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면서: ‘미래는 현재 안에 있다’
2. 현 시기 정세의 성격
3. 현시기 노동운동의 당면과제
4. 결론 :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
2. 현 시기 정세의 성격
3. 현시기 노동운동의 당면과제
4. 결론 :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
본문내용
모든 근로 대중 및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투쟁을 타국의 노동운동 및 진보적 민주세력과 연대하여 국제적 수준에서도 힘차게 전개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 이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오늘날 초국적자본들의 전일적 지배체체인 지구적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전 세계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지구화세계화가 고도로 진척되고 있는 조건 속에서 해결해야 할 모든 과제들이 결코 일국 수준의 운동만으로는 적극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매우 시급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민주노총이 한국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자간의 동반자적 관계 형성 등을 지지하는 이상, 민주노총이 그간 외쳐온 ‘세계의 노동자는 하나다’라든지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란 자기모순적이고, 실재적인 내용을 결여한 빈 소리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결과 연대의 원리’가 타 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경쟁의 원리’로 대체되서는 안되듯이, 그 원리는 국제적 수준에서도 노동운동의 일관된 원칙으로서 확고히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을 지지하는 국제 노동운동의 상층조직에의 참여 보다는, 국제노동운동 내부에 새로운 진보블럭을 형성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 하며,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노동운동 활동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을 적극 교육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자본의 세계적 진출이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과 관련하여 타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과 연대관계를 형성하고 그들과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주노조는 가장 노사협조주의적인 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 노조를 대신하여 아시아 전체의 민주노동운동을 이끄는 중심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결론 :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자 한겨레신문에는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사회개혁 12대 과제’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전면 광고가 실렸다. 이 사회개혁 12대 과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대선자금 공개하고 정치자금법 개정하라
② 돈세탁 방지, 공익정보 제보자 보호 등 부패방지법 제정하라
③ 재벌의 경제력 집중 규제하고 족벌 경영 철폐하라
④ 중소기업 금융세제기술 지원 확대하고 하도급 불공정 거래 일소하라
⑤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하라
⑥ 연금기금을 민주적으로 관리운영하라
⑦ 고용보험 적용확대와 공공직업안정기관, 공공직업훈련체계 확립하라
⑧ 교육개혁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시켜라
⑨ 근로소득 세율인하, 자산소득 과세강화 등 세제를 개혁하라
⑩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보장하라
⑪ 민주노총 합법성 보장, 구속해고자의 사면복권과 원직복직시켜라
⑫ 북한동포 돕기운동 보장하라
민주노총이 현시기 노동운동의 핵심적인 당면 투쟁과제로서 제기하고 있는 위의 ‘사회개혁 12대 과제’의 내용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무엇보다 ⑩번과 ⑪번 요구사항을 제외한다면 제시되고 있는 사회개혁의 내용 모두가 시민운동 단체의 요구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대부분 노동자계급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시민운동적 기준에서 마련되고 있다는 점, 노동자 대중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있는 핵심적인 지점을 드러내려 하기 보다는 그 지점을 가능한 한 비켜가려 하고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개혁적 보수주의자라면 대체로 수용할 수 있는 요구사항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이 드러난다.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와 관련되는 과제는 제시되어 있지만, ‘노동자대중 전체의 생존권’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과제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잔업 없는 생활임금의 전면적인 쟁취’와 ‘전산업, 전업종에서의 노동시간의 단축’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임단투 수준을 넘어서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지난한 과제이다. 대선자금 공개와 정치자금법의 개정은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정치적 과제이지,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중심적인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과제는 아니다. 정치투쟁의 가장 중요한 과제와 경제투쟁의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중심에 놓고 있지 않는 요구사항들은 권력과 자본에 진정으로 맞서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정치적이고, 노동자 대중의 진정한 바램과 희망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탈노동자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해결되어야 할 것들을 요구한다고 할지라도 중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중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의 해결을 회피하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운동은 총파업투쟁에서 치솟아 올랐지만 이제는 잿 속의 불씨와 같은 존재로 남아있는 ‘노동자대중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노동운동’이 다시 타오르느냐, 아니면 꺼져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기로에서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를 수용하고 노자 간의 사회적 동반자관계를 수립하려는 경향이, 다른 한편으로는 애국주의와 국가주의 및 기업종속적인 애사주의의 경향이 점차 세를 불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노총을 노동자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이다. 