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과 손숙의 연극 어머니 연구

목차

Ⅰ. 작가와 어머니
1. 이윤택
2. 이윤택의 ‘해체론’
3. 어머니 - 이윤택의 어머니

Ⅱ. 작품
1. 플롯
(1) 줄거리
(2) 5부 3계기 설에 따른 플롯의 구분
2. 인물
3. 사상
(1) 연출 의도
(2) 작품 개요
(3) 중심사건과 갈등
4. 언어
(1) 잔소리
(2) 독자적 화법
(3) 말의 율격
5. 음악
6. 스펙터클 - 소품과 무대장치
7. 손숙의 <어머니>
8. 이윤택의 창작노트
9. 연극 <어머니>의 특징

Ⅲ. 마무리

본문내용

.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다 버렸다. 처음 녹음된 음성을 대하던 그 창작에 대한 섬광 같은 느낌만 생생히 남아 있을 뿐, 어머니의 녹음테이프는 너무 현실적이고 설명적이어서 실제 자료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결국, 사십 년 넘게 같이 살아 온 어머니의 느낌은 나 자신의 무의식 속에 묻어 있을 거라는 생각, 이것이 글을 쓰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묻어나올 거란 믿음을 가지기로 했다.
대신 어머니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 나섰다. 뿌리 깊은 나무 구술 인터뷰 자료 평생토록 못 잊을 일을 구했다. 할머니들의 살아 온 경험담을 기록해 놓은 자료다. 여기에다 한국구전설화, 동편제 홍보가, 월인천강지곡에 있는 민요가 밑그림을 위한 자료로 모였다. 어머니에 대한 현실은 이렇게 녹음테이프, 구슬 기록 자료가 밑그림이 된다.
② 이미지, 그리고 꿈의 해몽
이 작품은 어머니의 꿈 이야기가 중요한 극적 이미지를 구축해 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한다. 어머니의 꿈은 주로 자신의 죽음, 현실에 대한 불안이 짙게 깔린 상상력이다. 죽은 아버지의 방문, 다양하게 등장하는 꿈속의 인물들-그들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구원의 손길이거나 예언적 상징들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짐승이 많이 등장하고 개울물, 나무, 산 등 자연도 예언적 대상으로 등장한다. 일견 상당히 황당무계하게 느껴지는데, 꿈의 해석, 즉 해몽이란 과정을 거치면 나름대로 꿈속에서의 논리를 갖는다. 이 꿈의 논리를 극적 논리, 결국은 현실적 논리로 끄집어내고 형상화 시키는 것이 작가의 몫이 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먼저 구체적인 밑그림으로 그려지는 것이 이 어머니의 다양한 꿈의 기록이다. 어머니는 문맹이며 봇짐장사를 경험하신 분이고, 신주단지를 아직 모시고 사는 무당적 인물이기 때문에 꿈의 다양성과 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실의 난장에 살았으면서도, 현실에 섞이지 않는 자신의 독자적 의식세계를 고집스럽게 지켜 온 것이다. 이것이 창작의 귀중한 이미지가 된다. 그 점에서 나는 지독한 잔소리꾼 어머니를 두어 현실적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이렇게 창작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귀중한 어머니를 두고 살았던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이 현실과 상상력의 관계란 생각이 든다. 문학이 우리에게 정신적 해방감을 주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 고통이 무게가 밑그림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 연극 ‘어머니’의 특징.
① 현재와 과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초월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표현하여 관객들이 자유롭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낼 수 있다.
② 가족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이 시대에 부모와 자식이 함께 나란히 앉아 실컷 웃고 울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어머니’를 통해 진정한 구원과 안식을 얻을 수 있다.
③ 동네 아이들의 천진한 노래 소리, 망자를 불러내는 무녀의 초망자굿, 기생이었던 시어머니의 노래 가락 등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장면들은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 할 뿐만 아니라 예술이 주는 진한 감동을 체험 할 수 있다.
Ⅲ. 마무리
연극 <어머니>를 보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마지막 아들의 대사를 통해 죽은 아버지 돌이를 대변하는 장면이다. 아버지 돌이는 어머니를 마음속으로 진정 사랑했을 것이라고 해명을 한다. 다시 말해서 가족의 화합을 꾀하지만 그것은 연출의 무리한 설정이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진정 사랑했던 이는 양산복이다. 그는 역사적인 격변기와 부모들의 무지로 인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돌이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만 어머니의 마음 한편에는 끝내 양산복과 이루지 못한 사랑과 전쟁 통에 잃어버린 그와의 자식을 평생가슴에 담고 아이의 뼛가루가 담겨있는 신주단지를 모시고 살게 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이름 석 자 ‘황일순’이라는 이름을 손자들에게 배워 찾게 되는 장면은 자신의 잃어버린 주체성과 자아를 찾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관객들에게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통해서 우리들은 ‘어머니’의 한을 함께 이해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무엇인가? ‘어머니’는 생명의 잉태와 탄생의 상징적인 의미이다. 이윤택은 하나의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것이 마치 하나의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과 같듯 산고의 고통도 탄생의 기쁨도 모두 품어 안는 ‘어머니’의 그 근원적인 울림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순수한 노력들로 속속들이 채워져 생명력을 갖고 세상에 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작품으로 ‘어머니’ 공연을 기획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서정과 낭만을 상실하여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피폐해져 있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서정의 원천이며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를 통하여 따뜻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극 ‘어머니’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구원적 상징일 수 있다. 연극이 우리의 의식 속에 그려지는 한편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면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기억 속에 삶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이미지들을 무대에 표현해 낼 수 있고 ‘어머니’의 또 다른 역사 속에 함유되어 있는 한(恨)과 숨은 희망을 극적 모티브로 삼아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쳐 낼 수 있다. 그 이미지들은 이미 현실 속에서는 보지 못하는 과거의 재생이거나,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초현실적 모습들이다. 이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해내기 위하여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무대 구성을 시도 한다. 이 모든 실험들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고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차갑고 직선적인 아파트의 실내 구조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따뜻하고 색 바랜 추억의 장면들은 분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우리의 의식을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가 닿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장 한국적 모티브를 가진 연극이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될 수 있다면 ‘어머니’는 우리의 인식과 정서로 실험된 상당히 재미있는 대중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윤택 희곡의 대중성 연구>, 신아영, 한국드라마학회, 2005
<이윤택과 김명곤의 합작연극 <어머니 실험중>>, 김소연, 월간말, 1996

키워드

어머니,   희곡과 공연예술,   이윤택,   연극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