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몰라. 그리고 우리 둘째 동생은 다음 주에 프놈펜으로 간다...... 팔았대.”
순간 나는 뭐라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입 속에서만 맴돌 뿐 쉽게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야. 나는 오빤데, 아무것도 동생에게 해 줄 게 없는 거야. 팔려 가는데, 우리 집 가난해서 돈 많은 집에 보낸다는데, 그런데도 난 그냥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거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파슈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파슈가 혹시나 눈치 챌까봐 콧물을 끌어 올리지도 못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질질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갑자기 파슈가 눈물을 징징 거리며 울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있는 힘껏 소리 내어 아무말 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어?! 봤어? 방금 봤어?”
갑자기 파슈가 울음을 그치고 하늘에다 손짓을 했습니다.
“뭔데? 뭔데?”
나는 귀신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 깜짝 놀라 눈물을 훔쳐 내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수백 개가 훨씬 넘을 듯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별들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에이, 못 봤구나. 별똥별이었는데.”
“별똥별?”
“응, 그거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누가 그래?”
“그건 나도 놀라.”
“넌 소원 빌었냐?”
“당연하지.”
나는 파슈가 얄미웠습니다. 나도 소원 많은데, 빨리 말해줬으면 하고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너 무슨 소원 빌었어?”
파슈에게 물었습니다. “ 음......비밀!”
파슈는 곧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스완”
밤의 정적을 깨고 나온 나직한 파슈의 음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왜?”
나는 대답을 하면서 스완의 손을 가만히 놓고는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 있잖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뜬금없는 파슈의 질문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파슈는 오랫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저의 꿈을 다시 들춰내고 있었습니다. 일이 바쁘신 아빠를 따라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점점 묻혀져 가고 이제는 빛이 바랬을지도 모를 그 꿈이라는 것을 파슈가 후벼대고 있었습니다.
“꿈?......꿈이라......난 그냥 부자가 되고 싶었어. 난 알아. 맨날 일 나가는 내게 우리 엄마, 아빠 말씀은 안 하시지만 너무 미안해하고 계시다는 걸 말야. 한밤중이었어. 그날은 동생과 큰 사원 세 군데를 돌며 장사를 하고 돌아 온 터라 갈증에 야자수 열매를 세 통이나 들어마셨지. 그 때문인지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눈을 떴어. 그런데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계시던 부모님께서 이야기를 하시더라. 우리 불쌍한 새끼들 저렇게 고생을 시켜서 어떡하냐고. 엄마가 아빠께 그러셨어. 이제 우리도 돈을 모아서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나가자고. 깨끗한 물 한번 제대로 마시며 살수 없는 지긋지긋한 이 수상촌, 제발 한번 벗어나 보자고......난 그때 엄마가 우는 모습 처음 보았지 뭐야. 부모님은 다 알고 계셔. 내가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 내 마음 모두 알고 계시더란 말야. 그리고 나 역시 말하지 않지만 엄마 아빠 마음을 다 알고 있어. 어쩌면.......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더 힘든 것인 줄도 몰라. 마음을 들켜 버리면 안 되니까. 서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꼭꼭 숨겨야 하니까 말야.”
나는 차마 내 꿈을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 동안 내가 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 이미지 속에서 애써 행복하다고 위안하며 스스로 내 꿈을 던져 버린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또 들켜 버릴까봐 두려웠습니다.
“ 스완, 있잖아. 나는 말야. 크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수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에 우리 가족들과 또 우리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가서 최고로 멋지게 살아보고 싶어.”
“너는 우리 나라가 싫어?”
살며시 물어 보왔습니다. 파슈는 왜 자기가 태어난 고국을 싫어할까요?
“ 난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Hello, One Dollar가 싫을 뿐이야. 외국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일 달러를 주기도 하고 또 어쩔 때는 그저 불쌍하다는 시선 하나로 우리를 처다보지만, 그들은 모를걸. 내가, 아니 우리가 Hello, One Dollar를 외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려야 했는지를 말야.”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Hello, One Dollar가 너무 싫다. 이 말 속엔 꿈이 없고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잖아.”
나는 갑자기 너무 슬퍼졌습니다.
“ 스완,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 우리가 Hello, One Dollar를 버릴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말야. 그땐 Hello, One Dollar가 아니라 Hello, Welcome 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Hello, Welcome라......그거 재미있겠는 걸!”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Hello, One Dollar와 Hello, Welcome의 차이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는 아빠를 따라 일을 할 때면 마치 당연한 듯이 몰려 들어와 관광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나보다 조그만 했던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반은 벌거벗고,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어린 내 눈에도 그들의 해맑은 미래보다는 아픔이 더 먼저 보였습니다. 목적은 딱 하나였습니다. 돈을 얻어 가는 것. 상대방에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으면서 마땅히 주어야하고 받아내야 하는 것처럼 이미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
“하나, 둘, 셋......”
옆에서 파슈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별을 세고 있었습니다.
“ 갑자기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아.”
정말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어른들은 왜 모를까요? 어른들은 우리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른들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다 알고 있답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우리의 세계가 있으니까요.