민주노총이 자신을 탄생시킨 노동자 대중과 함께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 대중을 버리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나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운동이 가야할 길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외친 베드로가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고 대답한 예수의 말을 듣고 로마로 되돌아 간 것과 같이, 다시 노동자 대중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베드로의 위대성은 예수의 길을 따라 다시 로마로 돌아감으로써 기독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네가 떠난 로마로 돌아가고 있다’는 이 외침은 현시기 한국 노동운동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 이 외침이 힘차게 울려 펴지는 곳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자신의 위대한 전통을 되찾고, 베드로가 기독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것과 같이, 노동자 대중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인 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을 지지하는 국제 노동운동의 상층조직에의 참여 보다는, 국제노동운동 내부에 새로운 진보블럭을 형성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 하며,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노동운동 활동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을 적극 교육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자본의 세계적 진출이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과 관련하여 타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과 연대관계를 형성하고 그들과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주노조는 가장 노사협조주의적인 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 노조를 대신하여 아시아 전체의 민주노동운동을 이끄는 중심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결론 :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자 한겨레신문에는 민주노총이 추구하는 ‘사회개혁 12대 과제’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전면 광고가 실렸다. 이 사회개혁 12대 과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대선자금 공개하고 정치자금법 개정하라
② 돈세탁 방지, 공익정보 제보자 보호 등 부패방지법 제정하라
③ 재벌의 경제력 집중 규제하고 족벌 경영 철폐하라
④ 중소기업 금융세제기술 지원 확대하고 하도급 불공정 거래 일소하라
⑤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하라
⑥ 연금기금을 민주적으로 관리운영하라
⑦ 고용보험 적용확대와 공공직업안정기관, 공공직업훈련체계 확립하라
⑧ 교육개혁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시켜라
⑨ 근로소득 세율인하, 자산소득 과세강화 등 세제를 개혁하라
⑩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보장하라
⑪ 민주노총 합법성 보장, 구속해고자의 사면복권과 원직복직시켜라
⑫ 북한동포 돕기운동 보장하라
민주노총이 현시기 노동운동의 핵심적인 당면 투쟁과제로서 제기하고 있는 위의 ‘사회개혁 12대 과제’의 내용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무엇보다 ⑩번과 ⑪번 요구사항을 제외한다면 제시되고 있는 사회개혁의 내용 모두가 시민운동 단체의 요구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대부분 노동자계급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시민운동적 기준에서 마련되고 있다는 점, 노동자 대중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있는 핵심적인 지점을 드러내려 하기 보다는 그 지점을 가능한 한 비켜가려 하고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제시되고 있는 과제들이 개혁적 보수주의자라면 대체로 수용할 수 있는 요구사항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이 드러난다.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와 관련되는 과제는 제시되어 있지만, ‘노동자대중 전체의 생존권’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과제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잔업 없는 생활임금의 전면적인 쟁취’와 ‘전산업, 전업종에서의 노동시간의 단축’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임단투 수준을 넘어서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지난한 과제이다. 대선자금 공개와 정치자금법의 개정은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정치적 과제이지,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중심적인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과제는 아니다. 정치투쟁의 가장 중요한 과제와 경제투쟁의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중심에 놓고 있지 않는 요구사항들은 권력과 자본에 진정으로 맞서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정치적이고, 노동자 대중의 진정한 바램과 희망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탈노동자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해결되어야 할 것들을 요구한다고 할지라도 중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중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의 해결을 회피하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운동은 총파업투쟁에서 치솟아 올랐지만 이제는 잿 속의 불씨와 같은 존재로 남아있는 ‘노동자대중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노동운동’이 다시 타오르느냐, 아니면 꺼져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기로에서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를 수용하고 노자 간의 사회적 동반자관계를 수립하려는 경향이, 다른 한편으로는 애국주의와 국가주의 및 기업종속적인 애사주의의 경향이 점차 세를 불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노총을 노동자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이다. 민주노총이 자신을 탄생시킨 노동자 대중과 함께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 대중을 버리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나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운동이 가야할 길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외친 베드로가 ‘네가 떠난 로마로 나는 가고 있다’고 대답한 예수의 말을 듣고 로마로 되돌아 간 것과 같이, 다시 노동자 대중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베드로의 위대성은 예수의 길을 따라 다시 로마로 돌아감으로써 기독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네가 떠난 로마로 돌아가고 있다’는 이 외침은 현시기 한국 노동운동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 이 외침이 힘차게 울려 펴지는 곳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자신의 위대한 전통을 되찾고, 베드로가 기독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것과 같이, 노동자 대중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인 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