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 소년, 소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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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청소를 했다. 이미 누군가 살던 집이었기 때문에, 거창한 청소라기보다는 정리에 가까웠다. 모든 정리를 마친 후, 소년은 깊은 잠이 들었다.
2007년 2월 7일, 소년의 머리는 이제 가슴까지 내려왔고, 피부는 우유 빛이었으며, 그새 키도 훌쩍 커 178cm가 됐다. 원체 얇았던 골격은 키가 자람으로써 더욱 호리호리한 몸매로 보였으며, 이상하게도 가슴이 살짝 나와서, 헐렁한 면바지에 남방 차림이 아니라면 여자라고 봐도 무관 할 정도였다. 모두들 은근히 소년을 경계했다.
2월 7일은 소년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이 날 소년은 특별히 무대 뒤가 아닌 무대 앞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부터 쭉 무대 뒤에서 배우들의 뒤치다꺼리만 했었지, 실제로 그들의 공연을 풀타임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9시, 관람석의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됨을 알렸다. 소년은 중앙 맨 앞에 앉았다. 경쾌한 팝송이 나오고, 뒤이어 화려하게 치장한 배우들이 하나 둘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립싱크를 한다. 다음은 일본, 베트남, 한국, 미국 순서대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이 나왔고 배우들은 각국의 전통 복을 입고 나와 관광객들에게 친밀감을 줬다. 한 시간 동안 열다섯 곡 정도가 바뀌었고, 음악이 바뀔 때마다 배우들은 음악에 알맞은 의상과 춤동작을 선보였다. 마지막엔 모두들 나와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를 했다. 소년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색색의 조명과 관객이 있는 무대 위의 그들은 무대 뒤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소년은 황홀했다.
거울 속 그녀는 갓 피어난 붉은 장미를 연상시킨다. 투명하면서 선명한 붉은 입술은 굳게 닫혀있고, 두 볼의 뺨은 발그레하다. 몸에서 퍼지는 향이 달콤하다. 그녀는 섹시한 향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녀처럼 달콤하고 순수한 향을 좋아한다. 그녀는 손목의 향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는 침대를 향해서도 향수를 뿌린다. 화장이 번짐 없이 예쁘게 잘 됐다. 머리도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올려 졌고, 드레스도 몸에 꼭 맞았다.
그녀는 오른쪽 서랍을 열어 2캐럿의 다이아몬드와 4개의 사파이어로 호수에 물이 번지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는 FRED 귀걸이를 골랐다. 귀걸이가 사람의 외모를 1.5배 빛나게 한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귀걸이가 시선을 많이 끌기 때문에 목은 별다른 것 없이 심플하게 둔다. 귀걸이와 어울리도록 화이트 골드로 만들어진 까르띠에 반디를 왼손 두 번째 손가락에 끼고, 슬리브리스 드레스로 허전한 팔을 위해 큐빅으로 로고가 작게 장식된 샤넬 팔찌를 찬다. 그리고 그녀는 침대 밑에서 박스를 하나 꺼내서 연다. 박스에는 펄이 들어간 금색의 얇은 가죽에 세 가지 색의 보석으로 길게 장식 된 8cm 굽의 스텔레토 힐이 들어있다. 오른 쪽 발 먼저 신어 본다. 왼쪽마저 신은 그녀는 훨씬 훤칠해 보인다.
화장대 가까이 가려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움찔한다. 높은 굽이 처음인 듯, 그녀는 두어 걸음 휘청 거렸지만 이내 적응했다. 외출 준비가 모두 끝났다. 그녀의 모습은 완벽하다. 그런데도 뭔가 빠뜨린 게 있는 지 그녀는 다시 화장대로 간다. 거울 속에 소년이 있다. 아니, 그녀가 있다. 소년? 소녀? 아무래도 좋다. 거울 앞에 있던 그녀가 일어선다. 화장대 위에 파우치를 든다. 파우치 안에는 핸드폰과 콤팩트, 립글로스, 면봉 두 개, 핸드크림이 있다. 일어서면서 또 한 번 휘청 했지만, 다시 중심을 잡고 꼿꼿이 걸어간다. 드디어 문 앞이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깊게 내 뿜는다. 문고리를 잡는다. 눈을 질끈 감고 손잡이를 돌린다.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어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뜬다.
소년은 그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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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소년,   소녀,   동성,   성,   혼란,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