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즈'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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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다. 여자 친구 문제로 인해 동미와 심하게 다투게 된 정준, 그러나 한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 달에 꼬박꼬박 나오는 공과금은 함께 내야하는 상황이다. 동미가 나난과 통화하는 사이, 방 밖에서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미가 방문을 열어보자, 방바닥에 세금 계산해 놓은 종이와 지폐와 10원짜리 동전들이 놓여있다. 친자매지간에도 공과금은 10원까지 철저히 계산하는데, 하물며 아무리 친하다 해도 친구사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또 한 번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게 해주는 공과금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싱글즈”에서는 클리셰를 적극 활용한다. 클리셰란, 예전에는 독창적이었고 나름대로 진지한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생각 없이 반복되고 있는 생각이나 문구, 영화적 트릭, 그 밖의 기타 등등을 의미한다. 즉 어떤 특정 상황에서 나오는 대사나 연기 혹은 기법 등이 양식화되어 상투적으로 쓰이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첫 번째 클리셰는 나난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오는 장면이다. 나난, 쇼핑백을 들고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듯하다. 이때 나난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나난NA: 멋지게 그를 보냈다. 군말없이, 끌끔하게!
훗, 영화에서 이럴 때 꼭 비가 내리지..
그리고는 갑자기 후두둑,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 이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관객들이 보고 있는 것이 영화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마치 꿈을 꾸는 꿈을 꾼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 클리셰는 나난의 남자친구 수헌과 공항에서 이별하는 장면이다.
수헌: (덤덤하게) 갈게.
여기서 헤어지자. 영화같은데서 보면 유치하잖아. 출국 게이트 앞에서 울고, 껴안고, 들어가다 다시 달려 나오고.
나난: (픽 웃으며) 카메라 빙빙 돌고?
이때 영화에서는 정말 카메라가 빙빙 돈다. 첫 번째로 사용된 클리셰처럼 이 장면이 클리셰임을 먼저 영화에서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난의 나레이션은 또 다시 우리가 현실 속에서 접하는 문제를 말한다.
나난NA: 그가 사라지는 순간 모든게 불안해졌 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는데, 과연 우리 둘은 결혼까지 갈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일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것이며 일어나봤 자 지가 문제일 것이고, 문제엔 반드 시 해답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영화 싱글즈는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들과의 공감을 혹은 사실성을 놓치지 않는다.
연초의 북적이는 거리,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심드렁한 모습으로 나난을 기다리고 있는 동미의 모습이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의 모습이다. 싱글들의 연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나난의 나레이션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보여준다.
나난NA: 며칠 있으면 새해다. 난 서른 살이 되기 전 인생의 숙제, 둘 중의 하나는 해결할 줄 알았다. 일에 성공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지금 난, 여전히 일에 성공하지 못한 싱글이다. 그러면 어때? 마흔살 쯤에는 뭔가 이루어지겠지 뭐, 아님 말고. 어쨌든 서른 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난' 화이팅! 파이팅!"
둘은 환하게 웃으며 거리를 걷는 나난과 동미, 서서히 인파속으로 들어가며 영화는 끝난다.
“싱글즈”가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던 이유는 너무나도 공감되는, 우리 모습 그대로인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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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인공 소개,   주인공 성격 분석,   클리셰를 적극 활용