“
순간 나는 뭐라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입 속에서만 맴돌 뿐 쉽게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야. 나는 오빤데, 아무것도 동생에게 해 줄 게 없는 거야. 팔려 가는데, 우리 집 가난해서 돈 많은 집에 보낸다는데, 그런데도 난 그냥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거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파슈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파슈가 혹시나 눈치 챌까봐 콧물을 끌어 올리지도 못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질질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갑자기 파슈가 눈물을 징징 거리며 울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있는 힘껏 소리 내어 아무말 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어?! 봤어? 방금 봤어?”
갑자기 파슈가 울음을 그치고 하늘에다 손짓을 했습니다.
“뭔데? 뭔데?”
나는 귀신이라도 나타난 줄 알고 깜짝 놀라 눈물을 훔쳐 내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수백 개가 훨씬 넘을 듯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별들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에이, 못 봤구나. 별똥별이었는데.”
“별똥별?”
“응, 그거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누가 그래?”
“그건 나도 놀라.”
“넌 소원 빌었냐?”
“당연하지.”
나는 파슈가 얄미웠습니다. 나도 소원 많은데, 빨리 말해줬으면 하고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너 무슨 소원 빌었어?”
파슈에게 물었습니다. “ 음......비밀!”
파슈는 곧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스완”
밤의 정적을 깨고 나온 나직한 파슈의 음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왜?”
나는 대답을 하면서 스완의 손을 가만히 놓고는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 있잖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뜬금없는 파슈의 질문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파슈는 오랫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저의 꿈을 다시 들춰내고 있었습니다. 일이 바쁘신 아빠를 따라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점점 묻혀져 가고 이제는 빛이 바랬을지도 모를 그 꿈이라는 것을 파슈가 후벼대고 있었습니다.
“꿈?......꿈이라......난 그냥 부자가 되고 싶었어. 난 알아. 맨날 일 나가는 내게 우리 엄마, 아빠 말씀은 안 하시지만 너무 미안해하고 계시다는 걸 말야. 한밤중이었어. 그날은 동생과 큰 사원 세 군데를 돌며 장사를 하고 돌아 온 터라 갈증에 야자수 열매를 세 통이나 들어마셨지. 그 때문인지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눈을 떴어. 그런데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계시던 부모님께서 이야기를 하시더라. 우리 불쌍한 새끼들 저렇게 고생을 시켜서 어떡하냐고. 엄마가 아빠께 그러셨어. 이제 우리도 돈을 모아서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나가자고. 깨끗한 물 한번 제대로 마시며 살수 없는 지긋지긋한 이 수상촌, 제발 한번 벗어나 보자고......난 그때 엄마가 우는 모습 처음 보았지 뭐야. 부모님은 다 알고 계셔. 내가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 내 마음 모두 알고 계시더란 말야. 그리고 나 역시 말하지 않지만 엄마 아빠 마음을 다 알고 있어. 어쩌면.......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더 힘든 것인 줄도 몰라. 마음을 들켜 버리면 안 되니까. 서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꼭꼭 숨겨야 하니까 말야.”
나는 차마 내 꿈을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 동안 내가 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 이미지 속에서 애써 행복하다고 위안하며 스스로 내 꿈을 던져 버린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또 들켜 버릴까봐 두려웠습니다.
“ 스완, 있잖아. 나는 말야. 크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수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에 우리 가족들과 또 우리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가서 최고로 멋지게 살아보고 싶어.”
“너는 우리 나라가 싫어?”
살며시 물어 보왔습니다. 파슈는 왜 자기가 태어난 고국을 싫어할까요?
“ 난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Hello, One Dollar가 싫을 뿐이야. 외국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일 달러를 주기도 하고 또 어쩔 때는 그저 불쌍하다는 시선 하나로 우리를 처다보지만, 그들은 모를걸. 내가, 아니 우리가 Hello, One Dollar를 외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버려야 했는지를 말야.”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Hello, One Dollar가 너무 싫다. 이 말 속엔 꿈이 없고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잖아.”
나는 갑자기 너무 슬퍼졌습니다.
“ 스완,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 우리가 Hello, One Dollar를 버릴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말야. 그땐 Hello, One Dollar가 아니라 Hello, Welcome 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Hello, Welcome라......그거 재미있겠는 걸!”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Hello, One Dollar와 Hello, Welcome의 차이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는 아빠를 따라 일을 할 때면 마치 당연한 듯이 몰려 들어와 관광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나보다 조그만 했던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반은 벌거벗고,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어린 내 눈에도 그들의 해맑은 미래보다는 아픔이 더 먼저 보였습니다. 목적은 딱 하나였습니다. 돈을 얻어 가는 것. 상대방에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으면서 마땅히 주어야하고 받아내야 하는 것처럼 이미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
“하나, 둘, 셋......”
옆에서 파슈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별을 세고 있었습니다.
“ 갑자기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아.”
정말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어른들은 왜 모를까요? 어른들은 우리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른들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다 알고 있답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우리의 세계가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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