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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싸고 있었다. 꼽추가 앞서 걸었다. 앉은뱅이가 그 뒤를 따랐다.
“살 게 많아.”
그가 말했다.
“모터가 달린 자전거와 16)리어카를 사야 돼. 그 다음에 강냉이 기계를 사야지. 자네는 운전만 하면돼. 내가 기어다니는 꼴을 보지 않게 될 거야.”
앉은뱅이는 친구의 반응을 기다렸다. 꼽추는 말이 없었다.
“왜 그래?”
앉은뱅이는 급히 따라가 꼽추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이봐,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꼽추가 말했다.
“겁이 나서 그래?”
앉은뱅이가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꼽추가 말했다.
“묘해. 이런 기분은 처음야.”
“그럼 잘됐어.”
“잘된 게 아냐.”
앉은뱅이는 이렇게 차분한 친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나는 자네와 가지 않겠어.”
“뭐!”
“자네와 가지 않겠다구.”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일 삼양동이나 거여동으로 가자구. 그곳엔 방이 많아. 식구들을 안정시켜 놓고 우린 강냉이 기계를 끌고 나오면 되는 거야. 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사면 못 갈 곳이 없어. 갈현동에 갔었던 일 생각나? 몇 방을 튀겼었는지 벌써 잊었어? 밤 아홉 시까지 계속 돌려댔었잖아. 그들은 강냉이를 먹기 위해 튀기러 오는 게 아냐. 옛날 생각이 나서 아이들을 앞세우고 올 뿐야. 그런 델 찾아다니면 돼. 우린 며칠에 한 번씩 집에 아가 여편네가 입을 벌릴 정도의 돈을 쏟아 놓을 수가 있다구. 그런데 자네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사범을 따라갈 생각야.”
“그 약장수?”
“응.”
“미쳤어? 그 나이에 약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완전한 사람은 얼마 없어. 그는 완전한 사람야. 죽을 힘을 다해 일하고 그 무서운 대가로 먹고 살아. 그가 파는 기생충 약은 가짜가 아냐. 그는 자기의 일을 훌륭히 도와줄 수 있는 내 몸의 특징을 인정해 줄 거야.”
꼽추는 이렇게 말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야.”
“그러니까, 알겠네.”
앉은뱅이가 말했다.
“가. 막지 않겠어.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어쨌든.”
꼽추가 돌아서면서 말했다.
“무슨 해결이 나야 말이지.”
어둠이 친구를 감싸 앉은뱅이는 발짝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조금 있자 발짝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이 잠든 천막을 찾아 기어가기 시작했다. 울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이 밤이 또 얼마나 길까 생각했다.
교사는 두 손을 교탁 위에 얹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굴뚝 이야기나 하고,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차렷!
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경례!
교사는 상체를 굽혀 답례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교실에서 나갔다.
겨울 해는 이미 기울어 교실 안이 어두워 왔다.
―「문학과 지성」(1976. 여름)
“살 게 많아.”
그가 말했다.
“모터가 달린 자전거와 16)리어카를 사야 돼. 그 다음에 강냉이 기계를 사야지. 자네는 운전만 하면돼. 내가 기어다니는 꼴을 보지 않게 될 거야.”
앉은뱅이는 친구의 반응을 기다렸다. 꼽추는 말이 없었다.
“왜 그래?”
앉은뱅이는 급히 따라가 꼽추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이봐,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꼽추가 말했다.
“겁이 나서 그래?”
앉은뱅이가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꼽추가 말했다.
“묘해. 이런 기분은 처음야.”
“그럼 잘됐어.”
“잘된 게 아냐.”
앉은뱅이는 이렇게 차분한 친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나는 자네와 가지 않겠어.”
“뭐!”
“자네와 가지 않겠다구.”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일 삼양동이나 거여동으로 가자구. 그곳엔 방이 많아. 식구들을 안정시켜 놓고 우린 강냉이 기계를 끌고 나오면 되는 거야. 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사면 못 갈 곳이 없어. 갈현동에 갔었던 일 생각나? 몇 방을 튀겼었는지 벌써 잊었어? 밤 아홉 시까지 계속 돌려댔었잖아. 그들은 강냉이를 먹기 위해 튀기러 오는 게 아냐. 옛날 생각이 나서 아이들을 앞세우고 올 뿐야. 그런 델 찾아다니면 돼. 우린 며칠에 한 번씩 집에 아가 여편네가 입을 벌릴 정도의 돈을 쏟아 놓을 수가 있다구. 그런데 자네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사범을 따라갈 생각야.”
“그 약장수?”
“응.”
“미쳤어? 그 나이에 약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완전한 사람은 얼마 없어. 그는 완전한 사람야. 죽을 힘을 다해 일하고 그 무서운 대가로 먹고 살아. 그가 파는 기생충 약은 가짜가 아냐. 그는 자기의 일을 훌륭히 도와줄 수 있는 내 몸의 특징을 인정해 줄 거야.”
꼽추는 이렇게 말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야.”
“그러니까, 알겠네.”
앉은뱅이가 말했다.
“가. 막지 않겠어.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어쨌든.”
꼽추가 돌아서면서 말했다.
“무슨 해결이 나야 말이지.”
어둠이 친구를 감싸 앉은뱅이는 발짝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조금 있자 발짝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이 잠든 천막을 찾아 기어가기 시작했다. 울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이 밤이 또 얼마나 길까 생각했다.
교사는 두 손을 교탁 위에 얹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굴뚝 이야기나 하고,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차렷!
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경례!
교사는 상체를 굽혀 답례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교실에서 나갔다.
겨울 해는 이미 기울어 교실 안이 어두워 왔다.
―「문학과 지성」(1976.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