이 되는 날까지 그의 소신을 잘 간직했더라면 그는 태정과 지훈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 용서내지는 단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과거에 대한 보상심리를 참아내는 것을 의미하는 이러한 막연한 희생은 쉽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가 승영을 쉬이 단죄할 수 없게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해 보라. 이 사회에서 선호하는 것이 피해자의 역할인지 가해자의 역할인지. 피해자가 되었을 때 거기서 머물 것을 요구하는지, 피해자가 될지언정 가해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지. 결국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용서받지 못한 자들로 가득한 곳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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