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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조선 일보에 연재되었던 장영희 교수의 칼럼의 팬이었던 나는 이 얄팍하고 분위기 있는 커버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왠지 훈훈한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그러나, 이 책의 시작은 “마을은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라는 그야말로 단조롭고, 건조한 한마디로 시작이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밀리아’라는 여자인 것 같다. 일단 주인공의 이름은 예전 유행했던짧은 머리에 빨간 스웨터를 입은 약간 엽기적인 영화의 주인공 포스터를 연상시키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180° 다른 모습인 듯하다. 소설 속의 이 '아밀리아'라는 여자는 큰 키에 남자 같은 골격으로, 짧은 머리에 그을린 얼굴, 사팔뜨기로 묘사된 참으로 괴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소송을 좋아하고, 돈을 좋아하고, 음식이나 목수 일에도 능숙하고, 의사처럼 의료행위까지 하며 살고 있었다. 이러한 면을 보면 참으로 사회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 그녀의 생활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고, 비밀에 부쳐져 있기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긴 하나, “I-Thou"의 관계로서가 아니라 ”I-It"의 관계, 즉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으키는 대상(object)에 불과한 것 같다. 앞서 ‘주인공이 아밀리아라는 여자인 것 같다’라고 표현한 것은, 또 하나의 인물 ‘꼽추 라이먼’ 때문이다. 주인공의 사랑인 이 인물은 내가 느끼기에는 또 한 사람의 ‘아밀리아’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밀리아'가 큰 체격의 건조한 여인이었지만, 그녀 스스로는 자신의 모습을 작고 초라한 꼽추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 여주인공이 꼽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품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나그네. 더러운 누더기 코트를 걸치고, 휘어지고 가는 다리에 구부정한 가슴과 어깨 위에 얹혀진 혹, 무척 큰 머리통과 움푹 들어간 푸른 색 눈에 작고 뚜렷한 입술 윤곽. 그리고 양순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좀 뻔뻔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창백하고 누런 얼굴. 도대체 이런 외모의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양순해 보이면서도 뻔뻔해 보인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자 인상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과 누군가를 이야기할 때, 이러한 자신의 평가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맺어 나가기도 한다. 이 소설도 꼽추를 매우 자세히 묘사하면서 그에 대한 인상을 진실인 것처럼 나에게 전달하였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이 꼽추는 추하고 보잘 것 없는 한 낱 나그네로 인식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꼽추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 소설에서는 '아밀리아'가 "처음으로" 그를 특별히 대접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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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5페이지
  • 등록일2006.11.29
  • 저작시기2006.9
  • 파일형식워드(doc)
  • 자료번호#378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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